작품설명

20년 넘게 활발한 활동을 해오며 그 예술성을 인정받은 안애순무용단이 경기도문화의전당에 온다. 창단이후 20여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려오고 있는 안애순무용단은 무용단 20년 역사를 잇고 있는 다양한 작품들 속에서 많은 변화를 거쳐 온 몸짓들을 재발견하고자 한다. 이번 공연에는 한국 춤의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안애순무용단이 그 동안 다뤄왔던 개인적, 사회적 주제들이 재조명된다. 이번 경기도문화의전당 공연을 통해 다시한번 안애순무용단만의 독특하고 강렬한 에너지를 무대에 선보인다.

한국적 소재의 새로운 움직임, <열한 번째 그림자>
<열한 번째 그림자(1998)>는 전통 그림자극인 만석중놀이와 현대무용의 만남을 시도한 작품으로, 군무를 이용하여 십장생의 다툼과 그 속에서 인생무상의 깨달음을 얻는다는 새로운 해석을 풀어내고 있다. 우주 삼라만상의 생성 이후에 등장하는 열한 번째 그림자는 단지 왜소하고 희극적인 존재일 뿐이다. 그 그림자는 자신의 미완성을 쉽게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이 있는 곳을 초월하려 한다. 자연 안에 생명체인 인간이 스스로 탐욕의 경계를 다스리지 못함으로써 자연과의 합일이 깨진다는 것을 스크린의 세계를 넘나드는 것으로 표현하였다. 이는 십장생이 상징하는 자연과 평화가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파괴되는 것을 의미한다. 해, 달, 구름, 학, 사슴, 소나무 등 십장생에 이어 열한 번째로 등장한 인간의 탐욕과 죽음을 통해 짧고 덧없는 인간사를 부각시켰다.

1998년 제 6회 프랑스 바뇰레국제안무대회(Les Rencontres Choregraphiques Internationales de Seine Saint-Denis) 본선진출작인 <열한 번째 그림자>는 싱가포르 아츠 페스티벌과 멕시코 세르반티노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되었으며, 미국 워싱턴 케네디센터를 비롯하여 뉴올리언스, 데이턴, 필라델피아, 독일 베를린과 본, 콜롬비아 보고타 등지에서 국제공연을 가졌다.

* 만석중놀이
만석중놀이는 고려시대 전통놀이로서, 불교의 교리를 대중에게 포교하기 위하여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을 전후하여 연등행사 때 사찰마당에서 연희되어 오던 무언인형극.

* 십장생(十長生)
십장생(十長生)은 예로부터 오래 산다고 믿어왔던 열 가지를 한데 모아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상징물로 삼은 것이다. 십장생의 종류에는 해, 산, 물, 돌, 구름, 소나무, 불로초, 거북, 학, 사슴이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몇 종류가 제외되거나 혹은 다른 것이 추가되기도 한다.


우리 문화 현주소에 대한 탐색, <원-After the Other>
<원-After the Other> 작품을 통해서 안무가는 우리문화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안애순은한국적미학을현대무용에담아내는테크닉과방법론의기초를 ‘원’에서 찾아왔다. 이 작품은 원의 모티브를 이용하여 시대를 반영하면서 변화하는 문화와 ‘몸’이 일으키는 충돌을 그린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결국은 받아들여야 하는 외래 문화와 우리나라 전통문화가 충돌과 조화를 겪고 융화되는 과정을 나타냈다. 문화가 춤을 바꾸고 춤은 문화와 충돌하고, 그러면서 몸의 춤이 흐름을 잃어버리는 순환과정에 대한 탐색을 통해 복합적인 문화현상 속에서 가끔은 휘청거리는 우리 춤의 본질과 현주소를 묻고 있다. 때문에 음악과 동작에 있어서 한국적인 특성이 밑바탕에 깔려 있지만 일그러진 모습들이 비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