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국립극단(예술감독 김광보)은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 원: 밀레니엄이 다가온다>를 11월 26일부터 한 달간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미국의 극작가 토니 커쉬너의 대표작으로 1991년 초연 시 퓰리처상,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을 포함하여 유수의 상을 휩쓴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파트 원과 파트 투로 구성된 작품을 합치면 장장 8시간에 이르는 대작이다.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시절 반동성애적 분위기의 사회 속에서 신체적, 심리적으로 버텨야 했던 동성애자들의 모습을 은유적 서사로 풀어냈다. 2018년에는 <워호스>,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등 화제작을 연출한 마리안 엘리에트가 영국 국립극장에서 제작하여 토니상을 받았다. 동성애, 인종, 종교, 정치, 환경 등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작품이 쓰인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공연되고 있다.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의 한국 공연 연출은 <와이프>, <그을린 사랑> 등 감각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작품들로 주목받아온 신유청 연출이 맡았다. 이번에 선보이는 <파트 원: 밀레니엄이 다가온다>는 3시간 45분 분량으로 제작됐다. 내년 2월 <파트 투: 페레스트로이카(러시아어로 ‘개혁’을 의미)>를 이어서 선보이며, 같은 기간 파트 원도 함께 공연할 예정이다.

  작품의 배경은 뉴욕이다. 에이즈에 걸린 프라이어와 그의 동성 연인 루이스, 몰몬교로서 자신의 성 정체성에 괴로워하는 남자 조와 약물에 중독된 그의 아내 하퍼, 극우 보수주의자이며 권력에 집착하는 악명 높은 변호사 로이 등 세 가지 이야기가 축을 이루며 교차한다. 
  

  극을 끌어가는 중심축인 ‘프라이어’ 역에는 최근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배우 정경호가 캐스팅됐다. 영국 공연에서 영화 <스파이더맨>으로 잘 알려진 배우 앤드류 가필드가 열연하여 2018 토니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배역이다. 또, 실존 인물로서 미국 정치계를 좌지우지한 변호사 ‘로이’ 역의 박지일과 전직 드랙퀸 스커트, 하이힐, 화장 등 옷차림이나 행동을 통해 과장된 여성성을 연기하는 남자. 주로 유희를 목적으로 한 연기(퍼포먼스)의 일종이다.
 ‘벨리즈’ 역이자 국립극단 시즌단원인 박용우는 실제 부자 관계로,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선다. 이 밖에도 노련한 연기력으로 관객들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쌓아 온 중견 배우 전국향을 필두로 권은혜, 김보나, 김세환, 정환 등의 배우가 출연하여 최고의 앙상블을 보여 준다.

  신유청 연출은 “전염병이 창궐하여 분열이 초래된 이 시대의 한국 사회에 이 작품이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지, 또한 특정 시대와 국가의 색이 강한 번역극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연극으로 어떻게 자리 잡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그 결과 겉으로 드러난 사회적 문제들보다 내면의 죄의식, 양심 등과 같은 보편적인 것에 집중했다.”라고 전했다.

줄거리

“머지않아 역사가 부서질 거야.
밀레니엄이 다가오고 있어.“ 

보수주의와 에이즈 공포가 미국 전역으로 퍼지던 1985년 뉴욕. 낯선 미국 땅으로 이주해 가족을 일군 유대인 여인의 장례식이 거행되고 있다. 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한 루이스는 동성 연인 프라이어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한편 법무관으로 일하고 있는 조는 ‘악마의 변호사’ 로이 콘에게 워싱턴 D.C. 법무부 일을 제안받지만, 아내 하퍼를 설득하기 쉽지 않다. 병세가 악화하는 연인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낀 루이스는 프라이어를 떠나고, 환청인지 환상인지 모를 알 수 없는 목소리가 프라이어 앞에 나타난다. 

“우리 모두가… 떨어지고 있어요,
스스로에게 해야 할 것과 사랑해야 할 것들 사이에 벌어진 그 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