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미친 사람이 건강하다>
  나는 나다. 아니다, 나는 내가 아니다. 그도 아니다. 나는 나라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나는 하나다. 아니다. 나는 하나가 아니다. 그도 아니다. 나는 하나라고 할 수도 있고, 여럿이라고 할 수도 있다. 뭐가 이렇담. 그러니 환장할 수밖에. 미칠 수밖에. 하루도 정신이 온전한 날이 없다. 평안한 날이 없다. 누군가 나를 잡아 철창에 가두지 않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착란錯亂」은 「청문聽聞」의 연작이다. 「청문」이 외부의 다자적多者的 시점에서의 추궁이라면, 「착란」은 내부의 단일 시점에서의 공격이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 청문이다 보니 일관성이 없다. ‘나’의 정신은 오락가락한다. 세상이 어지러워서 그런가, 좀처럼 중심을 잡지 못한다. 당당한 듯 도피처 찾기에 바쁘다. 비굴하다 싶다가도 이내 측은해진다. 한심해 웃음이 터졌다가도 나름 정신 부여잡고 온전히 살아보려는 몸부림이려니 톺아보면 돌연 숙연해지기도 한다. 착란이라니. 정신을 부여잡으려 하면 할수록 더욱 흐려지는 고통이라니. 깨어 있으려 몸부림치는 영혼의 숙명이라니. 인생 참 잔인하다. 잔혹하다. 그렇다고 정신을 놓아버릴 수도 없고. 이를 어쩐다.

줄거리

글(자서전)을 쓰려는 인물 ‘나’는 글을 쓰면서 나의 역사인 ‘역사’를 마주하게 되고, 역사와의 싸움, 곧 자기 자신과의 싸움 안에서 괴로워한다. 인생을 직시한 채 착란에 다다르는 ‘나’는 자서전을 완성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