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조각난 뼈를 가진 여자와 어느 물리치료사의 만남

2016년에 여자는 집 거실에서 넘어져 뼈가 부러지는 사건을 겪었어요. 사고 때문에 힘들었던 여자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죠. “이 사고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자. 그러면 이 일을 글로 써볼까?”
여자는 쓴 글을 어느 물리치료사에게 보여줬고, 그 물리치료사는 뜻밖에 글로 화답해주었어요. 조각난 뼈를 가진 여자인 조아라와 어느 물리치료사인 박원일이 주고받은 글은 <조각난 뼈를 가진 여자와 어느 물리치료사>의 모티브가 되었어요.

2016년에 환자였던 저와 물리치료사는 각자의 삶에서 불안정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고, 물리치료가 끝나면서 더 이상 소식을 알 수 없었지만 우리의 미래가 궁금했습니다. 각자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해져 공연으로 만들어지길 꿈꿔왔죠. 제가 사고를 통해 갖게 되었던 질문들은 여전히 질문들로 존재하고 있기도 해요. 

사고 이후 몸은 예전으로 돌아오지 않았지만 사고 덕분에 몸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고, 그 바라봄을 통해 춤을 추고 싶어져서 무용을 시작했죠. 그렇게 공연에 대한 청사진을 몸+소리+말을 넘나드는 피지컬 씨어터로 그리게 되었어요. 

뼈가 부러진 사건, 치료 과정과 고통 속에서 탄생한 상상들, 물리치료사와의 관계 속에서 얻은 화두들을 퍼즐조각처럼 모아 희곡을 쓰고 작품을 만들었어요. 

뼈가 부러지는 사건 이후 연극과 거리를 두었다가 이제야 연극으로 다시 돌아온 느낌입니다.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6년 만에 박원일 물리치료사와 다시 만났는데, 안정된 모습이어서 반갑고 뿌듯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삶의 방향성이 바뀌었고, 그로 인해 새로운 만남과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어요. 예기치 못하게 찾아온 사건은 비극이 아니라 행운일 수 있음을, 그리고 이번 작품을 여러 창작자들과 함께 풀어나갈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모두의 안전과 안정을 바랍니다. 
삶이여 만세!

2021년 12월 조아라

몸+소리+말로 직조된 피지컬 시어터
<조각난 뼈를 가진 여자와 어느 물리치료사는>는 여섯 명의 배우가 해설자, 환자, 물리치료사가 되어 말, 소리, 움직임을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구현하는 피지컬 씨어터이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신체 움직임, 음악적으로 말하기, 감정과 상태를 소리로 구현하기, 오브제를 활용한 움직임 등 다양한 연극적 상상력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며, 여러 관계가 뒤섞이며 연결되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따라가며 즐기면 공연을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너와 나 그리고 나와 나. 
가진 것이 없어도 이렇게 베풀 수 있어. 

삶 속에 우연처럼 등장한 사고 혹은 만남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떠한 태도로 삶을 살아가게 될까요?

우리 몸속에 존재하는 ‘요골두’와 ‘척골’. 
수직운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요골두’와 회전운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척골’의 사랑 이야기

삶에 우연처럼, 혹은 필연처럼 찾아온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태초의 이야기로 확장 되었다가, 조각난 뼈와 뼈 사이의 빈 공간을 들여다보며 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추적하기도 한다. 
또한 고통을 통해 ‘몸’을 들여다보며 서로의 관계가 쌓여가는 과정 속에서 나를 넘어 타자로, 세상으로 시선이 확장된다. 조각난 뼈, 여자, 남자, 어느 물리치료사...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통해 삶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