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4 3 데이터 스코어링>은 김시율의 <4 3>에서 시작한다. 이는 음악을 듣는 청자와 감각을 공유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이며, 과정 속에서 공진화를 도모하는 작가적 실험이다. <4 3>을 감상한 청자의 뇌파를 기록·분석한 뒤, 이 생체 데이터를 해석하여 실시간 악보를 만든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서사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4 3>은 어떤 감각으로 공유될까. 이번 국립극장에서 진행되는 공연 <4 3 데이터 스코어링>은 이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며, 무대 위 섬처럼 존재하는 작곡가와 연주자, 청자가 음악으로 연결되는 감각적 경험으로 이어진다.

줄거리

<4 3>은 제주라는 섬의 잔인한 역사와 꿈 같은 풍광 사이에서 슬픔 속에 베어든 ‘생’의 욕구에 대한 외부인이자 관찰자로서의 음악적 표현의 결과물이다. 제목 없이 숫자로만 이루어진 1~9번까지 곡을 순차적으로 듣노라면 음악가 김시율이 목도한 제주의 서사를 만날 수 있는데, 특히 6번에서 7번 곡으로 연결되는 과정 속에서 정교하게 쪼개지고 확장된 피리와 바이올린 선율은 청중의 감정을 고조시킨다. 곡 전반에 응용된 대위법은 피리와 바이올린을 어울리게 배치하여 곡 전체를 관통하는 다양한 불협화음 자체를 오히려 조화롭게 만들고, 바이올린의 피치카토 기법의 자연스러운 활용, 파문처럼 번져가는 반복적 소리,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과정이 이번 <4 3>에 녹아 있다. 피에 찌든 비극과 그 몸서리치게 슬픈 역사가 숨이 막히게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피어나는 순간을 음악적으로 표착하는 과정은 <4 3>이 매우 표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