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우리에게 스며드는 따스한 치유의 수다 한 편
연극<사라지다>는 거리두기에 지친 우리를 위로해줄 따뜻한 치유의 수다 한 판이다. 작가 이해성이 절기 이름을 따서 불러낸 인물들인 상강, 청명, 동지, 신정, 말복은 거실에 앉아 때로는 깔깔거리며, 때로는 눈물지으며 각자의 내밀한 사연을 주고받는다. 남성작가가 쓴 여성들의 이야기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생생하고 재미진 대사를 듣다 보면 왜 수다가 치유의 방식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알고 보면 아슬아슬한, 균열로 가득 찬 선, ‘경계’
연극 <사라지다>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바로 트랜스젠더 말복이라는 인물이다. 조카 친구들에게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지만 정작 자신의 내면과 마주할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쓸쓸하고 절실한 위로가 필요한 인물인 말복은 우리에게 낯설지만 뜨거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심리치료법, 친구들과의 수다
우리는 그간 모두 그리웠다. 친구가 그립고, 친구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가 그립고, 영화도, 연극도 그리웠다. 사람 간에 물리적 거리두기를 한다는 것이 이토록 심리적 경계선을 긋게 되는 일인지 우리 모두 몰랐었다. 다행히 ‘위드코로나’로 다시 친구를, 술자리를, 공연을 가까이 할 수 있게 된 지금 <사라지다>를 함께 보며 2021년 힘들었던 한 해를 겪어낸 우리 모두 서로서로 토닥여주면 좋겠다.

줄거리

말복의 아파트. 윤주의 친구들인 동지, 청명, 신정, 상강. 이렇게 네 명의 여자가 거실에서 영화를 보면서 훌쩍거리고 있다. 말복이 수선화를 들고나오며 잔소리를 해댄다. 말복은 윤주의 이모이자 트렌스젠더이다. 그들은 수다를 떨어대다가 때로 싸우기도 한다. 그 대화 속에서 그들의 아픔과 윤주의 부재가 드러나며 오늘이 그녀의 제삿날이라는 것도 밝혀진다. 그리고 마침내 보이지 않던 윤주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