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세계를 무대로 자신을 담은 음악을 포디움에서, 건반에서 펼쳐 보이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슈베르트—알베니즈—리스트로 이어지는 3인 3색의 세계로 가득찬 피아노 리사이틀로 돌아온다. 

이번 리사이틀의 시작과 마무리는 슈베르트와 리스트가 장식한다. 슈베르트의 네 개의 즉흥곡, 작품번호 90과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는 그들이 남긴 대편성의 관현악 작품이 아닌 피아노 단 한 대 만을 위한 곡임에도 불구하고 각 작곡가의 본질과 중심을 명료하게 제시한다. 또한 즉흥곡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악곡 형식의 경계 없이 자유로이 노래한 슈베르트와,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으로 이어지는 다악장의 정통 소나타 형식에서 벗어난 단일 악장의 거대한 소나타를 작곡한 리스트를 통해 그들이 생각했던 피아노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은 물론, 피아노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절대적인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슈베르트와 리스트 작품 사이에 자리한 알베니즈의 ‘이베리아’ 모음곡 2권이 스페인의 이국적인 색채를 통해 이 자유로움을 더욱 관능적으로 극대화한다. 이번 김선욱 피아노 리사이틀은 바로 이 자유로움이 첫 번째 키워드이다. 

그리고 우리가 자유의 파도에 침잠하는 순간, 시대를 뛰어넘는 작곡가 사이의 예찬과 경외가 바로 뒤이어 우리 귀를 스친다. 리스트는 슈베르트에 대한 존경심을 끊임없이 음악으로 풀어냈고, 알베니즈는 리스트에게 영향을 받아 화려한 비르투오소적 성격이 두드러지는 음악을 남겼다. 슈베르트와 리스트, 리스트와 알베니즈가 주고받은 음악적 영향도 관객들이 끊임없이 되새겨볼 만한, 이 공연을 관통하는 또 다른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프란츠 슈베르트, 이삭 알베니즈, 프란츠 리스트.
이 세 명의 작곡가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에게 자유로운 음악적 사유를 향한 이정표를 분명 제시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를 따라 걸어가는 발자국의 방향을 이번 김선욱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곧바로 조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