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가끔 어떤 기억이 훅 찾아와 일상에 깊숙이 침투하는 날이 있습니다. 하루 종일 그 기억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그런 날입니다. 어떻게 그걸 그렇게 오랫동안 전혀 의식하지 않고 살아왔나 놀라기도 합니다. 결국 나 자신이 그 기억을 철저히 외면해왔단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온 하루가 불편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모른 척을 해봐도, 계속 그것을 잊고 외면하려 해봐도 기억은 오히려 점점 선명해지고 그 기억이 일으키는 불편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러다보면 그 불편함이 없는 나의 삶은 굉장히 평안하지만 동시에 죽어버린 것이겠단 위기감을 느낍니다. 

우리가 철저하게 외면해오던 시간과 기억들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나누고 싶었습니다. 

줄거리

1984년 인도 보팔에 있는 유니언 카바이드 살충제 공장에서 가스 누출 참사가 발생하고 하루 밤 새에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유니언 카바이드 미국 본사의 법무팀에서 근무하던 해리슨은 이를 조사하기 위해 보팔로 간다. 하지만 해리슨은 살충제의 원료를 소진시키기 위해 고장 난 설비가 재가동되는 공장에서 일주일을 대기하게 된다. 공장이 언제 다시 폭발하여 가스가 누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간이 지나 2020년 미국의 한 가정집. 해리슨은 아내 리즈와 함께 이사를 가기 위해 집을 정리하던 중 창고에서 낡은 수첩을 발견한다. 수첩엔 해리슨이 과거 보팔 공장에서의 일주일의 기록이 담겨있었다. 해리슨이 수첩을 덮고 이를 다시 외면하려는 때에 조나단이라는 대학생이 해리슨을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