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날카롭고, 아름답고, 그로테스크한 SF의 거장 호시 신이치의 세계가 극장의 문을 두드린다!
지난해 초연한 <순교>는 일본 SF 소설의 효시라고 불리는 작가 호시 신이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호시 신이치의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여성 혐오, 폭력, 성별 구분과 같은 통속성을 배제하고, 구체적인 지명이나 인명 등의 고유명사도 그다지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유연한 발상화 사물의 본질을 적확하게 꿰뚫은 그의 시점은 관객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세계로 인도한다. 발표된 지 50년이 훌적 지났음에도 전인철 연출과 극단 돌파구가 그의 소설들을 탐구하고, <순교>로 다시 한번 관객과 만나려는 이유이다. 죽음 이후의 세계가 낙원과 같은 평온함과 행복감을 준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죽음이 도처에 있는 지금, <순교>는 믿음과 죽음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어둠 속 오직 소리와 빛으로만 채워진 작은 연회장.
이곳에 초대된 관객들의 상상으로 연극은 시작된다!
전인철 연출은 같은 작가의 작품을 무대화한 전작 <나는 살인자입니다>에서 작가의 세계를 무대와 영상, 배우의 신체 움직임으로 시각적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이번 <순교>에서는 관객이 배우의 발화에 집중해 텍스트를 따라가고 이미지를 상상하도록 공간을 비우고 오직 소리와 빛으로만 채운다. 재공연을 준비하며 새로이 참여한 네 배우들은 극장을 동그랗게 둘러싼 의자에 앉은 관객에게 표정과 톤으로 온전히 텍스트를 전달한다. 극단 돌파구는 최근 젠더, 소수자를 주제로 리서치하며 작품에 맞는 배리어프리 형식을 시도하고 있다. 극장을 들어서면 마주하는 어둠. ‘보는’ 게 아닌 ‘듣는’ 감각에 집중하면, 어느덧 머릿속에서 <순교>의 무대가 완성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줄거리

"어떻습니까? 죽어보니까 느낌이?"
"생각보다 훨씬 좋아요. 이렇게까지 상쾌할 줄을 몰랐습니다."
어느 날 저녁, 작은 연회장. 짧은 종소리와 함께 단상 위로 한 남자가 나타났다. 발명품이라며 그가 사람들 앞에 내놓은 것은 '영적 세계에 있는 자들과 통신할 수 있는 기계'다. 처음엔 이 기계를 통해 그간 인류를 괴롭혀 온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할 수 있다는 남자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스피커 너머로 죽은 그의 아내 도라코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서서히 웅성거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