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제작배경
극단 노뜰은 창작 중심의 예술 단체이고, 아뜰리에 게켄은 예술가를 발굴하며 가능성 있는 예술가들을 성장시키고 소개하는 역할을 해온 극장이다. 두 단체가 만나 창작과 제작,마케팅 영역에서 개별/공동의 역할만 잘 구성한다면, 향후 완성도 있는 제작 시스템과 제작 리스크의 최소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 보고, 이에 아뜰리에 게켄과의 공동제작이 합의되었다. 그간 극단노뜰의 공동제작경험에 비춘 아뜰리에 게켄과의 작업은 또 다른 형태의 성과인데, 민간극장과 예술단체 간 시스템의 분업화, 체계화에 대한 부분일 것이다. 또한, 재능 있는 양국 예술가 및 제작스태프, 프로듀서가 참여함으로써 개별역량의 강화, 전문성 및 장기적인 파트너ship 역시 중요한 성과이다.
2008년 여름 아뜰리에 게켄의 프로듀서가 노뜰의 창작공간 후용공연예술센터를 다녀갔고, 이듬해 공동제작제의가 있었다. 이후 게켄(Gekken)에서 두 차례 워크숍과 오디션으로 4명의 일본배우를 선발하였다. 극단노뜰의 배우 이지현, 이은아, 윤상돈, 엄주영씨를 포함 총 8명의 배우와 연출가는 4월부터 후용공연예술센터(원주), 아뜰리에 게켄(교토), 교토아트센터(교토)에서 리허설의 시간을 갖었다. 공연은 아뜰리에 게켄을 시작으로 후용공연예술센터, 대학로 연우 소극장에서 이루어지며, 2011년 일본 내 투어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 작품은 공통의 역사, 주제의식을 동시대적으로 해석하고 이해하려는 창작 작업이며, 역사에 대한 직접적인 이야기 보다는 동시대적 고민을 통해 관객에게 길을 묻는 작업이다. 이 연극은 잘 가꾸어진 정원의 꽃이 아닌, 벼랑 끝에서 살아남은 꽃처럼 끊임없이 자기존재를 찾아 떠다니는 세자매 혹은 다섯 자매에 관한 이야기다. (연출가 원영오)

작가의 글
경주의 나자레원은 보통의 노인시설과는 달리 ‘일본인 부인’이라 불리는, 여든을 넘긴 할머니들이 살고 있다. 전쟁 전이나 전쟁 중에 조선인 남자와 결혼해 한반도에서 살아온 일본인 여성들이다. 결혼해서 한반도로 건너왔거나, 어릴 때, 혹은 태어나기 전에 가족이 한반도로 이주하면서 살게 되었다. 그 경위는 모두 다르지만, 일본의 한반도 지배와 패전, 그리고 한국전쟁과 여러 가지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족을 잃거나 일본에서도 의지할 곳 없이 떠돌게 된, 그래서 운 좋게 겨우 다다른 그런 장소다.

과거 일본이 한반도에 남긴 상처에 대해서는 나름의 지식도 갖고 있었지만, 나자레원에 대해서는 내가 거기에 가보기 전까지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금방 나오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정보’다. 나자레원을 실제로 방문하고 나서야 그러한 것들이 많을 거란 생각을 했다.

즉, 세상에는 아직 그 존재마저도 모르는 것이 있다는 사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런 일상의 감각이니까, 존재조차 모르는 것을 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니까, 나는 적어도 알려지지 않은 존재가 어딘가에 확실히 있다는 것만은 기억해두려고 한다. 그러한 것들에 대한 상상만큼은 그만두지 않을 생각이다.

공연은 나자레원의 할머니들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 작품과 씨름할 때는 언제나 그 장소와 할머니들이 머릿속에 있었다.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 그들을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국가와 법, 보이지 않는 권력의 폭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살아남은 할머니들의 여로. 그리고 20년 후, 거기엔 아무도 존재하지 않게 되어버린다는 사실. 나자레원 그 자체가 사라져 간다는 것. (글. 타네베 쯔요시, 번역. 이성곤)

줄거리

#어느 시대인지도 모르는 먼 세계
큰 전쟁이 있었고 그 혼동에서 사람들이 겨우 벗어날 무렵. 그 도시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온 세자매. 전쟁에서 아버지가 죽자 이방인이란 이유로 도시에서 추방당한다. 아버지는 자신이 죽으면 딸들이 도시에서 추방당하게 되는걸 예측하고 고향을 찾아 떠나라고 했다. 아버지가 이야기 한 고향은 바다건너 동쪽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낯선 사막 그리고, 낯선 집
세자매가 고향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죽은 아버지의 형님의 집을 찾아가는 것이다. 아버지의 지시대로 몇 날 며칠 사막을 걸어걸어 큰아버지가 있는 황야 속 마을에 도착하지만, 아버지가 알려준 큰아버지의 집이 아니다. 세자매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세자매 그리고 두 여자
한 여자가 나타난다. 그녀는 자신도 자매라고 한다. 하지만 함께 사막을 걸어왔던 세 자매는 아무도 그녀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녀는 함께했던 유년시절을 이야기하지만 진실성이 없다. 그럼에도 세 자매는 혹시 네 자매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 찰나 큰아버지의 대리인이라는 변호사가 나타난다. 변호사가 전하는 말이, 큰아버지의 도움으로 고향을 갈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세자매 뿐이라고 한다. 갑자기 자매라고 나타난 한 여자와 세자매. 증거가 될만한 기억을 이야기 하지만, 변호사에겐 증거자료가 될 수 없는 기억들이다. 큰아버지에게 사정을 해볼 생각을 갖고 있지만, 몸도 마음도 지치고 계속 불안해 하는데, 거기에 또 자매라는 한 여자가 나타난다.

#세자매 혹은 다섯 자매
그렇게 모인 다섯 여자들은 누가 자매인지 아닌지,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증거될 만한 근거가 충분치 않다. 불안감은 계속되고, 다시 나타난 변호사는 마지막에 온 여자가 자신이 정확히 알고 있는 세자매 중 한 사람이라고 결정짓는다. 긴장하며 네 번째 여자가 갑자기 아버지가 보냈다는 편지를 증거로 내보인다. 그러나, 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도시에서 쫓겨나 사막을 가로질러 온 세자매는 이렇다 할만한 증거가 없다.

#unfamiliar
이에 변호사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셋 중 한 명만이 진짜라고 결론짓는데, 다시 한번 사막을 걸어온 세자매가 살던 집의 기억이며, 구조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그 기억들 역시 서로가 기억이 다르다. 점점 고향으로 갈 가능성은 사라지고, 뭣보다 서로들 불확실한 관계에 맥이 빠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