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낭랑긔생>은 실존 인물인 권번 기생 강향란을 모티브로 쓴 팩션이다. 강향란(姜香蘭)은 강향란(姜向爛)이 되었다. 실존 인물 강향란은 자유연애의 실패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성공을 위해 내달린 사람이다. <낭랑긔생> 속 강향란은 세상의 무시와 부당함에 맞서기위해 머리를 자른다. 밑바닥이라 할 수 있는 집에서 ‘간난’이란 그저 그런 보통명사로 불리던 그가 권번에 들어가 ‘향란’이란 이름을 얻고, 글을 배우면서 세상과 만난다. 무엇이, 왜 잘못되었는지 따져 물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런 질문은 주변인들로 인해 더욱 생명력을 가지고 강해진다. 

줄거리

“나는 시집 안가고 평생 어머니랑 살 건데. 이렇게 마주 앉아 바느질하고 노래 부르면 밥 안 먹어도 배부른데” 거짓말이 아니었다. 간난은 그 소박한 순간만 지켜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폐병으로 하루가 다르게 야위는 엄마를 대신해, 간난은 삯바느질을 하며 일당을 벌었다. 그마저도 약값이 들어가는 날이면 끼니를 굶어야 했다. 그래도 엄마 앞에 가면 노래할 힘이 났다. 꾀꼬리 같은 소리가 시장통에 퍼져 노래꾼이란 소문도 났지만, 간난을 노래하게 하는 사람은 엄마뿐이었다. 문제는 이따금 찾아와 집안을 뒤 흔들어 놓고 가는 간난의 아비였다. 술과 노름에 빠져 몇날며칠을 떠돌다가 돈이 똑 떨어지는 순간에 집으로 와서 행패를 부렸다. 저 닮은 아들이 필요하다는 끔찍한 소리를 짓거리며 모녀를 괴롭혔다. 그날도 간난의 아비가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데 불쑥 연홍관 사장 임시봉이 찾아왔다. 밀린 외상값을 요구했지만, 간난 아비 주머니에 돈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때 임시봉의 눈에 벌벌 떨고 있는 간난이 눈에 띄었다.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우든가“. 간난에게서 기생 싹수가 보인다는 임시봉의 개똥철학이 간난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빚값으로 팔려간 간난은 임시봉의 손에 이끌려 한동 권번에 들어갔다. 

한동 권번의 권번장 차순화 밑에서 훈련을 받게 된 간난. 춤과 노래를 배우고 허드렛일까지 도맡아 하루가 부족할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냈지만 빚은 줄어들 기미가 없었다. 집에 홀로 있을 엄마를 생각 하면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다. 당연히 권번 아이들과의 사이도 좋지 않았다. 친절한 은희에게도 마음 주지 않았고, 텃세부리듯 사사건건 시비 거는 정숙과의 갈등은 점점 커져갔다. 날이 갈수록 권번을 벗어나고 싶은 간난의 마음은 커졌다. 이런 간난의 모습을 본 순화의 마음도 좋지 않았다. 서럽고 독기 가득한 눈.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 같았다. 제 어미처럼 기생은 안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권번까지 물려받아 살고 있으니 타고난 게 기생 팔자였나 싶었다. 간난의 뜨거운 눈. 울부짖는 목소리. 이대로 놔뒀다가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순화는 간난을 불러 타이른다. 그리고 어머니의 약값을 해결해주기로 약속한다. 순화의 배려에 간난은 마음을 연다. 돈을 벌어 어머니와 함께 살려면 착실히 배워서 얼른 기생이 되는 편이 나았다. 순화는 간난에게 향란이라는 기명을 지어준다. “향할 향, 빛날 란. 빛나는 곳을 향하라는 뜻이다.” 간난은 기생 강향란으로 새로운 인생길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