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내가 모르더라도, 또 당신이 모르더라도 
우리는 언젠가 어디서인가 다시 만나고 
또 만나고 다시 만나고..."

우리가 잊고 있던 기억들 - 소중한 뿌리, 사랑과 상처, 부끄러움, 그리움들이 
나뉘고 섞이어 담겨 있는 다섯 개의 연극!

기획의도 
많은 외세의 개입으로 점철돼 온 20세기,
선망과 과시의 대상, 혹은 경원시와 비하의 대상이기도 했던 외래... 
그것들은 이제 우리의 뼈와 살 속에 스미어 있다. 
그리고, 우리의 뼈가 튼실해지고 살이 단단해지는 동안 
피붙이를 중시하는 우리 공동체의 경계에 머물렀던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준 상처, 그리고 그에 대한 미안함... 
<오슬로에서 온 남자>는 가슴 속에서 살며시 지워버린 
이러한 마음들을 무대에 열어 보고자 하는 작품이다.

줄거리

사리아에서 있었던 일 :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났던 남녀가 우연히 서울의 등산로에서 다시 만난다. 둘은 사리아에서 만났던, 시종일관 사뭇 시비조였던 노르웨이 노인을 떠올린다. 

해방촌에서 : 주인이 부재중이라 집을 내보이지 못한 중개사가 여성 고객을 데리고 사무실로 들어온다. 사무실을 지키던 남자까지 가세해 그녀를 잡아두려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가버린다. 두 남자는 여자가 떠난 뒤 해방촌에 관해 뒷얘기를 나눈다.

노량진 - 흔적 : 노량진에서 성장했던 세 남매가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겨둔 땅 문제로 모인다. 자연스럽게 대화는 미군부대에 다니시던 아버지, 그리고 동료 노무자들에 대한 기억들로 이어진다. 엄마를 좋아했다는 해방촌 남자, 그의 이야기에서 세 남매는 말을 멈춘다. 

오슬로에서 온 남자 : 유년시절 노르웨이로 입양 갔던 욘 크리스텐센. 문득 생모를 찾고 싶어 때늦은 나이에 한국으로 온 욘. 자신의 흔적을 찾던 4년 동안의 노력이 무위에 그치고... 그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어 그를 위로하고팠던 봉사자와 연출가의 연습실에 느닷없이 그의 부고가 전해진다. 

의정부 부대찌개 : ‘의정부부대찌개아줌마집’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1주기, 가족들이 모인다. 어머니와 미군부대 주둔 시절을 회상하며 의정부식, 송탄식 부대찌개 맛의 가치를 논하던 중 둘째가 부대찌개집을 이어서 하겠다 말한다. 어머니와 함께 일했던 베트남 처녀 띠아가 있어 낼 수 있었던 용기. 띠아는 어떻게 할머니와 만났는가, 그 사연에 가족들은 귀를 기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