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E-flat 장조 작품73 ‘황제’
호쾌함과 장대함, 거침없는 박력과 에너지, 때로는 부드러운 선율로 사로잡는 베토벤의 음악은 언제나 힘을 준다. 조성 음악의 최고의 정점이자 음악적 휴머니즘의 충실한 실현자이면서 인간 해방의 갈구와 함성을 내질렀던 베토벤은 영원한 음악적 이상이자 고전이다. 그의 많은 장르 가운데서 피아노 협주곡은 관현악이라는 전체와 피아노라는 개별이 갈등과 긴장을 유지하면서 조화와 합일을 이뤄나가며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이루고 있다. 그 최고봉에 제5번 <<황제>>가 있다. <<황제>>는 특정인물을 나타내는 말이 아니라 이 협주곡이 담고 있는 음악적 내용과 성격이 황제처럼 강력하고 모든 협주곡의 왕과 같은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누군가가 붙인 것이다. 이 말이 무색치 않을 만큼 이 협주곡은 당당하게 호령한다. 이 협주곡은 1809년에 작곡을 시작하여 1810년에 완성되었으며 1811년 라이프치히의 게반트하우스에서 초연되었다.

브루크너/ 교향곡 8번 c단조
부르크너는 브람스, 말러와 함께 낭만주의 교향곡 역사의 최정점을 이루고 있다. 하이든,모차르트, 베토벤과 대비되는 이 세 사람의 교향곡 작곡가는 순수 음향에 의한 삶과 세계의 탐구라는 철학적 난제에 도전하여 풍성한 성과를 이뤄낸다. 그의 교향곡들은 오늘날 19세기 교향곡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당대에는 많은 적들과 몰이해 속에 팽개침을 당해야했다. 그러나 그는 말러와는 또 다른 맥락에서 베토벤이 교향곡을 통해 제기했던 철학적 문제를 음악적으로 해결해 보이고자 했다. 그의 음악은 베토벤적인 역동성과는 너무 다르다. 얼핏 풀어헤쳐진 듯한 형식적 이완은 음향층의 다층성과 복합적 쌓아올림을 특징으로 하는 느린 흐름과 쌍을 이룬다. 그것은 웅장하고 장엄한 정적인 세계, 거대한 중세의 고딕이나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성당들을 연상시킨다. 그것은 생생한 음악적 사건들이 부딪히는 투쟁의 세계가 아니라 압도적인 숭고함의 세계이다. 가톨릭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위기에 처한 서양문명에 대한 반추라고나 할까.
교향곡 제8번은 1884년 60살에 작곡을 시작하여 1887년 완성되었고 여러 차례의 수정을 거쳐 오늘날에는 보통 1890년 수정본을 많이 연주한다. 초연 때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한슬릭조차도 부르크너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정도로 부르크너의 교향곡의 정점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