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기획 의도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전 세계를 뒤덮은 전염병의 여파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이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누군가는 가족뿐 아니라 내 고향, 나라를 잃을 수 있는 
위기에 처해 지금 이 순간에도 목숨을 내놓고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하여 그 소중함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연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었던 공간, 시간... 이 모든 것의 소중함을 이제서야 깨닫습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 모든 순간을 돌아보니 모든 것이 '상실'이었습니다. 
이 공연은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는 ‘나’의 이야기입니다. 
공연을 통해 누군가는 위로와 용기를, 또 나의 일상을 돌이켜보며 지금의 소중함을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줄거리

장면 소개 (1. 잠금 해제 (unlock) 2. balloon 3. 피자를 더 많이 먹는 방법)
01. 잠금 해제
* 자아 상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반복되고 지루하고 지친 일상 속에 무력감과 상실감을 
느낀 주인공이 사랑하는 존재로 인해 극복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나는 매일 조금씩 죽어가고 있었다. 모든 감각이 무뎌졌다. 그때 무심코 들었던 노래 한 곡이 내 마음에 꽂혔다. 무언가 가슴을 탁 치고 울컥거리는 느낌이 정말 오랜만이었다. 
노래 속 가수의 음성과 음률은 보이지 않는 나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같은 노래를 반복 재생하며 집으로 돌아가던 길 문득 내가 지금 이 순간
들을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볼 수 있다는 게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증명했다. 나는 살아있었다. 사랑하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나를 존재케한 우리 엄마... 그들이 없었다면 분명 나는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을 비추는 이 장면들을 통해 나와 같이 힘든 순간을 보냈을 혹은 보내고 있는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다.
[자아 상실] 너무 힘들겠지만 우리 함께 버티고 살아내보자고.
[나는 당신도 언젠가 나처럼 상실을 상실했으면 좋겠다.] 

02. balloon
* 남녀 간의 관계 상실(이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풍선을 분다는 행위로 사랑을 표현했고 이별 했던 시점부터 만났던 시점까지 역행으로 진행되며 같은 공간 속에 혼자 남은 여자가 남자를 잊어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남)
안녕. 이름이 뭐야? 번호 좀. 뭐 해? 나랑 놀자. 주말에 뭐해? 전화 할까? 
잘자. 바빠? 좋아해. 나랑 사귀자. 내가 진짜 잘할게. 보고 싶어. 너 밖에 
없어. 사랑해. 너 진짜 예쁘다. 평생 내 옆에 있어. 미안해. 연락 온 줄 몰랐어. 
화났어? 진짜 미안해. 바빴어. 왜 그래? 울어? 알았어. 이따 연락 할게. 
또 시작이네. 그만 좀 해. 진짜 짜증난다. 그 날은 시간 안될 거 같은데. 
나중에 보자. 애도 아니고 징징대지 좀 마. 집착 하는 거야? 시간 좀 갖자. 
당분간 연락 하지마. 생각해봤는데 우리 그만하자. 미안. 좋은 남자 만나. 
(여) 
안녕. 내 번호? 이제 자려고. 너 진짜 재밌다. 주말에 아무것도 안해. 전화 걸어도 돼.
너도 잘자. 무슨 일이야? 글쎄. 그래. 사귀자. 나도 보고 싶어. 사랑해. 당연하지. 
평생 네 옆에 있을게. 바빠? 연락이 없길래. 화 안났어. 요새 왜 그래? 서운해. 문자 한 번 남기는게 어려워? 벌써 몇 번째야. 지친다. 왜 나한테 거짓말 했어? 화났어? 미안해. 그럼 언제 볼 수 있어? 집착 하는 게 아니라. 왜 그래? 미안해. 가지마. 그래.
헤어지자.
Fin. 

03. 피자를 더 많이 먹는 방법
* 욕심 많고 이기적으로 비춰 지는 승민과 승민에게서 벗어나 주도권을 찾고자 변화한 준의 모습을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나타내고자 했고 둘의 입장 차이를 보이는 대사들과 다소 우스꽝스러운 피자 먹는 장면, 얼굴에 맞는 장면, 팝콘이 던져지는 슬로우 모션 등을 통해 각 나라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이들의 싸움으로 인해 피해는 고스란히 알바생인 하영에게 떠 넘겨진 모습을 비춤으로써 각 나라의 무고한 시민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 같이 연습실을 운영하며 사업을 해오던 승민과 준. 
그들은 상호 합의하에 분리되며 각자의 사업을 키워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피자집에서 피자를 먹던 중 승민에게 쌓였던 준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험악해지는 분위기 속 결국 승민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준의 얼굴에 피자를 던지고 마는데...!
그들이 떠난 자리에 남겨진 알바생 하영에게 닥친 불행..! 과연 이들의 운명은? ]
최근 일어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보며 21세기에 전쟁이라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을 했다. 나는 이 장면을 통해 정치적인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나는 어떠한 권력도 쥐고 있지 않은 평범한 한 시민으로서 그들이 차지하고자 하는 것과 이들이 차지하고자 하는 피자 한 조각과 다른 게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피자를 먹으려다 결국 피자는 날아가 버리고 그들이 퇴장한 자리는 엉망이 되어 뒷정리는 
하영에게 떠 넘기는... 대의와 명분을 앞세워 떠난 길 뒤에 남겨진 이 모든 것은 누가 책임을 질 수 있을까? 아니, 이미 사라진 것들에 대해 과연 책임은 질 수 있는 것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