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푸른 늑대의 후예'라고 불리는 어느 몽골 부족에서는 겨우 열 살밖에 안 되는 아이들이 영하 40도의 혹한에서 약 80km의 황야를 말과 함께 달려 돌아오는 성인식을 치른다. 10여 년 전 이 이야기를 처음 들은 이후로 내 귓가에는 위험한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이들의 함성이 불쑥 불쑥 들려왔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험난한 여정과 그 여정을 마친 후에 찾아오는 환희에 관심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얼마 전 생각이 바뀌었다. '그 출발선에 선 아이들은 어떤 마음일까?'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환희는 사라지고 출발선에 서서 고민하는 아이들의 눈매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연극 <푸른 늑대의 후예>는 어쩔 수 없이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 현실이라는 '혹한의 황야'를 내달려 나아가야 하는 두 아이의 성장기다. 웹툰 작가 지망생인 '채린'은 몽골 성인식으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주영'은 동생들을 두고 '집'을 떠나는 게 망설여진다. 극 중에서 환상과 사실이라는 이질적인 두 요소가 서로의 이야기를 보완하고 충돌한다. 너무 냉혹해서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이 아이들의 현실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하다.

* 이 공연의 바탕이 된 몽골 성인식 아이디어는 200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의 <청소년 연극>(지도교수 김우옥) 수업에서 발굴되었습니다.
 

줄거리

어느 작은 시골 마을 편의점에서 담배 도난 사건이 발생한다.

아동보호시설에 살고 있는 만 18세 주영.
주영은 시설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사건의 범인으로 ‘자연스레’ 지목당한다.
소문은 점점 사실처럼 되어 가고, 주영은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진짜 범인을 잡기로 한다.

주영의 유일한 시설 친구인 채린.
예고에 다니며 학교 기숙사에서 사는 채린은 웹툰 작가가 꿈이다.
채린이는 성인식을 준비하는 몽골 아이들을 소재로 만화 ‘푸른 늑대의 후예’를 그리고 있지만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학교 기숙사 공사 기간,
어쩔 수 없이 시설에 돌아온 채린은 범인을 찾다 지쳐 잠든 주영을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