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죽어서 집이 되고도 자의식이 있다는게,
이기적인 에고이스트에게 주어지는 형벌일까?

는 기존의 삶으로부터 추방되고 내몰린 자들의 이야기다. 죽음을 위해 찾아간 타국, 기존의 언어와 경계 바깥으로 내몰려 한없이 약해진 에고(ego)들에게 찾아오는 탈존의 구원. ‘나’라는 말(언어)이 깨져버린 자리에 가만히 스며 들어오거나 때때로 쳐들어오는 타자들을 통해, 기적처럼 변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하고자 한다. 는 처음부터 타자성으로 들끓고, 결코 확정되지 않는 정체성을 가진 내레이터의 존재로부터 출발하는 희곡이다. 우드 와이드 웹과 같은 비인간 네트워크를 지닌 검은 숲을 주요한 공간 배경으로 설정한다.

를 통해 상호의존의 세계, 일원론의 세계, 시공을 뛰어넘는 모든 생명들의 연결을 보여주고자 한다.

줄거리

독일의 검은 숲. 죽으러 온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바로 그 숲 근처에 집 하나가 있다. 천재 한국인 여성 건축가가, 기존의 집을 허물어 다시 설계하고 지은 집이다.
이모였지만 사실은 외삼촌에 가까운 사람이었던 설계자는 30대의 이른 나이에 과로사하고, 그의 영혼이 그가 설계한 집에 깃든다. 그의 영혼은 외로운 집에 25년 동안 갇혀서 끝없이 과거의 부족한 기억들을 형벌처럼 곱씹고 있다.
비가 내리는 봄, 엠마라는 60대 한인 무용수가 근육이 굳어가는 전직 무용수 남편과 함께 그 집에 쳐들어온다. 평생 남편의 병간호를 하며 살던 엠마가 남편의 죽음을 연습하기 위해, 혹은 유예하기 위해 외딴 마을에 있는 설계자의 집을 사서 남편과 함께 떠나왔다.
엠마는 설계자의 집을 스스로 죽으러 가는 사람들이 결단의 순간까지 머무를 수 있는 여관으로 만든다. 엠마는 방치된 집을 돌보기 시작하며 새로운 일상을 살아간다. 엠마의 여관으로 이른 죽음을 결정한 사람들이 찾아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