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누군가의 상처를 마주 할 때, 견고딕의 굳은 마음이 녹기 시작한다.’

<견고딕-걸>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 
그 뒤에 남겨진 이들의 갈등과 고통을 다룬다. 
인생의 많은 부분은 설명할 수 없는 막막함으로 채워져 있으며, 
그것은 어쩌면 삶의 본질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희미한 빛과 촉각에 기대어 어둠을 통과하듯 
막막함 속에서 길을 찾는 인물들의 상황과 갈등을 통해 질문해본다. 
어둠이 삶의 본질이며, 어둠의 끝에는 역시 또 다른 어둠이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줄거리

“나 견고딕체로 말한다. 내 인상 내 인성 내 인생에 신경 끄라고!”

나 김수민.
새까만 고딕 룩, 고딕 메이크업 속에 나를 숨기고 살지.
새까만 비닐봉지 속에 나를 넣고 꽁꽁 얼리고 있지. 
왜냐고? 

어느 날 쌍둥이 동생이 참혹한 살인을 저지르고 제 목숨도 끊어버렸어. 
동생은 왜 아무 잘못 없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거지?
피해자의 가족은 가슴에 대못이 박혀서 살 수가 없다는데, 쌍둥이인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봐, 내 발 밑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어. 거대한 씽크홀이 생겼어.
거대한 검은 입이 나를 삼키고 있어. 엄마는 블랙홀에 빠져 울부짖고
아빠는 맨홀에 빠져 허우적거려. 

가해자의 쌍둥이 언니로, 가해자와 똑같은 얼굴로 살기 힘겨워. 
난 나의 얼굴도 이름도 바꾸기로 했어.

그 전에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어. 
가해자의 얼굴로 
가해자의 쌍둥이 언니로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