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가을을 알리는 9월의 첫날, 마지막 세 번째 시리즈에서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트리오 두 곡’과 그의 스승이었던 아렌스키의 ‘피아노 트리오 1번’이 나란히 연주된다. 본 공연에는 그간 여러 번 합을 맞춰 온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 첼리스트 송영훈,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올라 섬세한 호흡을 선사할 예정이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트리오는 낭만주의 실내악을 통틀어 빼놓을 수 없는 수작으로, 두 작품 모두 애가(哀歌, elegiaque)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작곡가 사후에 발견된 단악장 형식의 ‘피아노 트리오 1번’(Op.Posth)은 19세에 작곡된 곡으로 슬라브적인 우수가 강하게 드러나며 차이콥스키 피아노 트리오와도 흡사한 형식을 띠고 있다.

‘피아노 트리오 2번, Op.9’는 선배 작곡가 차이콥스키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써 내려간 작품으로, 러시아 작곡가들은 피아노 트리오라는 장르를 통해 고인을 추모하곤 했다. 차이콥스키 역시 자신의 피아노 트리오를 통해 스승 안톤 루빈스타인을 기린 바 있다. 함께 연주될 아렌스키의 ‘피아노 트리오, Op.32’ 중 3악장의 부제 역시 ‘Elegia’.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세 작품 모두 애절하고도 가슴 아픈 정서가 곡 전체를 관통한다.

피아노 트리오는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가 서로의 개성을 뚜렷이 하면서도 궁극의 조화를 이루어내야 한다. 비통한 정서가 표현되어야 하는 작품일수록 세 연주자는 깊은 내면의 대화를 거쳐야만 한다. 라흐마니노프가 말하고자 했던 elegiaque를, 노련한 관록의 세 연주자들이 펼쳐내는 애절한 호흡으로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