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1+1, 오태석이 만드는 한국과 일본의 색다른 만남
이번 공연은 좋은 연극 두 편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드문 기회가 될 것이다.
2010서울연극올림픽을 통해 한일 양국의 작품이 한 연출가에 의해 다시 한 무대에 올려진다.
먼저 공연 “분장실”을 통해서 비록 형식은 현대극이긴 하지만 일본 고유의 단단한 짜임새가 보여주는 비장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면, 다음 공연인 “춘풍의 처”에서는 한국인의 고유 정서라고 할 수 있는 해학과 한국 대표적 공연 형태인 봉산탈춤의 형식을 통해 한국 김치 속 설겅 설겅 썰어 넣은 무와 같은 넉넉한 비움의 미학을 보여줄 것이다.
이것으로서 오태석만의 1+1 공연, 즉 공연을 통해 한국과 일본을 비교해 볼 수 있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프로시니엄 아치로 들어간 동양 연극의 나갈 길을 모색하다
동양 연극이 현대에 와서 세계 속 공연으로 거듭나기 위한 시도들은 여러 가지로 진행되어 왔지만 역시나 프로시니엄 극장 속으로 들어가야만 한다는 숙명 속에서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은 프로시니엄 극장 속으로 동양적 극 형태가 들어갔을 때 어떤 방법을 취해야 살아남을 것인가를 통찰하는 또 하나의 실험적 공연이 될 것이다.
그것은 이번 공연의 목적이 프로시니엄 극장 속에서 그 특유의 엄숙함을 깨고 관객과 함께 어울렁 더울렁 호흡하는 진정한 동양적 공연 형태가 되살아나는 것을 보여주는 공연을 만드는데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보여주고 보는 것을 즐기는 것에서 벗어나 관객과 공연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참된 동양 공연 형식의 미학을 일깨우는 단초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세계 연극올림픽의 출전작 - 한일 양국의 연극을 한번에 보다.
한국의 고유 정서라고 할 수 있는 해학과 한국 대표적 공연 형태인 봉산탈춤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춘풍의 처”와 비록 형식은 현대극이긴 하지만 일본인 고유의 비장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분장실”이라는 공연을 통해 한국과 일본을 비교해 볼 수 있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가깝지만 서로 다른 정서를 지니고 있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공연이 한 사람의 연출가를 거쳐 어떻게 보여질 수 있는지 비교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분장실>
가슴 한 구석에 남아있는 이야기 <분장실>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사람, 기회가 닿아도 놓쳐버리는 사람, 희망조차 품지 못하고 아예 포기해버리는 사람 등 저마다 다양한 사연들을 가슴에 안고 산다.
주역을 연기하지만 여배우로서의 삶이 잔혹하다고 느끼는 여배우, 생전에 주역을 한 번도 못해본 게 한이 되어 죽은 뒤에도 분장실에 머무는 두 여배우 귀신. 다른 배우의 배역을 빼앗고 싶은 여배우....의 이야기 <분장실>은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있는 일’과의 사이에서 괴리를 느끼며 사는 모든 현대인들의 답답한 가슴을 어루만져 주는 공연이 될 것이다.

사색과 유희와 환상의 열기로 가득 채운 작품
<분장실>은 일본을 대표하는 극작가 시미즈 쿠니오 의 원작으로 방대한 삶의 주제를 깔끔하고 쉽고 편하 게 표현하었으며,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들이 많은 작 품이다. 오태석이 이 작품에 우리말의 운율을 가미하여 각색, 연출하였다. 오태석 특유의 연출 색깔로 현실의 세계와 죽은 유령들의 세계가 천연스럽게 공존하는 분장실 공간은 관객을 훤히 비추는 대형거울과 바퀴 달고 굴러다니는 화장대, 그리고 러시아풍의 음악, 브레히트 극의 음악 등 다양한 연극적 오브제가 가득, 극의 재미를 더한다.

<춘풍의 처>
멍석 한 장에서 벌어지는 오태석 대표연극 <춘풍의 처>
1976년 오태석은 고전<이춘풍전>을 전통탈춤과 꼭두각시 놀음의 미학을 기본으로 거침없이 뒤집고 재해석해 <춘풍의 처>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리고 그는 “멍석 한 장 깔만한 자리면 상연이 가능한 물건”이 되길 바랬다. 어느 덧 이 작품은 춘풍의 처의 삶과 죽음을 중심으로 온갖 인물들의 능청맞은 이야기가 펼쳐지며 연극계와 학계의 호평을 받고 ‘오태석’ 하면 바로 떠오르는 작품으로 대표 레퍼토리 연극이 되었다.
또한 오태석은 이번 작품에 어느 때보다도 고유의 3.4조 4.4조의 우리운율을 가득 담았다.
2009년 <춘풍의 처>는 멍석 한 장에서 벌어지는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소리와 몸짓, 오태석만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우리의 무의식 깊은 곳에서 고향의 정서와 함께 질펀한 신명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통쾌한 해학, 신명나는 볼거리가 가득한 공연
유희적이고 코믹한 요소로 관객을 포복절도 시키는 <춘풍의 처>는 과감하고 투박한 몸짓, 활력이 넘치는 에너지, 거짓에 대한 대담한 폭로는 익살과 풍자로 통쾌한 마당극을 보듯 매 장면장면이 흥겹다. 한량 남편 ‘춘풍’, 그를 찾아 나선 본 마누래 춘풍의 ‘처’, 평양명기 ‘추월’ 모친의 치병을 위해 수중에서 올라온 ‘이지’와 위급할 때마다 나타나 박치기로 혼내주는 ‘덕중’, 그 박치기에 봉사가 된 ‘부’, 부와 함께 밀수꾼인 ‘자’, 춘풍의 죽은 세 아들이 분한 ‘옥리’ (솔방울에 맞아죽은 장자와 미꾸라지 잡다가 물에 빠져 죽은 차자, 하도 귀여워 어루다가 경끼로 풍에 걸려 죽은 삼자)등 생략과 비약을 통해 탄생된 인물들은 공연 내내 신명나는 우리소리와 몸짓으로 관객과 함께 호흡한다.

줄거리

<분장실>
안톤체홉의 [갈매기] 공연이 올려지고 있는 어느 극장의 분장실.
여배우C는 니나역을 맡은 배우로 무대에 오르기 전 분장을 하고 대사를 연습하여 긴장을 풀고 있다.
태평양 전쟁 이전과 이후에 죽어 분장실에 머물고 있는 귀신 여배우A와 B. 그들은 [갈매기]의 니나역이나 [맥베스]의 맥베스 부인역 등 주연은 못하고 귀족A, 전령2, 문지기3 등 조연만 하다 죽어서도 분장실에 머물며 꿈꿔왔던 주연들의 대사를 줄줄 외고 곧 무대에 오를 것처럼 분장하며 한을 달래고 있다.
여배우D는 [갈매기]에서 무대 뒤에서 주인공의 대사를 불러주는 프롬프터였으나 역할을 해보지도 못하고 병원에 입원하였다가 분장실에 나타난다. C가 맡고 있는 니나역을 하고 싶어하는 D는 C에게 배역을 내 놓을 것을 요구한다. 니나역을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해 화가 나서 분장실에 들어온 C는 D의 억지에 아연실색하여 D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후려친다. C또한 남들이 원하는 배역을 얻었지만 만족할 만큼 배역을 소화해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결국 D도 죽어 귀신이 되어 나타나고 여배우A,B,C는 영원히 오지 않을 등장을 기다린다.

<춘풍의 처>
천하한량 춘풍을 그의 妻가 찾아 나선다. 妻가 가는 길엔 사기횡령으로 관가에 끌려가는 父子, 이들 父子를 한양으로 이송하면 받을 상금 백 냥으로, 죽어가는 팔순 노모를 살린다는 더덕을 구하려고 동해에서 뭍으로 올라온 미물 형제 이지와 덕중이 있다. 이들과 만난 妻는 졸지에 서방님 만나면 쓰려고 모았던 돈 보따리를 父子에게 털리고, 천신만고 끝에 이지와 덕중의 도움으로 평양감사가 되어 춘풍이 잡혀 있는 평양감영에 이른다. 춘풍을 지척에 두고서 妻는 서방을 꼬득인 장본인인 평양기생 추월이를 보자 울화를 이기지 못하고 대어들다가 도리어 낙반해서 그만 사경에 처한다. 이렇듯 천신만고 끝에 춘풍을 만났으나 추월의 치마를 덮고 누운 妻의 모습을 본 춘풍은 누운 것이 추월인 줄 알고 대성통곡한다. 그래 하는 수 없이 妻는 추월이로 행세하면서 서방님과 마지막 정을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