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며칠 전,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과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다녀왔습니다. 마지막에 길다란 수용소 복도를 지날 때, 분노와 공포, 착잡함, 죄송스러움 등이 등골을 적셨고, 붉은 담벼락 밖을 나설 땐 서늘한 바람에 그 땀이 식으며 ‘나는 그분들의 희생에 더 나은 세상이라는 빚을 졌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립을 위해 걸음을 멈추지 않았던 그분들 중 대부분이 직접 광복을 보지 못하셨지만, 5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 땅에서 한 민족 간의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보지 못하신 점은, 어쩌면 다행스럽게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이념갈등과 분단을 막으려 애쓰신 선생님들이 계셨었지만, 결국 이 땅에서 ‘또 다른 아픔이 있었다’라는 결과만 남아버린 이 세상에서, 저라는 개인이 그분들에게 무엇도 보답해드릴 수 없다는 현실 때문에 답답함과 먹먹함만이 더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책무의식은 ‘역사란 지금과 절대 끊어지지 않는 관계라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예술인으로서 ‘오늘날’을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현실은 참담했습니다.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 한반도 휴전 또한 벌써 70년간 유지 중이고, 우리는 점차 폭력이 일상화가 됨으로써, 평화의 흐름은 다시금 국경을 걸어 잠그며 신 냉전이라는 역사의 수레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대한민국 UDT 출신 유튜버가 불법입국을 하면서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사실이 있었으며 귀국 시 그에게 적용 될 살인죄, 특수상해죄, 특수폭행죄 등의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의 논란이 국가의 안보와 외교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타국의 전쟁을 결코 남 일로 여기지 않았던 그가 질타를 받는 현실을 보며, 저는 이 세상에서 ‘인간의 옳고 그름을 도대체 어떤 기준에서 찾아볼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음악극 질서]라는 대본을 본격적으로 작성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본 작품에서는, 한 군인청년이 ‘지켜야만 했던 국가의 질서’와 ‘개인의 양심과 죄의식’ 사이에서 고뇌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틀 안에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오늘날 혹은 앞으로의 대한민국의 한 단면을 비추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본 작품이 ‘완성’되어 실연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한 가지 발견한 점이 있습니다. “어떻게 나라를 되찾을까 못지않게 어떤 독립 국가를 만들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였다.” 우리도, 단순히 ‘종전’만이 과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따라서 저는 7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폭력이 일상화된 오늘날을 다시금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또 어떠한 세상을 개척하여 더 나은 세상과 옳은 세상을 후 세대에 선사할 수 있을 것인지를 여러분 모두와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이는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숙제인 만큼 제 문제의식을 여러분께 있는 그대로 표출하기로 결정했으며, 오늘날을 살아가는 여러분의 수많은 피드백을 통해 본 공연을 ‘완성단계’까지 이르게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언젠가, [음악극, 질서]가 ‘완성’에 이르는 날이면, 그때야 비로소 모두가 원하는 평화도, 또 저라는 사람도 완성에 가까워질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여러분과 끊임없이 이러한 소통을 지속하고자 합니다.
현실은 참담했습니다.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 한반도 휴전 또한 벌써 70년간 유지 중이고, 우리는 점차 폭력이 일상화가 됨으로써, 평화의 흐름은 다시금 국경을 걸어 잠그며 신 냉전이라는 역사의 수레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대한민국 UDT 출신 유튜버가 불법입국을 하면서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사실이 있었으며 귀국 시 그에게 적용 될 살인죄, 특수상해죄, 특수폭행죄 등의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의 논란이 국가의 안보와 외교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타국의 전쟁을 결코 남 일로 여기지 않았던 그가 질타를 받는 현실을 보며, 저는 이 세상에서 ‘인간의 옳고 그름을 도대체 어떤 기준에서 찾아볼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음악극 질서]라는 대본을 본격적으로 작성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본 작품에서는, 한 군인청년이 ‘지켜야만 했던 국가의 질서’와 ‘개인의 양심과 죄의식’ 사이에서 고뇌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틀 안에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오늘날 혹은 앞으로의 대한민국의 한 단면을 비추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본 작품이 ‘완성’되어 실연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한 가지 발견한 점이 있습니다. “어떻게 나라를 되찾을까 못지않게 어떤 독립 국가를 만들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였다.” 우리도, 단순히 ‘종전’만이 과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따라서 저는 7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폭력이 일상화된 오늘날을 다시금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또 어떠한 세상을 개척하여 더 나은 세상과 옳은 세상을 후 세대에 선사할 수 있을 것인지를 여러분 모두와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이는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숙제인 만큼 제 문제의식을 여러분께 있는 그대로 표출하기로 결정했으며, 오늘날을 살아가는 여러분의 수많은 피드백을 통해 본 공연을 ‘완성단계’까지 이르게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언젠가, [음악극, 질서]가 ‘완성’에 이르는 날이면, 그때야 비로소 모두가 원하는 평화도, 또 저라는 사람도 완성에 가까워질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여러분과 끊임없이 이러한 소통을 지속하고자 합니다.
줄거리
제 2차 한국전쟁이 발발한 2030년의 한반도. 평범한 군인 청년 ‘한민국’이 전쟁터에서 죽어 한 뱃사공의 인도 하에 저승의 심판장에 선다. 그는 저승의 신들이 말하는 ‘살생의 죄’라는 질서 앞에 이승의 질서를 내세운다.
“나는 가족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모든 군인은 죄인이 아니다.”
결국 저승의 책임자, 염라의 명령으로 이승에서의 모든 기억을 잃은 채 사공의 일을 돕게 된 한민국. 그는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수많은 망자들을 인솔하며 그들의 사연을 듣게 된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정당화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곤 전쟁과 저승의 방안에 관한 커다란 모순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 모종의 이유로 살아생전 모든 기억을 되찾게 된 한민국. 군인이었던 그는 망자들을 인솔하며 느낀 문제의식과 생전 본인의 모습 사이에서 크게 갈등하게 되고, 결국 다시 저승의 심판장에 찾아가게 되는데… 위태로운 선상에 놓인 그는 과연 어떤 정의를 내세울 텐가? 무엇으로 살생을 정당화할 수 있을 텐가.
“나는 가족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모든 군인은 죄인이 아니다.”
결국 저승의 책임자, 염라의 명령으로 이승에서의 모든 기억을 잃은 채 사공의 일을 돕게 된 한민국. 그는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수많은 망자들을 인솔하며 그들의 사연을 듣게 된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정당화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곤 전쟁과 저승의 방안에 관한 커다란 모순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 모종의 이유로 살아생전 모든 기억을 되찾게 된 한민국. 군인이었던 그는 망자들을 인솔하며 느낀 문제의식과 생전 본인의 모습 사이에서 크게 갈등하게 되고, 결국 다시 저승의 심판장에 찾아가게 되는데… 위태로운 선상에 놓인 그는 과연 어떤 정의를 내세울 텐가? 무엇으로 살생을 정당화할 수 있을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