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작가 현덕이 리얼하게 파헤쳐 놓은 30년대의 사회상, 그리고 그가 작품 속에 그려놓으려 했던 계급의식의 파행성과 더불어 어린아이의 순수한 눈을 통해 바라본 어른들의 세계를 통해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투영하며 미래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만들어 보고자 했다.
세계 속에 대한민국, 세계 속의 인천이 되기까지 현재의 우리가 모르고 있던 우리 선대들이 토해낸 거친 숨과 피와 땀이 부둣가에서 소금을 져 나르던 노마아버지의 고단함을 통해 들병장수로 몸을 팔며 삶의 이어가는 노마 엄마와 주변 인물들의 지난한 삶을 통해 투영해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마라는 어린이를 통해 한줄기 희망을 찾아가는 그들의 삶, 우리들의 삶을 무대 위에 올려 함께 공감하고 함께 희망을 찾아보고자 한다.
현덕의 소설 <남생이> 한 편을 놓고 작가가 동화를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서사 구조와 인물의 성격 구조에서 찾아 조약하게나마 분석하여 정리해 보았다. 특히, 이 소설에서 추출해 낼 수 있는 '노마'의 동심 구조를 분석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많은 작품을 남기지도 못한 작가의 전체 작품을 총체적으로 검토하지 못한 점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는다. 특히 작가가 리얼하게 파헤쳐 놓은 30년대의 사회상, 그리고 그가 작품 속에 그려 놓으려 했던 계급의식의 파행성을 이 연극에서 다루고 싶다. 

줄거리

인천의 선창가를 배경으로, 농촌에서 이주한 젊은 하층민 부부의 비극적인 삶을 어린 아들(노마)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다. 소금을 나르던 아버지가 폐병으로 자리에 눕자 어머니가 병에 술을 담아 파는 들병장수로 나선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 친구인 영이의 할머니가 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에게 장수를 상징하는 남생이를 선물한다. 노마는 나무를 잘 오르는 수돗집 곰보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바가지머리를 한 박가는 이발기계를 가지고 머리를 깎는 일을 하고 있다. 선창 사나이 중 털보는 어머니와 눈이 맞은 인물이다. 그런 광경을 지켜보던 힘없고 아픈 아버지는 이곳으로 오라고 편지를 보낸 영이 할머니를 원망한다. 영이 할머니와 쓰레기꾼 노릇을 하다가 들병장수로 나서면서 노마 어머니는 여러 선창 사내들과 놀아난다. 노마 아버지는 자신의 무능력을 만회하고자 성냥갑 붙이는 일을 하지만 역부족이다. 영이 할머니가 선물한 남생이를 보며 노마아버지는 잠시 희망을 가지고 자신의 병이 낫기를 바래보는데…

캐릭터

노마 | 여덟아홉 살 정도의 아이. 폐병 앓는 아버지를 돌보는 게 싫고, 어머니처럼 선창에 나가 사람들에게 귀염을 받고 싶음. 양버들나무 가지에 곰보처럼 올라가는 게 현재 목표. 어쩐지 그 나무에 오르면 곰보처럼 어른들 일에 빠삭해질 것 같은, 아니, 어른처럼 돈을 벌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듦. 그러다 어쩐지 너무나 쉽게 나무에 곰보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간 날 아버지가 돌아가심.

노마 아버지 | 작은 시골 마을에서 소작을 하며 성실하게 살던 사내. 이웃에 살던 영이 할머니가 보낸 “선창 벌이가 좋아. 하루 이삼 원 벌이는 예사고 저만 부지런하면 아이들 공부시키고 땅섬지기 장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편지에 힘입어, 전부터 소작인들을 괴롭히던 마름 김오장의 멱살을 잡아 패대기치고, 인천 선창가로 가족과 함께 올라옴. 120kg이나 나가는 소금을 져 나르는, 닷새 이상 이 일을 붙박이로 하면 장사소리를 듣는 다는 그 고역을 꿋꿋이 버텨 내며 노마에게 학생모자 하나를 사주겠다고 벼르던 아버지. 그러나 아버지의 몸이 먼저 굴복해 버림. 처음엔 하루 이틀 누워 있으면 나아질 몸살인 줄 알았으나, 갈수록 깊어지는 폐병이었음.

노마 어머니 | 항구의 들병장수(병에다 술을 가지고 다니면서 파는 사람)로 노마네 생계를 책임지고 있음. 남편이 몸져 눕자 벌이를 위해 처음엔 영이 할머니를 따라 낙정미(땅에 떨어진 곡식) 줍는 쓰레기꾼으로 선창가에 나가게 됨. 그러나 볏섬을 실은 마차 뒤에 따라붙은 여인들을 향해 채찍을 휘두르던 마차꾼도 노마 어머니를 보고선 그래도 멈출 정도의 미모를 지님.

바가지 | 노마네 이웃에 사는 무면허 이발사. 성씨가 박가이기도 하고, "주걱턱인데 밤볼이 지고(입 안에 밤을 문 것처럼 볼록하게 볼의 살이 찜), 코까지 납작하고 빤빤한 상"이라 생긴 게 바가지 같다고 '바가지'로 불림. 두루마기 속에 이발기계를 감추어 차고 선창으로 나가 머리를 깎을 만한 사람을 골라 내 으슥한 곳으로 가 판을 벌림.

털보 | 선창의 감독. 원래 쓰레기꾼들을 쫓는 소임도 맡고 있으나, 노마 어머니의 미모에 반함. 붉은 얼굴에 밤송이 같은 얼굴로 항상 양복저고리를 입고 있음. 노마 어머니와 눈이 맞은 이후 종종 노마네 집에까지 옴.

영이 할머니 | 노마네가 시골 살 때 이웃 살던 할머니. 아들과 며느리를 다 앞세우고, 손녀인 영이를 키우며 살아감. 노마 아버지가 아들 같아서 인천 선창가 일자리가 좋다며 불러 인천에서도 이웃해 삶. 노마 아버지와 같은 병으로 아들을 여읜 영이 할머니는 아들에게 못 다해 준 한을 풀기라도 하듯 노마 아버지를 마음으로 챙기지만, 노마 아버지는 자신의 불운이 영이 할머니 탓이라며 타박함.

영이 | 영이 할머니의 손녀. 아버지 어머니가 일찍 죽고 할머니 손에 자람. 노마의 친구. 곰보와 함께 노마네 어머니 일로 노마를 놀리기도 함. 어느 날 바가지가 한 말이라며 "너희 아버진 앓기만 하구 벌이도 못하구 하니까 너희 어머니 달아난대"라는 이야기로 노마의 화를 돋움.

곰보 | 수돗집 아이 어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 애들에게 전하고, 또 유행가도 알려주고 어른처럼 돈을 잘 쓰는 노마네 이웃 아이. 헌 양복에 캡을 젖혀 쓰고 어른과 함께 선창에 나가 해를 보내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