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정착하는 마음으로”

어떻게 해서든 정착을 해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된 이유가 있었습니다. 각박한 현실은 연극인이라는 정체성을 시도 때도 없이 뒤흔들곤 하였습니다. 첫 출발은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출발했다고 생각하였지만 정신차리고 보면 이 사회 속에서 그저 떠돌고 있는 유령이 되어있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내 삶도, 연극인으로서의 삶도 흐려질 것만 같았기에 약간의 무모함과 케케묵었던 용기를 가지고 연극 공간을 만들고야 말았습니다.
 계약서에 서명을 한 뒤 문득, 빈 공간을 바라보니 그것 자체가 굉장한 큰 위안과 힘이 되었고,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상상력이 커졌습니다. 

 수유연극실험실을 만들어가면서 평소 생각지도 않았던 한 작품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류보미르 시모비치의 <쇼팔로비치 유랑극단> 입니다. 먼 이야기로 느껴졌던 유랑극단의 삶과 정착하기 전 나의 삶과 겹쳐 보였습니다. 먹고 잘 수 있는 집이 있고, 돈을 벌 수 있는 직장도 있지만 연극을 하기 위해 두 발바닥 온전히 붙일 만한 곳을 찾지 못해 그랬을까요?

"나는 어쩌면 현실판 유랑극단이 아니었을까?" 

연극을 하고 싶었고 연극을 계속해서 해 나아가고 싶었으며 연극을 함께 만들어 갈 사람들이 필요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연극 작업을 원했던 간절함으로 수유연극실험실을 만들었고, 연극에 간절한 사람들을 불러 모은 이 마음을 개관 기념 공연에 담고 싶었습니다.

<쇼팔다 미친 유령 극단>을 직접 각색하였지만 이들이 연극하는 마음은 역할을 수행하는 실제 배우들의 마음으로 채워지길 바랍니다 이는 곧 수유연극실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이 뜨거운 마음을 지켜봐주시겠습니까?

줄거리

공연 당일까지 예매 관객이 한 명도 없어 길거리로 나와 연극 홍보를 감행하는 극단원들. 그러나 그들의 행위는 제대로 된 관심 하나 받지 못한다. ‘많은 관심’을 외치는 그들에게 마치 포기하기를 바라는 듯 칠흑 같은 ‘무관심’만 돌아올 뿐이었다. 

매정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그들의 ‘빛’이 있는 극장으로 향하지만 믿을 수 없는 일이 눈앞에 벌어진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극장이 사라진 것이다. 

이대로 공연을 포기하느냐, 그럼에도 올리느냐, 두 갈림길에 서게 된 그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될 한 사람이 등장한다. 과연 그들은 무사히 공연을 올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