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요즘 시대, 우리를 '분신'처럼 따라다니는 것
주인공 골랴드낀은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평가하고, 그 존재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다. 
그는 끊임없이 타인의 눈치를 살피면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타인의 시선에서 안정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는 인물이다. 타인이 자신을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면 자신은 인정할 만한 사람이 되고 반대로 자신을 형편없는 태도로 대하면 자신은 한심한 사람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타인은 골랴드낀에게 자신을 인식하는 거울과 같다.
요즘 우리가 사는 시대는 타인의 시선에 구속되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을 흔하게 보게 된다. SNS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 보이고 그 반응에 따라 울고 웃는 사람들은 지금 시대 제2의 골랴드낀이 아닐까. 이런 점에서 도스토예프스키가 골랴드낀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옭아매는 사람은 결국 정신적인 분열 즉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는 섬뜩한 경고를 하고 있다.
<분신>의 존재가 이 시대에 가져다 준 의미
골랴드낀은 오로지 능력과 지위만이 중요시되는 사회에서 극도의 불안을 견디지 못해 분열되고 붕괴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분신은 부와 명예와 쾌락을 향한 은밀한 욕망의 화신이자 열등의식과 굴종, 억압된 자의식과 두려움과 질투와 자기 비하가 만들어낸 환상이다. 
인간을 생명이 아닌 성능으로 취급하는 사회에서 인간은 ‘격’을 상실한다. 인격은 아첨과 굴종으로, 허세와 자존심으로 갈기갈기 찢어지고 내면의 열등의식은 불안을 동력 삼아 과대망상으로 폭발한다. 인간이 ‘나 자신이 아니라 놀라울 만큼 나와 비슷한 누군가 다른 사람(alter ego)’처럼 보이고 싶어 할 때 인격이 아닌 능력의 복제판들이 끝없이 생겨나 세상을 채운다. 고유하고 존엄한 개인이 아닌 ‘인간 2호’, ‘인간 3호’로 세상이 채워져도 아무도 눈치조차 채지 못하고 아무도 놀라지도 않는다. 그것은 19세기 작품임에도 21세기 현 사회적 문제들을 제대로 관통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인의 정체성은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가!!
내면에 늘 잠식하고 있는 수많은 분신들... 어느 날 억눌린 자아로부터 탄생하게 될 자신의 또 다른 자아 ‘분신’을 만났을 때 회피하거나 부정하지 말고 두렵고 힘들지만 제대로 마주하자. 그리고 용서와 화해, 스스로를 인정했을 때 자신 안의 분신은 사라질 것이고, 새로운 또 다른 자아로 부활하게 될 것이다.

줄거리

관청에 다니는 말단 공무원 '골랴드낀'은 
사회라는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해서 늘 타인의 시선을 극도로 신경을 쓰는 자의식이 강해진 소심한 사람이다. 사흘 전 골랴드낀은 5급 공무원(상사)의 딸 끌라라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지 못했고, 그것 때문에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낀다. 회사를 가려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죽을 것 같은 공포심을 느껴서 회사를 가지 않고 의사를 찾아가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말한다. 심지어 그들에게서 피살을 당했다고 느끼고 복수를 결심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길거리에서 자신과 같은 
‘분신’(alter ego)’을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