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희나리는 '채 마르지 아니한 장작'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입니다. 예술공동체 작당모의가  지금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건 2019년도부터였습니다. 자극적인 것들이 쏟아져나오는 세상에서 우리가 진실로 눈길을 머물러야 하는 게 무엇일까.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개인주의가 이기주의로 바뀌지 않기를 바라며 나 자신과 현재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삶을 경계하고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공생'을 위해 나아가는 걸음에 있어 무대에서 우리가 낼 수 있는 소리에 대해 고민합니다. 삶이라는 문제에 역사보다 완벽한 해설서는 없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며 동시에 시대와 소통하는 공연을 만들고자 합니다.

전쟁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마르지 않은 당시의 흔적들이 남아있습니다. 수십 년 전 역사의 진실을 둘러싼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둘러싼 크고 작은 외교 관계와 이해관계 속에서 '한 사람의 삶'에 대한 조명이 꺼져가는 것에 대해 깊은 애통함을 느끼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였습니다. 그들의 삶에 대한 관심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희나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장작을 꾸준히 태우고자 합니다. 진실한 관심을 통해 역사의 구경꾼으로 남지 않으며 그들의 '삶'과 '사람'에 집중된 이야기를 전합니다. 

줄거리

1945년 8월 15일 정오 12시, 일본은 항복을 선언하고 하루코와 수옥은 서둘러 고향으로 돌아간다. 고향에 다다른 하루코는 끝내 집에 돌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수옥만이 집으로 돌아가게 되며 이후 이 두 소녀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 극은 해방 이후 귀향하게 된 '위안부' 피해자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로 잊지 않겠노라 약속하지만 해방 이후 계속해서 몰아치는 인생의 풍파 속, 모른 척하고 외면할 수 밖에 없었던 수옥과 하루코의 삶의 궤적을 그려낸다. 열일곱 소녀 시절부터 아흔 다섯의 노인이 될때까지 위안부 피해자가 짊어져야했던 부담과 상처가 그들의 삶에 어떻게 상흔을 남겼는지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심장 깊이 박힌 가시를 뽑아내고 꽃다웠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기를 염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