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제비다방]은 한 사람의 페르소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근대 문학사에서 천재로
추앙받았던, [이상]이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김해경이라는 사람. 그의 삶을
들여다보았을 때, 천재라는 거대한 수식 뒤에 길게 늘어진, 검고 거대한 그림자를
목격했습니다. 이 그림자에는 괴리감과 더불어 인간이기에 마주하는 상처가
담겨있습니다. 이 거대한 그림자를 [제비다방] 속에 그렸습니다. 이런 면에서
[제비다방]은 작가 ‘이상’의 삶은 개별적인 비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뒤에 길게 늘어져 있는 그림자를 목격할 때면, 이 희곡이 보편적인 비극을
다룬 작품이라는 씁쓸한 생각도 듭니다. 관객들로 하여금 한 걸음, 볕을 향해 다가서기를
바라고 이로써 각자의 그림자가 짧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썼습니다.

줄거리

1935년 여름. 때는 일제강점기. 손님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인 종로의 한 다방. 이
다방의 이름은 ‘제비다방’. 이 다방의 주인은 당시 ‘이상’이라는 필명으로 천재라 불리는
작가 김해경과 그의 연인 금홍이다. 한때는 손님이 끊이지 않고 경성의 예술인들과
지식인들의 터로 자리매김했던 ‘제비다방’이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드물게 오는
김해경의 몇 없는 벗들 외에는 다방을 향한 발길이 끊긴 지 오래이다. 그러던 어느 날
찾아온 손님 화가 구본웅. 구본웅과 대화를 나누며 삶의 궤적을 따라 회상하는 김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