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장진표코미디’와 ‘가마골스타일’이 만난 연희단거리패 14년 고정 레파토리

1997년 중앙동 가마골소극장에서 초연이후 14년간 5만여 관객과 함께한 <서툰사람들>은 가마골소극장 최다관객동원 작품이자, 가장 사랑받는 레파토리 가운데 하나다. 거제동 가마골소극장의 문을 열면서 부산관객과 가장 친근한 작품으로 <서툰사람들>을 선택한다. 가마골소극장의 14년간의 노하우가 탄탄하게 묻어있는 <서툰사람들>은 <킬러들의 수다><웰컴투동막골><박수칠 때 떠나라><바르게 살자>등으로 알려진 색깔있는 영화감독 장진의 희곡으로, 연극 초년생 시절의 작품이지만 탄탄한 구성과 발빠른 말솜씨는 장기흥행을 가능케 한 가장 큰 이유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의 비틀기 혹은 엇박자 웃음으로 요약되는 ‘장진표 코미디’는 가마골스타일의 거침없는 말과 몸, 그리고 과감한 설정을 만나면서 <서툰사람들>을 완성시킨다. 스타킹을 쓴 도둑, 나체차림(?)의 자살하는 남자 김추락의 관객을 향한 돌진, 자동차영업사원의 세일즈, 주택적금을 부르짖는 아버지 등 화이의 집을 훔쳐보던 관객은 어느 새 도둑과 한패가 되어 ‘작은아버지’를 열창하게 된다. 포복절도하는 웃음 뒤에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남기는 연극, 바로 <서툰사람들>이다.

웃음 뒤에 숨겨진 페이소스가 빛나는 연극
독신자 아파트라는 닫힌 공간을 배경으로 초보도둑과 어설픈 집주인이 벌이는 하룻밤 이야기 속에는 시대를 꼬집는 발언들이 가득하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세상에 총구를 겨눴던 지강헌의 외침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장덕배를 대변하는가 하면, 사회의 무관심으로 소외당한 남자 김추락의 자살소동은 외로움이 극에 달했을 때 인간이 취할 수 있는 보잘것없는 마지막 비상구를 보여준다. 악착같은 그들의 모습은 처절하다 못해 슬프기 그지없다. 덕배가 화이의 집에서 훔치는 것은 겨우 고장난 라디오나 철지난 비디오따위다. 지갑에서 훔친 만 원짜리 몇 장도 화이가 안보는 틈을 타 다시 지갑에 채워넣는다. 덕배는 왜 아침이 올 때까지 화이 곁에 머무르는가? 그건, 사람이 그립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화이가 그러하고 여자친구 한 번 없었던 덕배의 인생이 그러하고 이걸 지켜보는 관객의 심정이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칼을 든 무서운 도둑이 친근할 수 있다는 생각, 혼자 사는 여자가 문을 열어놓고 살 수 있다는 생각, 그 자체가 사람이 그립기 때문이 아닐까? 밤도 낮도 없는 도시, 도둑도 주인도 없는 상황, 적도 아군도 없는 이 시대가 덕배와 화이를 만들어 내지 않았는가 말이다. 떠난 도둑을 그리워하며 침으로 범벅된 도둑의 스타킹을 주저없이 뒤집어 쓸 수 있는 인간 유화이야말로 우리가 잃어버린 참된 모습이 아닐까?


줄거리

여교사 화이의 아파트에 초보도둑이 들어온다. 모든 상황이 서툴기 그지없다. 열려있는 문, 훔쳐갈 물건없는 살림, 도둑의 존재를 문득문득 잊어버리는 용감한 주인. 군대를 갓 제대하고 도둑전선에 뛰어든 도둑은 너무나 소심하고 인정어리다. 숨겨진 비상금 위치를 가르쳐주는 주인, 훔친 돈을 몰래 지갑에 넣고 가는 도둑. 그들은 서로의 신분과 상황도 잊은 채 마음의 문을 열어나간다. 한편 아래층에 사는 남자 김추락은 무관심한 세상을 향한 한바탕 자살소동으로 이어지고, 경찰은 엉뚱하게 한층 위에 사는 화이 집 문을 두드린다. 구애하기 위해 찾아온 영업사원 서팔호는 덕배의 달변에 쫓겨나게 되고, 이른 새벽 딸을 찾아온 아버지는 덕배를 남자친구로 오해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