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베버 <<오베론>> 서곡
<<마탄의 사수>>로 독일 낭만 오페라의 시대를 연 작곡가 카를 마리아 폰 베버(1786-1826)의 오페라 《오베론》(Oberon)은 비교적 단명했던 그의 삶의 마지막 해에 작곡, 완성되어 런던의 코벤트 가든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초연된 마지막 작품이다. 환상과 모험, 마법, 사랑이 주 테마이다. 요즘의 소설이나 영화적 선전 문구를 사용하자면 로맨틱 판타지, 혹은 어드벤처물이라 할 수 있다. 제목으로 등장하는 인물인 오베론은 요정의 왕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프랑스의 전설적인 기사 위옹(독일어로 휘온)이다. 위옹은 꿈속에서 반한 레치아를 아라비아 궁으로 침입하여 데려와 사랑을 쟁취하며, 이 오페라는 이 과정의 우여곡절과 모험을 주요 줄거리로 삼는다. 시공에 구애받지 않고 사랑과 마법, 모험의 이야기에 이끌렸던 낭만 오페라, 혹은 소설 스토리의 전형 가운데 하나이다.
베버의 오페라는 대본 자체가 지나치게 복잡하여 오늘날 별로 무대에 올려지지는 않지만 안에 담겨 있는 아리아들은 따로 연주되며 특히 서곡은 오케스트라가 즐겨 연주하는 곡이다. 극적인 요소와 환상적인 마법의 요소가 뒤섞인듯한 이 오페라의 서곡은 베버의 관현악술을 잘 드러내주는 곡으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서법과 형식은 상당부분 18세기적 어법을 유산으로 받고 있다. 모차르트와 로시니, 베토벤 서곡을 버무린듯한 활기찬 느낌을 준다. 프레이징이 비교적 규칙적이며, 긴장 고조시에도 16분 음표의 빠른 피규레이션의 반복사용과 하성부에서의 지속적 연타는 그런 인상을 더욱 강화시킨다. 그러나 울림은 독일 낭만 오페라를 연 장본인답게 매우 참신하다. 특히 느린 서두의 아련한 울림은 18세기에는 찾아보기 힘든 동경과 새로움을 담고 있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이 협주곡의 무엇이 사람들을 끄는 것일까. 그렇게 질리도록 들어도 질리지 않는 신비한 매력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베토벤의 거대한 힘의 세계도 없으며 브람스와 같은 신중함이나 진지함과도 거리가 멀다. 차이코프스키에서와 같은 애증이 섞인 처절한 정서나 격렬한 자기 표현도 강하지 않다. 그러나 이 바이올린 협주곡은 처음 듣는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선율적 흐름 속으로 빠져들게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만이 낼 수 있는 노래적 성격, 비록 빠른 악장에서조차 그런 유려한 흐름 때문에 편안함을 느끼게하는 칸타빌레적 성격이 돋보이는 것이다.
멘델스존은 보수적 작곡가였다. 신독일 악파의 표제 음악 바람이 거세던 시절에도 그는 바흐와 고전파 음악의 형식적 긴밀함이라는 음악적 미덕을 버리려 하지 않았다. 그의 음악적 세계는 바흐와 모차르트, 슈베르트와 가깝다. 그의 음악적 출발은 바로 서정적 선율성에 있으며, 형식적 균형감, 투명한 음색과 복잡하지 않고 간명한 울림의 오케스트레이션에 있었다. 이 협주곡에는 이런 멘델스존의 음악적 본질이 잘 드러나 있으며, 더불어 협주곡이 지녀야할 연주기교 과시적 성격, 즉 화려한 효과와 상쾌함도 지니고 있다. 단조곡이지만 한없이 처절한 슬픔은 없다. 애수의 감정을 지니지만 투명하며 기품을 지닌 슬픔을 표현한다. 이 협주곡은 멘델스존이 감독으로 있던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뛰어난 바이올린 주자 페르디난트 다비트를 위해 씌어진 것으로 1844년 완성되었다. 제1악장 알레그로 몰토 아파쇼나토(매우 열정적으로 빠르게), 매력적 악상과 선율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멘델스존 음악의 진수를 들려준다. 지나친 파격을 피했던 멘델스존이지만 이 악장에서는 기존의 협주곡들로부터 탈피하려는 시도도 보여준다. 그것은 협주곡 소나타 형식에서 먼저 오케스트라로 주제를 제시하고 나서 독주 바이올린이 등장하는 절차를 취한 소위 2중 제시부를 따르지 않고 막바로 제1바이올린이 주제를 제시하는 도식을 취하는데서 찾아 볼 수 있다. 당연히 독주 바이올린의 역할과 매력이 극대화된다.
제2악장 안단테. 1악장에 이어 쉬지 않고 연주되는 지극히 서정적인 악장으로 독주 바이올린의 동경에 찬 노래는 삶의 충만한 정서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중간부는 약간 어둡고 격한 분위기로 반전되어 변화를 꾀하기도한다.
제3악장 알레그로 몰토 비바체(매우 빠르게). 피날레 악장답게 발랄하고 빠르며 춤곡과 같은 성격을 지닌다. 그러나 형식상으로 소나타 형식으로 긴밀하게 짜여져 있다. 처음에는 2악장의 주제와 연관성을 지닌 악구가 약간 느리게 출현시켜 분위기를 잡은후 급격하게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독주 바이올린의 종횡무진 움직이는 빠른 움직임이 주도하면서 작품 전체를 화려하게 마무리한다.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 D장조 작품43
핀란드 민족주의의 중심에 서있는 작곡가 시벨리우스는 말러와 거의 동시대의 음악적 흐름 속에 있던 작곡가였다. 1865년에 태어나 1957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에게 음악적으로 중요한 공간은 1차대전 이전이었다. 교향시와 교향곡과 같은 19세기 장르에서 그는 말러와 견줄 수 있는 대가이자 강렬한 민족적 색채로 핀란드의 자존심을 세워주었다. 바이올리니스트로 출발하여 작곡으로 방향을 바꿨고 독일에서 주로 배웠지만 그의 음악적 양식은 많은 부분 차이코프스키에게 빚지고 있다. 러시아 작곡가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당시 핀란드의 정치적 상황으로보자면 역설적이다.
교향곡 2번은 1901년부터 작곡을 시작하여 이듬해 완성, 초연된다. 30대 후반의 시벨리우스가 모방이나 습작 단계를 벗어나 이제 완전히 자신의 개성을 갖게 되었음을 입증해주는 뛰어난 작품으로 초연때부터 좋은 평가를 받게되어 그의 대표작으로 자리하게 된다. 그러나 이 작품은 핀란드 민족주의 연상시키는 백색 겨울, 끝없이 이어지는 호수들 속에서 작곡된 것은 아니라 이탈리아의 라팔로 근교에서 작곡되었다. 그러므로 무리하게 핀란드적인 것을 찾으려하기보다는 음악적 상상의 나래 속에서 작품 자체를 즐기는 편이 좋을 듯하다. 표제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특별히 표제를 붙여놓지 않아 궁긍증을 불러일으킨다. 제1악장 알레그레토. 전통적인 소나타 형식으로 현의 4분 음표 리듬에 의한 일정한 울림을 울리면서 클라리넷과 오보에가 주제를 연주하는데 매우 평화스럽고 편안하지만 금새 흐름이 변하며 긴장이 고조된다. 현의 피치카토에 뒤어어지는 강렬한 선율이 제2주제로 등장하는데 전통적인 1,2주제의 성격이 바뀐 셈이다. 제2주제는 발전부에서도 긴장을 높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2악장 안단테. d단조로 분위기가 바뀌고 팀파니의 연타와 첼로의 피치카토로 분위기를 잡은 후 파곳이 애상을 지닌 선율을 연주하는데 강렬하지는 않지만 반복되는 사이 상념에 잠기게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어 현이 가세하면서 분위기를 강화, 고조시켜나가고 관악기의 유니즌에 의한 팡파레풍에서는 교향시적인 수법을 드러내기도한다.
제3악장 스케르초. 다시 장조로 돌아와 현악기가 활기찬 성격의 주제를 연주하고 목관악기가 다소 여리게 답한다. 이 두 개의 흐름에 이어 장조로 바뀐 상태로 오보에가 느린 선율을 연주하는데 우수어린 분위기로 가득하며, 점차 격렬해지고 그대로 4악장으로 이어진다.
제4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 매우 잘알려진 악장으로 거칠고 강렬하게 3악장으로부터 이어지는데 트럼본과 호른의 팡파레풍 동기로 힘에 가속이 붙는다. 저성부에서 셋잇단 음표 리듬이 지속되고 현이 비장하면서도 결연한 선율을 풍성하게 연주하여 일단락한다. 이후 소나타 형식의 발전부에서처럼 다양한 수법으로 앞에 나온 주제와 동기들을 결합시켜 나가면서 전개시키는데 교향악 작가로서의 시벨리우스의 진면목을 여실히 드러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