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시골 돼지 농장을 배경으로 그리는 멀티버스 유니버스 연극.
그리스 고전희곡 [오이디푸스]를 현대 여성극으로 패러디.
 

줄거리

살구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그는 ‘작가’의 글쓰기가 실패할 때마다, 필연적으로 모든 상황에서 ‘죽음’의 결말을 맞는다. 스스로가 이야기 속 주인공인지도 모른 채 반복적으로 맞게 되는 잔인한 죽음 앞에, 살구는 살아가기를- 즉 이야기 진행시키기를 거부한다. 장면이 진행되지 않자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 주저하고 있는 살구 앞에 이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작가’가 등장한다. 작가는 비극적 결말을 피하는 ‘해피엔딩’의 실마리를 전하며 살구가 다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움직이도록 만든다.

“태초의 줄기, 어머니를 찾으면 비극의 저주는 풀릴 것이다!”비극적 결말을 벗어나, 자기 인생을 행복하게 완성하기 위해 주인공 살구는 심기일전하여 이야기 <육시 내 고향>를 수행한다. [육시 내 고향]의 무대인 그리스의 테베-가 아니라, 한국의 대배마을에 방문한 살구는 자신의 진짜 고향과 태초의 인연인 어머니를 찾게 되는데… 하지만 돈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 살구는 당장 돼지농장에서 고된 일을 하며 생활을 이어가고, 어머니를 기다리며 고난의 시간을 견딘다. 대배 마을에 적응해 가던 중, 젊은 농부를 촬영하고자 방문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살구는 어머니를 찾는 기회를 얻게 되는데. 어머니를 만나면 지긋지긋한 돼지 똥 치우는 일도, 온몸에 밴 도살된 돼지 피 냄새도, 맞닥뜨려야만 했던 자기 죽음도, 모든 것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통스러운 인내의 시간을 지나 보내고 드디어 엄마를 만난 그 순간!
이야기의 모든 희망은, 등장인물들의 모든 기대는 무너진다. 살구는 자신에게 내려진 저주가 피할 수 없는 비극임을 깨닫는다.

살구는 자기 인생이, 자신의 이야기가 ‘[육시 내 고향]은 재미가 없다.’고 좌절한다.오이디푸스가 어머니를 만난 순간 인생의 가장 큰 비극을 맞은 것처럼, 살구 또한 어머니를 찾은 순간 가장 큰 좌절을 느낀다. 오이디푸스는 미쳐버린 채 광야를 헤매며 스스로 추락하기를 선택했다. 그렇다면 살구는? 살구에게 허락된 광야가 있을까. 살구는 자신의 이야기, 자기 인생을 어떤 결말로 이끌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