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세상에는 수많은 단어가 있다. 별, 햇빛, 빗물, 책... 그 단어 중 유독 부정적인 이미지로 굳어진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욕망, 퀴어, 페미니즘, 정신병 등 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부정적이지 않음에도 사회적으로는 그 단어들을 부정적이라고 치부한다. 어째서 사람들은 이러한 단어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려 하지 않을까? 이 생각에서 <프시케>가 시작되었다.

<프시케>는 욕망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단순히 욕망이 옳다, 혹은 그르다를 판가름하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극 중 인물들은 욕망에 대해 토론하지만, 결론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지 않다. 그저 욕망의 장단점을 모두 인정하며 인간에게 필요한 감정 중 하나라고 말할 뿐이다.

우리는 이 극을 통해 관객들이 욕망이 옳다고만 생각하길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의 욕망을 되돌아보고,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또는 그른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볼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 극은 관객들에게 커다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줄거리

평범한 연인 사이인 바네사와 딜런. 어느 날 딜런이 먼 바다로 원정 수영을 떠나며 둘은 언제나 함께하던 일상과 잠시 멀어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딜런의 실종 소식이 들려오고, 바네사는 충격을 받아 의식을 잃고 만다.
깨어난 바네사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온통 하얀 공간과 이질적으로 검은 양복을 차려입은 미지의 존재, 에반. 그는 자신을 '신의 선물'이라 소개하며 바네사에게 욕망에 몸을 맡기길 종용한다. 이 모든 상황을 바라보고, 설명하는 관찰자.
그는 관객에게 바네사와 딜런, 에반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캐릭터

바네사 | 잔잔한 미소가 매력적인 사람.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은 꽃집의 주인이다. 차분하고 온화한 동시에 자유로운 성품을 지녔다. 느릿하게 날갯짓을 하며 꽃밭 위를 유유히 날아다니는 나비와 닮았다.

딜런/에반 | 시원시원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사람. 세계적으로 꽤 이름이 있는 수영 선수이다. 쾌활하고 다정한 동시에 무언가 강박감이 있는 듯한 모습을 종종 보인다. 물살을 가르며 드넓은 바다를 수영하나 결국 다리를 얻지 못해 육지를 디딜 수 없는 인어와 닮았다. / 바네사의 무의식 속의 존재. 능글맞고 항상 생글생글 웃는 낯을 띠고 있다. 인어는 딛지 못하는 땅 위를 은밀하게 움직이지만, 나비에게는 닿을 수 없는 뱀과 닮았다.

관찰자 | 바네사와 딜런, 에반을 관찰하고 그들의 행동을 묘사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존재. 다소 방관자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립을 유지하며,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건네는 등의 행동으로 다른 등장인물과는 다르게 초월자의 면모를 보인다. 때에 따라서는 신으로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