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연희단거리패의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 1991년 초연 후 20년만에 다시 막 올려..

연희단거리패의 <살아있는 이중생각하> 는 1991년 부산 가마골 소극장에서 초연되었다. 해방 이후 묻혀있던 한국연극 레파토리를 재발견하는 의미에서 이윤택에 의해 재발굴된 <살아있는 이중생각하>(이윤택 연출)는 당시 부산 가마골 소극장 배우들인 오달수(이중생 역) 남미정 (우씨 역) 이지하 (하연 역) 등이 출연하였고, 이 배우들은 지금 한국연극의 중심 배우 및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20년만에 재공연되는 연희단거리패의 <살아있는 이중생각하>에는 이중생 역에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서울연극제 남자연기상을 수상한 연희단거리패의 배우장 이승헌씨가 맡고, <산씻김> <오구> 등으로 명성을 날린 연희단거리패의 창단 멤버 배미향씨가 오랫동안의 일본 체류 생활을 접고 귀국하여 우씨 부인 역으로 출연한다. 그리고 최근 <길바닥에 나 앉다>로 연출가로도 역량을 인정받은 오동식씨가 사위 송달지역, <오구>에서 배우 강부자의 맏며느리로 발군의 희극 연기를 선보였던 홍선주씨가 맏딸 하주 역을 맡고, <방바닥 긁는 남자>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인 홍민수씨가 악덕 최변호사역을 맡았다. 연희단거리패의 창단 단원에서 신인 배우까지 나란히 출연하는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 >연기진은 오늘의 연희단거리패 배우들의 연기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다.

소학지희(笑謔之戱), 한국 전통연희의 희극성이 서구극의 구조와 만나다

한국 근 현대연극 최초의 희극작가 오영진.
맹진사댁 경사로 잘 알려진 오영진은 일본 신극과 서구 연극의 모방 단계에 머물러 있던 해방 전 후 한국연극을 우리의 전통적 정서와 형식으로 수용한 대표적 극작가로 손꼽힌다. 오영진은 한국 전통의 정서와 언어 미학을 해학적 극중 인물 속에 녹여 내면서 현실에 대한 통렬한 풍자정신을 드러낸다.
이는 소학지희의 한국 전통 연희의 희극성을 기반으로 하면서 ‘이제 연극은 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러시아 초기 자연주의 극작가 오스토로프스키와 동일선상에 놓여있는 근대극작가이다. 한국 전통의 4.4조를 기본으로 한 언어 미학, 해학적 인물 구성, 다양한 손짓 발짓 몸짓 의 연극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국 전통연희를 근대극으로 수용한 극작가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극의 구조는 몰리에르 희극적 구성- 꼬메디아 프랑세즈 에 영향을 받은 극작술을 보여준다. 극의 전개와 등 퇴장, 인물간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 전형적인 서구 극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는 것이 오영진 희곡의 특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점에서 오영진은 한국 근 현대사 최초의 희극작가로 의미 매김 될 수 있다. 그 뒤를 이어 이근삼의 <국물 있사옵니다>, 이윤택의 <오구>, 박근형의 <청춘 예찬> 등 한국 희극의 언어 미학과 현실 의식이 뒤 따랐다고 할 수 있다.

줄거리

목숨을 담보로 한 사기극, 그러나 다음 세대에 거는 낙관적 세계관

해방전에는 자기 자식까지 자진해서 징병보낸 친일파였고 해방 후에는 미 군정청 관리들에게 빌붙어 민족재산을 사유화하려는 수작을 부리는 이중생, 그는 어처구니 없게도 O.E.C(국제 원조 기관)직원을 사칭한 랜돌프란 외국인 사기꾼에게 걸려 들어 딸까지 갖다 바치고 재산을 몽땅 날릴 지경에 이르게 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회 반민특위의 조사대상이 된다.
궁지에 몰린 이중생은 악덕 변호사 최영후와 짜고 자기 목숨을 담보로 한 사기극을 펼친다. 삼년 전에 죽은 것으로 가짜 사망 진단서를 만들고 유서까지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력한 지식인 사위의 이름을 빼앗아 사위 이름으로 살아 있으려는 간교를 부린다. 그러나 반민특위 김의원의 지모와 사위 송달지의 지식인으로서의 양심이 이중생의 간계를 뒤엎어 버린다. 죽음의 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돌아온 아들 하식은 이제 아버지의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한다. 사위 송달지, 막내딸 하연, 아들 하식 등 젊은 지식인 세대에게 민족의 희망을 거는 것으로 이 작품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