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우리가 잊고 있던 기억들 -
소중한 뿌리, 사랑과 상처, 부끄러움, 그리움들이
나뉘고 섞이어 담겨 있는 조각보 같은 이야기!”
많은 외세의 개입으로 점철되어 온 20세기, 선망과 과시의 대상이기도 하고 비하의 대상이기도
했던 외래의 것들은 이제 우리의 뼈와 살 속에 스며있다. 그리고, 우리의 뼈가 튼실해지고 살이
단단해지는 동안 우리 공동체의 경계에 머물 수밖에 없던 이들이 있다. 어쩌면 가슴 속에서
살며시 지워버린 그들에게 준 상처와 미안함과 같은 마음들을 무대에 열어보고자 한다.

줄거리

사리아에서 있었던 일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났던 중년의 남녀가 우연히 서울의 등산로에서 다시 만나 당시를
회상한다. 함께 걷다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등 ‘밀당’을 하던 두 사람은 사리아에서
저녁식사를 하다 벨기에에서 온 노인과 대화를 하게 된다. 그 노인은 코리아에서는 걸을 만한
길이 없느냐, 왜 여기까지 와서 걷느냐, 사뭇 시비조로 말한다. 나중에 노인은 자신의 큰 딸이
한국인이라고 말한다. 남자는 정체 모를 부끄러움에 레스토랑을 나온다.
해방촌에서
부동산 사무실에 중개사와 여자가 들어온다. 셰프인 친구가 마침 사무실을 지키고 있던 참이다.
중개사는 여자에게 빌라 한 채를 보여주려다 주인이 부재중이라 데리고 온 것이다. 여자는
시간이 없다며 다음에 오겠다고 하고, 친구까지 나서 맛집순례를 시켜주겠다고 하지만 끝내
여자를 붙잡는 데는 실패한다. 두 남자는 뒷얘기를 나눈다 – 어릴 적 해방촌에 살던 중개사는
남들과 다른 정체성 때문에 목사인 아버지를 떠났고, 목사는 자책감에 해외로 봉사활동을 다니다
현지에서 사망했으며, 남자가 여자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그 방의 창은 어릴 적 자기가 언덕 밑
풍경을 바라보곤 하던 그 위치라는 것.
노량진 - 흔적

노량진에서 성장했던 세 남매가 손위인 누나 집에 모인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세 남매 앞으로
땅을 남겨 놨는데 시골 산비탈 임야라 가치가 그리 없어 보인다. 세 남매는 노량진 시절 얘기를
하며 미군부대에 다니시던 아버지, 그리고 동료 노무자들에 대한 기억을 나눈다. 그 중 이북에서
내려온 해방촌 김씨라는 아저씨는 유독 이들 집에 대한 애정도 많았고 싸움도 잦았다. 그러나
미군철수 계획으로 이들 노무자들도 들썩이기 시작한다. 해방촌 김씨는 미리 부대를 나가 장사를
시작한다며 여기저기 돈을 빌리고, 이들 부모에게도 돈을 빌린 후 잠적한다. 오늘 이들이 모이게
된 문제의 땅이 해방촌 김씨와 연관이 있음이 밝혀지는데…
오슬로에서 온 남자
유년시절 노르웨이로 입양 가 오슬로에서 성장하고 살아온 욘 크리스텐센. 그는 중년 가까운
나이가 되어 문득 자신을 낳은 어머니를 찾고 싶어서 한국으로 온다. 서울에서 부산, 김해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흔적을 찾던 4년 동안의 노력이 무위에 그치게 되고 그는 거의 아무 것도
알아내지 못한 채 어느 날 김해의 고시텔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평소 그를 지원해오던
봉사자들과 연출가가 그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준비해 오던 중 그의 죽음으로 중단된 참에 그가
마지막으로 어머니에게 쓴 편지가 전해진다.
의정부 부대찌개
‘의정부부대찌개아줌마집’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1주기, 두 딸을 비롯한 가족들이 모인다.
어머니와 미군부대 주둔 시절을 회상하며 의정부식 부대찌개와 송탄식 부대찌개 맛의 가치를
논하다가 둘째 딸은 어머니의 부대찌개집을 이어받아 다시 열겠다는 결심을 말한다. 그리고 그런
중에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엄마에게서 태어나, 아버지의 폭력에 엄마와 집을 나온 다문화
2세인 띠하가 엄마마저 병들어 죽고 할머니의 부대찌개집에까지 오게 된 사연이 끼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