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1. 판소리 다섯마당, 아홉 명의 최고 명창, 일곱 가지 다양한 소리제
1977년 판소리 감상회로 시작하여 1985년 국내최초의 완창판소리 상설공연으로 이어진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공연이 올해로 22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190여명의 명창이 최고의 기량을 펼쳤으며 70,000여명의 관객이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무대에서 프리미엄 상설공연의 품격을 느꼈다. 이번 공연은 3월 18일 조통달의 <박초월제 수궁가>를 시작으로 12월 31일 안숙선(국립창극단 원로단원)의 <강도근제 흥보가>까지 모두 9회의 소리마당으로 새롭게 펼쳐진다.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공연은 이제 국립극장을 대표하는 상설 전통무대일 뿐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판소리 공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는 모두 9명의 명창이 자신들의 스승에게 전수받은 고유의 귀한 소리로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특히 2007년은 국립창극단 초대단장이었던 동초 김연수선생의 탄생 100주년이어서 그를 기리는 애제자인 오정숙과 또 오정숙 명창의 애제자인 김성예 명창의 완창공연이 각각 6월과 11월에 올려져 동초제 판소리의 진수를 들을 수 있다. 또한 지난 2002년부터 기획프로그램으로 시작하여 한 여름밤의 시원한 소리를 관객들에게 선사했던 8월의 심야완창판소리가 9월달에도 이어져 남산의 가을밤 정취도 한껏 느껴볼 수 있다. 3월의 조통달, 4월의 최정희, 5월의 김일구, 6월의 오정숙, 8월의 성창순, 9월의 이옥천, 10월의 염경애, 11월의 김성예, 12월의 안숙선까지 아홉 명의 명창, 다섯 바탕의 판소리, 일곱 가지 소리제로 더없는 풍성한 소리마당이 될 것이다.
2. 소리꾼들의 꿈의 무대,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판소리 완창(完唱)은 특별한 수련과 공력을 요구하는 작업이므로 옛 명창들도 함부로 도전할 수 없어서 부르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또 시대별로도 1930년대엔‘쑥대머리’나‘추월만정’과 같은 토막소리가 유행이었고, 1940~50년대엔 국극과 같은‘연극소리’가 유행해 완창을 시도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판소리 완창이 공연 형식으로 처음 오른 것은 1968년 박동진 명창의 5시간짜리 <흥보가>가 시초였다고 한다. 이어 1984년 12월 국립극장에서 신재효 선생 100주기 기념으로 박동진, 성창순, 조통달, 오정숙 명창이 나흘에 걸쳐 완창 공연을 펼치면서 판소리 완창의 가능성이 입증되었고, 1985년 본격적인 상설무대로 <국립극장 완창판소리>가 생기면서 바야흐로 판소리의 완창 시대가 개막되었다고 할 수 있다.
22년 동안 꾸준히 완창 무대가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판소리 = 완창’이란 개념이 생기게 되어 요즘은 어린이 소리꾼들도 5~6시간이 넘는 판소리 완창에 도전해 기록을 세우는가 하면 웬만큼 소리공부를 한 사람들은 모두 판소리 완창을 꿈꾸고 있다. 그동안 국립극장에서는 190여명의 명창이 기량을 뽐냈으며 70,000여명의 관객들이 다녀가 단일공연으로는 최대의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원로 명창 뿐 만 아니라 3~40대의 젊은 명창들도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려 소리꾼들이 진정 꿈꾸는 무대임을 보여주고 있다.
3. 서편제, 동편제, 강산제, 동초제…각 유파별 다양한 소리 총망라!
2007년 완창 무대에서는 우리 판소리 ‘소릿제(制)’의 다양한 소리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게 꾸몄다. 판소리의 제(制)란, 전승계보에 따라 음악적 특성이 달라진 판소리의 유형으로, 현재 크게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 강산제 등이 있고, 이밖에 강산제의 한 줄기를 이루는 보성소리, 유명 명창들의 바디를 딴 20여 개의 제(동초제, 정정렬제, 박녹주제, 정정열제, 박봉술제, 등)가 있다
<2007 완창 판소리>에서는 각 유파별 다양한 소릿제들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임방울,박초월선생께 사사받은 조통달의 박초월제 수궁가(3월),정정렬-김여란으로 이어지며 춘향가의 완성이라고 일컬어지는 정정렬제 춘향가를 최정희 명창이(4월), 끊임없이 고집해온 김일구의 박봉술제 적벽가(5월), 판소리계의 큰 스승이신 동초제를 오정숙과 김성예가(5월,11월) 강산제의 뿌리를 싹틔운 성창순의 보성소리 춘향가(8월), 이옥천의 박녹주제 흥보가(9월), 염경애의 유성준제 수궁가(11월), 안숙선의 <강도근제 흥보가>가 다양하게 이어진다.
또한 올해의 완창무대는 총9회중 4회가 판소리 다섯마당 중 가장 긴 <춘향가>로 꾸며져(4,6,8,12월) 춘향가의 유파별 소리를 감상하는 것도 관객들에게는 큰 재미를 더할 것이다.
4. 국악계의 의미 있는 공연...국립극장 <완창판소리> 무대에 모두 녹아
2007년 한해는 국립창극단 뿐만 아니라 국악계에도 매우 의미 있는 해이다.
그것은 바로 국립창극단의 초대단장이었던 동초 김연수 선생의 탄생 100주년이라는 것과 국립창극단 원로단원(전 예술감독) 안숙선의 판소리 인생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에 맞춰 사단법인 동초제 판소리 보존회와 국립창극단에서는 다양한 기념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하지만 판소리계의 스타는 완창무대를 통해서만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는 논리를 세우기라도 하듯 이번 완창무대는 동초 김연수 선생의 유파를 잇는 오정숙과 김성예 명창의 공연이 이어지고 안숙선 명창은 2005년 자신이 처음 선보인 제야완창판소리를 그의 소리인생 50주년의 마지막 날에 다시 한번 선보여 격조 있는 무대를 마련하여 한해를 마감하고 2008년 새날을 밝히는 뜻 깊은 무대를 제공한다.
그리고 5월의 완창을 여는 김일구 명창은 한문 투가 많아 가장 배우기 어렵다는 적벽가완창을 1987년 국립극장에서 발표한 이후 91년, 97년, 2001년에 이어 올해까지 적벽가만 5회를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무대를 통하여 발표하는 기록적인 공연을 세우게 되는 것이다.
5. 완창판소리의 브랜드가치 <심야 완창판소리>와<제야 완창판소리>
지난 2002년 안숙선 명창의 <수궁가>를 시작으로 판소리 무대에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며 인기를 모아 온 <심야 완창판소리>가 올해도 계속된다. <심야 완창판소리>는 한여름 밤 야외 하늘극장에서 펼쳐 보이는 낭만과 풍류의 소리마당으로, 매년 하늘극장(700석)을 만석을 이루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도 8월 11일 밤 8시부터 성창순 명창이 자신의 제자들과 함께 보성소리<춘향가>를 발표한다. 성창순 명창은 지난 2005년도에도 제자들과 함께 <심청가>를 4시간 완창하여 신원한 여름밤의 소리를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이번에는 여름밤의 풍류분아니라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도 느낄 수 있게 9월에도 심야완창(9월29일/8시)이 확대되어 이옥천 명창의 박녹주제 <흥보가>를 감상할 수 있다.
또한 2005년 처음으로 시도한 <제야 완창판소리>도 2006년에 이어 올해도 12월 31일 오후 8시 달오름극장에 다시 올려진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제야의 분위기를 보다 실감나게 살려내는 이 공연에 안숙선 명창이 <강도근제 흥보가>로 장식할 예정이다.

줄거리

“역대명창들이 즐겨 노래했던 적벽가”
적벽가는 특히 양반 계층의 사랑을 받았던 소리였기 때문에 옛 명창들은 대부분 <적벽가>중 몇 대목들을 장기로 삼았다. 역대 판소리 명창중 단연 첫 손에 꼽힐 뿐만 아니라 '판소리의 가왕'으로 추대되었던 송흥록을 비롯하여, ‘장판교 대목’으로 명성을 떨치며 소리꾼으로서 최초의 벼슬을 받았던 모흥갑 그리고 일제시대에 활약했던 김창룡, 장판개, 조학진, 임방울 등은 모두 <적벽가>를 잘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동편제 송만갑에서 박봉술로, 이제 김일구이다.
음악적인 측면에서 볼 때 ‘적벽가’ 에는 ‘군사설움 타령’이나 ‘원조타령’ 같이 애조 띤 대목도 있다. 하지만 ‘삼고초려’ ,‘조자룡 활쏘는 데’, ‘적벽강 불지르는데’ 등과 같이 웅장한 소릿조와 남성적인 기개가 풍기는 박진감 넘치는 대목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적벽가’는 주로 동편 계열이 속하는 명창이 즐겨 불렀다. 명창 박봉술, 정권진, 박동진, 한승호 등의 바디가 전승되고 있는데 이중 박봉술 바디가 가장 강한 전승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박봉술의 ‘적벽가’는 동편 계열에 속하는 송만갑 명창의 바디를 아은 것이다. 본래 ‘삼고초려’ 대목이 없는 이른바 ‘민 적벽가’ 였으나, 현재 바디에는 이 대목이 수용되어 있다. 이는 박명창이 김동준 명고로부터 박동실제 ‘삼고초려’ 가사를 받아 보완했기 때문이다.
박봉술은 성대가 상해 목이 꺾이는 바람에 상청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좌절하기도 했지만 뼈를 깎는 독공을 거듭한 끝에 특유의 창법을 구사하여 일가를 이룬 20세기의 대명창이다. 소리에 양념을 많이 해서 구성지고 재간이 있는 소리를 하는 점이 특징이다. 그의 ‘적벽가’는 송순섭, 김일구, 선동옥 , 안숙선, 정미옥, 이옥천, 정성숙 등에게 전해졌다. 이번 ‘적벽가’ 완창공연의 주인공인 김일구 명창은 공대일 명창에게서 ‘흥보가’를 배운 이후 당대 최고의 스승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소리를 배우고 익혀 현재 판소리 다섯마당을 모두 가지고 있다. ‘춘향가’, ‘심청가’는 성우향 선생의 바디, ‘수궁가’는 정광수 선생의 바디, 그리고 ‘흥부가’와 ‘적벽가’는 박봉술 명창의 바디이다.
이렇듯 그는 ‘제(制)를 가리지 않고 여러 스승으로부터 소리를 배웠는데, 이는 최고의 소리를 배우고자 한 그의 강렬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동편, 서편의 차이가 있고, 법제가 강조되는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나 그는 스승이 가지고 있는 표목(특유의 목)을 자기화하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승의 목이 가지고 있는 재치와 음악성을 배움으로써 자신의 예술적 역량을 극대화 했을 때 명창으로 우뚝 설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