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레이디 맥도날드〉는 ‘이해’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2010년 TV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통
해 소개된 맥도날드 할머니, 권하자는 말 그대로 집 없이, 거리에서 살아가는 노숙인임에 도 불구
하고 거리에 누워 잠자지 않고,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일본문화원 상영관 등에 나타 나며 꼿꼿한
모습으로 생활하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좋은 대학을 나왔고, 과거 여성으로는 드물게 짧지 않은
직장생활도 했었다. 삶의 궤적으로만 본다면, 현재 노숙인의 삶이 낯설고 이상할 만한 삶이었다.
방송이 공개되면서 권하자에 대한 여러 반응들이 있었다. 실제로 권하자를 ‘알았던’ 사람들 은
‘금전적 도움’을 주고 싶어했고, ‘살아갈 장소’ 들을 마련해주고자 했다.
물론 권하자는 모두 거절했다. 그녀가 받아들인 것은 약간의 현금 뿐이었다. 일반 대중의 반응은
꽤 명확했다. 비판, 혐오, 거절. 가진 것 없이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같은 영업장을 전전하는
노숙자의 행동을 비난했 고, 노숙자이면서 신문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는 것, 제작진에게 고가의
음식을 요구하는 것을 이 해하지 못했다. 꼭 어울리지 않는 삶을 사는 것에 대해 분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맥도날드 할머니 권하자는 어울리지 않게 고급 취향을 가진 이상한
노숙자 정도로 기억되고 있었다.
2022년 한 권의 소설이 나왔다. 한은형의 『레이디 맥도날드』였다. 십여 년 전 방송을 통해 알
려진 맥도날드 할머니를 모티브로 한 이 소설은 권하자에게 김윤자라는 새로운 이름을 주었다.
맥도날드, 광화문, 일본문화원 등 실제 권하자의 하루 역시 그대로 가져왔다. 그러나 김윤자는 방
송을 통해 보여졌던 권하자와는 다른 인물이었다. 똑같은 배경, 똑같은 상황에 있었지만, 소설 속
김윤자는 비난이나 혐오의 대상이 되기보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귀 기울 이고 싶은 존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소설에 그려진 그녀의 마지막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
에 없기도 했다.
왜였을까? 어째서 소설을 통해 그려진 김윤자의 삶은 가만히 곱씹어볼 수 있는 삶이된 것 일 까?
연극 〈레이디 맥도날드〉는 그 이유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실제로 방송을 통해 소개된
맥도날드 할머니에 대한 평가들이 소설 이후 다정한 관심이나 자기 삶을 비추어보는 방식들로 변
화된 것 역시 중요하다. 소설에서 실존했던 맥도날드 할머니의 일상을 그대로 유지했음에도 불구
하고, 김윤자의 시선, 김윤자가 만난 사람들의 시선을 덧붙이는 것으로 사 람들의 반응을 다르게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소설을 통해 쌓아 올려진 김윤자 라는 인물은 자기 삶의 방
식을 정확히 바라보고 있는 인물이었다. 자신의 삶을 ‘실패’했다고 스스로 정의했으며, 그 ‘실패’
의 과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기까지 한다. 말하자면 노숙인으로서 의 김윤자의 일상은 ‘실패’임을
알면서도 자신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존엄을 지킬 수밖에 없 는 현실과의 싸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김윤자의 삶의 방식에서 2025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렸다. 2010년 이 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삶의 방식은 어떤 삶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해졌고, 무조건
성실하게 산다고 해서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없는 시대이기도 하다. 열 심히 한다고
해서 늘 최선의 결과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시절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삶의 어디에도 당연한 것은 없다. 이러한 시절에 자기 중심을 세우고, 그것을 지키며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심지어 그 과정이 타인의 시선에서 볼 때 ‘부족’하고 ‘기이’할 수 있다면,
주저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온전히 자기 삶에 관한 일이라고 해도 말이다.
〈레이디 맥도날드〉를 통해 어떤 모양의 삶이든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넉넉함을 제안하 고
싶 다. 어떤 삶이 좋고 나쁘다는 식의 결론이 아니라, 그저 어떤 삶이든 시간을 들여 바라볼 수 있
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연극이라면 그 정도의 수고는 거뜬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궁극
적으로 무대와 객석이라는 실재의 마주봄을 통해 단편적으로 이해되었던 노숙자, 여성을 소환하
고, 이를 통해 당연시되었던 생각들에 질문해보고자 한다.

줄거리

매일 동일한 시간, 추운 겨울임에도 트렌치코트를 입은 노숙인 여성이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등을 전전하며 살아간다. 스타벅스에서는 커피에 이즈니버터를 넣어 천천히 저으며
영자신문을 읽기도 하는 등 그녀는 보통의 노숙인과는 달랐다. 밤 11시 맥도날드에서 그녀가
꾸벅꾸벅 존다. 주변의 알바생들도 그녀를 거부하지 않는다. 마치 보이지 않는 유령처럼 그녀를
무심코 지나쳐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할 뿐디.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멀리서 한 남자가
그녀를 오랜시간 관찰하는 것을 느낀다. 그 사람은 다큐멘터리 피디 신중호. 사람들이 ‘맥도날드
할머니’라 부르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해결해주는 방송국 사람. 그렇게 그녀와 그가 만나
이야기는 시작된다.

캐릭터

김윤자 |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를 돌아다니는 여성 노숙인, 인텔리한 그녀이지만 자신의
선택으로 노숙생활을 하고 있다. 누군가는 비난하지만 자신의 삶의 존엄을 지키며 사는 사람.
신중호가 관찰하는 인물

신중호 | 전 SBS 다큐멘터리 피디, 김윤자를 관찰하면서 김윤자의 친구가 되고 마지막 장례식을
치뤄주는 인물. 김윤자의 마지막을 함께 한 사람

최신양 | 김윤자에게 호의를 베푸는 목사, 하지만 그것이 매우 당연하다 여기는 사람

민수경 | ‘삶의 질 만족도 조사원’으로 스타벅스에서 김윤자와 첫 만남. 김윤자의 친구로 기억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