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로미오와 줄리엣
가족 구조라는 사회적 체제를 거슬리며 자신들의 사랑을 위해 죽임까지 감래한 두 연인들의 이야기로 알려진 “로미오와 줄리엣”... 이 작품은 젊은이들의 숭고한 사랑으로 널리 알려진 원작을 뒤틀거나 그 의미를 해체하고자 하는 의도를 지니지 않는다. 오히려 절대적 사랑을 이 두 연인이게 제공해준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의 순간들을 더욱 더 시·청각적인 이미지 군(群)들로 파헤쳐 보면서 이 작품에서 나오는 “운명”의 의미를 다차원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과거에 겪었던 자신들만의 시간을 망각하고 사회적 틀과 임무가 요구하는 ‘나’가 배제된 ‘타인의 시간’ 속에 존재하게 된다.
이 작품의 주요 의도는 한때 우리의 존재를 뜨겁게 일구어나간 “우리들만의 시 간”을 원작의 “그들만의 시간의 끝”을 잡고 있는 두 주인공의 행적을 통해 총 체적인 경험으로 복원하는 데 있다.


7년을 맞는 여성 연출가전 과한 독창성의 페스티벌!
7년 동안 여성 연출가전은 제 1 회 젊은 여성연출가전이라는 타이틀로 시작해서 현재 여성 연출가전이라는 타이틀로 7년을 맞고 있다. 1회와 2회는 여성과 성이라는 큰 타이틀 아래 결혼과 섹스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고 3회와 4회 5회는 문학과 감성의 만남이라는 주제아래 참여 연출의 연출적인 역량을 유감없이 과시한 축제이며, 더불어 6회째 시도된 전쟁이라는 상당히 남성적인 주제의 이야기를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깊이 있는 터치로 여성이라는 한계를 극복한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7년째를 맞는 제 7 회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파격적이고 포괄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셰익스피어라는 한정적이고 어찌 보면 범용한 주제를 선택하였다. 하지만 이들의 과한 실험정신은 셰익스피어를 그대로 두지 않는다. 신나고 슬프고 이상하고 아름다고 격렬하고 새로운 셰익스피어의 세계를 보여줄 것이다.

6주 동안 펼쳐지는 6개의 셰익스피어 작품!
<한여름밤의꿈><햄릿><리어><로미오와 줄리엣><멕베스><소네트-검은 여인의 노래>
4월 5일부터 5월 15일까지 일주일 단위로 펼쳐지는 이번 축제에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와 희극, 그리고 시까지 공연으로 만나볼수 있는 특별한 축제가 되었다!
<한여름밤의꿈>에서는 클럽에 온 것 같은 즐거움을
<햄릿>에서는 백색의 슬픔을
<리어>에서는 상식을 뒤집는 이상함을
<로미오와줄리엣>은 거침없는 아름다움을
<멕베스>에서는 가슴을 죄는 격렬함을
<소네트-검은 여인의 노래>에서는 감미로운 새로움을 느껴보게될 것이다.
어느 작품을 놓치든 후회하게 될 축제! 그녀들의 축제가 시작됩니다.

셰익스피어의 파격! 여장하다?
여장하다의 의미는? 진짜 셰익스피어가 여장을 하고 나타나나? 아니다!
운율 여呂에 꾸밀 장裝인 이 여장하다는 셰익스피어하면 떠오르는 그의 탁월한 시적언어를 현대적으로 꾸민다는 의미의 여장하다이다.
그렇다면 그녀들이 꾸미는 셰익스피어의 시적언어는?
당연히 현대적이고 거침이 없다. 장소와 시간대만 현대와 비상식적인 공간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현대와 비상적인 방식으로 옮기는 작업인 것이다.
누가 감히? 셰익스피어를........
우리가 한다! 백순원!오승수!서미영!유림!홍영은!황이선! 6명의 여성연출가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거침없이 돌진하는 것이다.
또한 오만과 만용을 막기 위해 여성연극인협의회와 연계하여 사전 극작워크샵을 하고 작가,평론가선생님들을 드라마트루기로 영입, 작업을 공유함으로써 작품의 완성도와 깊이를 더하고 있다. 이제 준비는 끝났고 이들의 여행이 즐겁기를 셰익스피어와 같이 기도한다.

줄거리

비가 오는 어느 여름 밤.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로 보내는 첫 날 밤이자 마지막 밤의 끝자락을 잡으며 이별을 준비 하고 있다. 시간은 그들 앞에 멈춘 듯 고요하지만, 그들 속에서는 서서히 과거의 기억들이 소요를 일으키며 그들의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게 한다. 꿈 혹은 운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건들이 그들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졌다. 친구 머큐쇼와 인척 팁ㄹ트의 죽음, 사랑이라는 이름을 걸고 이루어진 내기와 결투, 사랑이라는 것을 알기 전 어슬프레 사랑에 대해 지껄였던 이제 철없 던 과거들...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일가? 왜시간을 그들의 편에 서지 않고 그들의 이별에 박차를 가하는 불가항력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일가? 그들은 자신들을 같이 있게 한 과거의 어느 시작부터 서서히 자신들에 대한 기억들을 끄집어 본다.
그들의 만남을 가능케 하였던 이성을 향한 눈뜸, 그 후 격정처럼 그들을 모진 세파로 몰아넣은 사랑, 그리고 이로 인하여 일어난 뜻하지 않은 비극적 참상들... 이 모든 사건들을 ‘지금 이 시점’에서 하나 하나씩 반추해본다. 그리고 과거의 “한때 그때”는 “현재”가 흘러가는 ‘지금-이 순간’ 매번 새로운 의미로 부활하여 그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머지않아 이별이 그들을 찾아오고 이제 그들은 ‘되돌릴수도 없고, 돌아오지도 않은’ 과거를 잠시 놓아놓고 불확실한 미래에 자신들의 운명을 내건다. 어떠한 일이 그들에게 몰려오던 그들이 확신하는 것은 한 가지이다. 그들은 결코 다시 헤어질 수 없다는 것, 가혹한 운명이 그들에게 장난을 걸어 그들을 극단적인 선택의 기로에까지 내몰더라고 말이다. 어느 순간 그들은 자신들의 불확
실한 미래에 대항하는 ‘전사’들로서 자신들의 “있음”을 영속적으로 지켜나가려고
한다.
혹자는 이를 ‘젊은 날 취기’에 지나치게 취한 젊은이들의 취기라고 명명지을 것이다. 그들의 죽음을 미화하려고 하는 의도도 없다. 결코 그러한 극단적인 선택은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기에.. 다만 젊은 날 우리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섬광’과도 같은 순간을 다시금 상기하면서 지금 현재 우리의 모습을 반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