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5월의 꽃바람 다하도록 죽지 않은 사랑
남산예술센터와 신시컴퍼니가 공동 제작하는 연극 <푸르른 날에>가 오는 5월 10일부터 29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재개관 후 세 번째 시즌을 맞은 남산예술센터는 창작 현대연극을 제작, 연극계에서 동시대의 담론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뮤지컬에서 연극으로 제작 범위를 넓혀온 신시컴퍼니는 최근 완성도 높은 현대 연극을 제작하여 대중들에게 수준 높은 연극을 선보이고 있다. 남산예술센터와 신시컴퍼니의 공동 제작으로 막이 오르는 <푸르른 날에>는 최고의 스태프와 출연진, 현대역사를 되짚는 주제의식, 새로운 무대 언어로 창작 현대연극의 현재를 보여줄 것이다.
희곡 <푸르른 날에>는 차범석 희곡상 제3회 수상작으로, 5.18 광주 민주화 항쟁에 휘말린 어느 남녀의 사랑과 그 후 30여 년의 인생 역정을 구도(求道)와 다도(茶道)의 정신으로 녹여낸 정경진 작가의 작품이다. 수상 당시 심사위원들에게 ‘가해자와 피해자가 상처를 안고 살아야 했던 사연들을 현재와 과거, 미래가 공존하는 구조로 그려낸 눈물과 감동이 있는 수준 높은 작품’으로 평가 받은 바 있다. 지난 해 <칼로막베스>로 평단의 관심과 연극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연출가 고선웅이 각색, 연출을 맡으면서 촌철살인의 입담과 특유의 리듬감으로 재탄생되었다.
연극 <푸르른 날에>는 ‘명랑하게 과장된 통속극’이다. 연출가 고선웅은 이 작품은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목도(目睹)가 아닌 현재를 환기해주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신파와 통속, 눈물과 웃음을 넘나들면서도 결코 5.18의 진정성을 놓치지 않는 이 공연은 정재은, 박윤희, 이영석, 김학선 등 중견 배우들과 에너지 넘치는 대학로의 젊은 배우들이 함께한다. 스태프로는 <한여름 밤의 꿈><상사몽> 등의 작품에서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였던 이윤수 무대디자이너, <방자전><음란서생><혈의 누> 등의 영화의상과 연극 <들소의 달>로 동양 미학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정경희 디자이너, 감성과 이성을 넘나드는 음악과 현장감 있는 음향으로 무대를 채워주는 김태근 음악감독이 참여하여 함께 <푸르른 날에>를 완성해 간다.
제3회 차범석 희곡상 수상작, 무대에 오르다.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대가 故 차범석 선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차범석 희곡상은 제1회 김명화 작가의 <침향>에 이어 2회 수상자 없음으로 한 해를 거르고, 제3회 수상작으로 정경진 작가의 <푸르른 날에>를 선정하였다. 정경진 작가는 목포 출생으로 녹록치 않은 필력을 발휘하며, 창작예찬 프로젝트로 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을 받은 <홍어>가 서울연극제에도 참여하는 등 이미 연극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왔다. 희곡의 수상과 함께 공연 지원도 이루어지는 차범석 희곡상의 특성에 따라, 1회 수상작인 <침향>이 2008년에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배우 박정자, 손숙, 박인환, 정동환 등을 주?조연으로 공연된 바 있으며, 이번 <푸르른 날에>는 남산예술센터와 공동제작으로, 두 번째로 공연되는 차범석 희곡상 수상 공연이다.
21세기 신파극, 비극과 희극을 넘나들며 5.18 다시 보기
연출가 고선웅이 정의하는 연극 <푸르른 날에>는 “명랑하게 과장된 통속극”이다. 서로 사랑했으며 그 사랑의 결실로 아이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항쟁에 휘말려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한 비극적인 두 남녀는 31년이 지난 오늘 다시 만나 서로를 이렇게 소개한다.
“아, 저기 저 여자는 푸르른 날의 나, 윤정혜!”
“저기 저 남자는 푸르른 날의 나, 오민호구나!”
“비록 지금은 똥배도 나오고 트림도 꺼억꺼억 해대지만 한때는 열렬히 사랑했던 사이!”
연출가 고선웅은 진부한 멜로드라마식의 대사를 살짝 비틀어 유쾌한 통속극으로 바꾸어 놓는다. 30여 년의 세월을 건너 연극 속에 다시 살아난 주인공들도 슬픈데 기쁜 척, 사랑하지만 아닌 척, 힘들지만 담담한 척 거짓말같이 그날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시종일관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는 대사와 19명의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일사불란하고 유쾌한 움직임들은, 5.18을 재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로 관객 앞에 보여준다.
역사는 순환된다. 과거의 재현이 아닌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
기존의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을 다루었던 작품들이 역사 현장을 재현하는 사실주의 극으로 반성과 감동을 주었던 반면, <푸르른 날에>는 현재 그들의 삶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생의 ‘푸르른 날’을 역사적 비극에 빼앗긴 사람들이 잃어버린 푸르른 날을 그리워할 수도, 노래할 수도 없었던 한 세월을 돌아보면서 우리는 오늘을, 내일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작품은 역사적 비극의 실체를 30여 년간 이루어지지 못한 남녀의 사랑으로 은유함으로써 5.18의 역사적 사실과 정신은 과거의 것이 아니라 동시대의 역사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서정주 시, 송창식의 노래로 여는 마지막 장면은 ‘푸르른 날’이 개인과 역사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그 아픔을 기억함과 동시에 푸르른 날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펼치겠다는 강한 의지를 암시하고 있다. 연출가 고선웅은 무대화의 과정에서 어둡고 무거운 서사와 통속적인 멜로드라마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을 역이용하여 다소 과장되며 희극적인 연극어법을 취하고 있다. <푸르른 날에>는 전통적인 사실주의 극에 아이러니와 위트를 더함으로써 지난 역사가 아닌 오늘의 역사를 돌아보게 할 것이다.
사실과 비사실의 조합으로 이루어낸 다중적 시간
<푸르른 날에>의 제작진들은 무대에 과거와 현재, 광주-보성-서울을 잇는 시?공간을 들여오기 위해 비사실과 사실, 무채색과 컬러의 조합을 이루어냈다. 무대에는 불가를 상징하는 불상, 사천왕상과 연못, 인사동의 고풍스런 찻집을 연상케 하는 나무 질감과 빗살무늬 문이 비사실적으로 들어와 있고 30여 년의 세월을 건너 듯 긴 다탁이 가로 놓여 있다. 손을 뻗어 찻잔을 들기에도 불편할 정도의 사이를 두고 인물들은 관계를 주고받으며 극 중 한 아이는 끊임없이 찻잔을 바꾸어 놓는다. 여산 스님은 보성에, 중년의 나이가 된 정혜는 서울에서 사연 많은 세월을 풀어간다. 이들의 기억을 1980년 5월의 그 날로 이끄는 것은 무대 후면의 사천왕상과 그들의 북소리, 아득한 기억 속의 뻐꾸기 소리다. 무대 위의 찻잔, 다중적 시간 위에 희미한 불상의 이미지는 원작의 의도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으며 최대한 암전을 절제하고 중첩된 장면 전환으로 극의 속도를 끌어냈다.
남산예술센터와 신시컴퍼니가 공동 제작하는 연극 <푸르른 날에>가 오는 5월 10일부터 29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재개관 후 세 번째 시즌을 맞은 남산예술센터는 창작 현대연극을 제작, 연극계에서 동시대의 담론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뮤지컬에서 연극으로 제작 범위를 넓혀온 신시컴퍼니는 최근 완성도 높은 현대 연극을 제작하여 대중들에게 수준 높은 연극을 선보이고 있다. 남산예술센터와 신시컴퍼니의 공동 제작으로 막이 오르는 <푸르른 날에>는 최고의 스태프와 출연진, 현대역사를 되짚는 주제의식, 새로운 무대 언어로 창작 현대연극의 현재를 보여줄 것이다.
희곡 <푸르른 날에>는 차범석 희곡상 제3회 수상작으로, 5.18 광주 민주화 항쟁에 휘말린 어느 남녀의 사랑과 그 후 30여 년의 인생 역정을 구도(求道)와 다도(茶道)의 정신으로 녹여낸 정경진 작가의 작품이다. 수상 당시 심사위원들에게 ‘가해자와 피해자가 상처를 안고 살아야 했던 사연들을 현재와 과거, 미래가 공존하는 구조로 그려낸 눈물과 감동이 있는 수준 높은 작품’으로 평가 받은 바 있다. 지난 해 <칼로막베스>로 평단의 관심과 연극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연출가 고선웅이 각색, 연출을 맡으면서 촌철살인의 입담과 특유의 리듬감으로 재탄생되었다.
연극 <푸르른 날에>는 ‘명랑하게 과장된 통속극’이다. 연출가 고선웅은 이 작품은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목도(目睹)가 아닌 현재를 환기해주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신파와 통속, 눈물과 웃음을 넘나들면서도 결코 5.18의 진정성을 놓치지 않는 이 공연은 정재은, 박윤희, 이영석, 김학선 등 중견 배우들과 에너지 넘치는 대학로의 젊은 배우들이 함께한다. 스태프로는 <한여름 밤의 꿈><상사몽> 등의 작품에서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였던 이윤수 무대디자이너, <방자전><음란서생><혈의 누> 등의 영화의상과 연극 <들소의 달>로 동양 미학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정경희 디자이너, 감성과 이성을 넘나드는 음악과 현장감 있는 음향으로 무대를 채워주는 김태근 음악감독이 참여하여 함께 <푸르른 날에>를 완성해 간다.
제3회 차범석 희곡상 수상작, 무대에 오르다.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대가 故 차범석 선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차범석 희곡상은 제1회 김명화 작가의 <침향>에 이어 2회 수상자 없음으로 한 해를 거르고, 제3회 수상작으로 정경진 작가의 <푸르른 날에>를 선정하였다. 정경진 작가는 목포 출생으로 녹록치 않은 필력을 발휘하며, 창작예찬 프로젝트로 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을 받은 <홍어>가 서울연극제에도 참여하는 등 이미 연극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왔다. 희곡의 수상과 함께 공연 지원도 이루어지는 차범석 희곡상의 특성에 따라, 1회 수상작인 <침향>이 2008년에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배우 박정자, 손숙, 박인환, 정동환 등을 주?조연으로 공연된 바 있으며, 이번 <푸르른 날에>는 남산예술센터와 공동제작으로, 두 번째로 공연되는 차범석 희곡상 수상 공연이다.
21세기 신파극, 비극과 희극을 넘나들며 5.18 다시 보기
연출가 고선웅이 정의하는 연극 <푸르른 날에>는 “명랑하게 과장된 통속극”이다. 서로 사랑했으며 그 사랑의 결실로 아이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항쟁에 휘말려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한 비극적인 두 남녀는 31년이 지난 오늘 다시 만나 서로를 이렇게 소개한다.
“아, 저기 저 여자는 푸르른 날의 나, 윤정혜!”
“저기 저 남자는 푸르른 날의 나, 오민호구나!”
“비록 지금은 똥배도 나오고 트림도 꺼억꺼억 해대지만 한때는 열렬히 사랑했던 사이!”
연출가 고선웅은 진부한 멜로드라마식의 대사를 살짝 비틀어 유쾌한 통속극으로 바꾸어 놓는다. 30여 년의 세월을 건너 연극 속에 다시 살아난 주인공들도 슬픈데 기쁜 척, 사랑하지만 아닌 척, 힘들지만 담담한 척 거짓말같이 그날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시종일관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는 대사와 19명의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일사불란하고 유쾌한 움직임들은, 5.18을 재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로 관객 앞에 보여준다.
역사는 순환된다. 과거의 재현이 아닌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
기존의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을 다루었던 작품들이 역사 현장을 재현하는 사실주의 극으로 반성과 감동을 주었던 반면, <푸르른 날에>는 현재 그들의 삶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생의 ‘푸르른 날’을 역사적 비극에 빼앗긴 사람들이 잃어버린 푸르른 날을 그리워할 수도, 노래할 수도 없었던 한 세월을 돌아보면서 우리는 오늘을, 내일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작품은 역사적 비극의 실체를 30여 년간 이루어지지 못한 남녀의 사랑으로 은유함으로써 5.18의 역사적 사실과 정신은 과거의 것이 아니라 동시대의 역사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서정주 시, 송창식의 노래로 여는 마지막 장면은 ‘푸르른 날’이 개인과 역사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그 아픔을 기억함과 동시에 푸르른 날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펼치겠다는 강한 의지를 암시하고 있다. 연출가 고선웅은 무대화의 과정에서 어둡고 무거운 서사와 통속적인 멜로드라마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을 역이용하여 다소 과장되며 희극적인 연극어법을 취하고 있다. <푸르른 날에>는 전통적인 사실주의 극에 아이러니와 위트를 더함으로써 지난 역사가 아닌 오늘의 역사를 돌아보게 할 것이다.
사실과 비사실의 조합으로 이루어낸 다중적 시간
<푸르른 날에>의 제작진들은 무대에 과거와 현재, 광주-보성-서울을 잇는 시?공간을 들여오기 위해 비사실과 사실, 무채색과 컬러의 조합을 이루어냈다. 무대에는 불가를 상징하는 불상, 사천왕상과 연못, 인사동의 고풍스런 찻집을 연상케 하는 나무 질감과 빗살무늬 문이 비사실적으로 들어와 있고 30여 년의 세월을 건너 듯 긴 다탁이 가로 놓여 있다. 손을 뻗어 찻잔을 들기에도 불편할 정도의 사이를 두고 인물들은 관계를 주고받으며 극 중 한 아이는 끊임없이 찻잔을 바꾸어 놓는다. 여산 스님은 보성에, 중년의 나이가 된 정혜는 서울에서 사연 많은 세월을 풀어간다. 이들의 기억을 1980년 5월의 그 날로 이끄는 것은 무대 후면의 사천왕상과 그들의 북소리, 아득한 기억 속의 뻐꾸기 소리다. 무대 위의 찻잔, 다중적 시간 위에 희미한 불상의 이미지는 원작의 의도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으며 최대한 암전을 절제하고 중첩된 장면 전환으로 극의 속도를 끌어냈다.
줄거리
차밭이 보이는 암자에서 수행 중인 승려 여산(과거의 오민호)은 조카이자 ‘딸’인 운화의 결혼 소식을 듣는다. 그의 기억은 30여 년 전 전남대를 다니던 야학 선생 시절로 돌아간다. 당시 민호는 전통찻집 아르바이트생인 윤정혜와 사랑에 빠져 있었고, 정혜의 동생 기준은 민호를 친형처럼 의지하고 있었다. 5월 18일 광주민주화 항쟁이 터지고, 그 소용돌이 속에 정혜는 민호를 떠나보내고 도청을 사수하던 민호와 기준은 운명이 나뉘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 비겁한 자가 된 민호는 고문 후유증과 함께 정신이상을 겪고 삶을 포기한다. 자신을 들여다볼수록 진흙탕이고 거부하고 싶은 생, 결국 민호는 속세의 자신을 버리고 불가에 귀의한다. 민호와 정혜 사이에 생긴 딸 운화를 친형 진호가 거두었지만, 세월이 흘러 운화의 결혼에 이르러서는 끊을 수 없는 속세의 인연에 애달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