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살아가기 위해 매달리고 애를 쓰지만, 인생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고, ... 어쩔 수 없다 해도 살아내야 하는 게 또 어쩔 수 없는 인생. 그러니 설사 비극적 속이 빤히 보인다한들 애써 낭만성의 기운을 살려내야지.”

<2g의 아킬레스건>은 ”당신에게 있어 당신을 어쩔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가족, 돈, 욕망, 정직하게 살면 손해 보는 세상, 이 현실적 카테고리가 날 어쩔 수 없게 만든다고 말할 것이다.
삶은 우리에게 즐거운 추억거리만 선사하지 않는다. 그 반대가 차라리 정답에 접근한다, 정답이 있다면. 그래서 때론 견디기 힘든 기억, 의도하지 않는 오해가 쌓여버린, 때 묻은 갈등이 개인의 의식 속에 끼어드는 것이다. 우린 우리에게 처해진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을 해결하려고 실로 수많은 의지를 행동으로 뿌리지만 자기 뜻대로 이루어지는 게 대체 몇 개나 될까? 하지만, 곤혹스런 삶의 뒤안길을 쓸어나가는 우리의 대처능력이 불가항력의 늪에 빠져 어쩔 수 없을 지경에 이른다 해도, 그래도 자연이 부여한 시간만큼은 견뎌내는 의지가 우리에게는 부여돼 있고, 이 부둥켜 안아야할 낭만성에 삶의 미학이 존재한다.


<연출의 글>
애비의 ‘속정’이라는, 다분히 복고적인 정서에 대한 향수를 내보이고 싶다. 표현하지 않거나 못한다고 해서 없는 게 아닌데, 이 ‘속정’에 대한 오해가 아들의 앙금으로 남아버린 아픈 이야기. 화해 못하는 부자지간과 이 때문에 ‘죽어서도 못 죽는’ 에미의 아픈 가족사를 이 시대, 모든 게 표현되고 드러나야 마땅한 이 시대의 노골성과 경박함에 대비시켜보고자 한다.
노리는 정서는 다분히 복고적이나 다루는 방식은 오히려 프로이트의 꿈의 논리를 따른다. 꿈과 기억 그리고 무의식의 흐름의 특색인 ‘몽환성’을 작품의 주 분위기로 장면을 구성하겠다. 노리는 바는, 이질적 느낌으로 다가서는 60년대 복고적 감성이다.

줄거리

80을 바라보는 순택. 그가 끄집어내는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극은 시작된다. 그러나 극은 그 순간부터 기억의 추적을 거부하고 대신 이미지의 유희를 즐긴다. 기억과 시간의 흐름과 현재가 그 자체 논리로만 따로 흐르면서 간단없이 교차하고 충돌하고 건너뛴다. 꿈이라면, 꿈의 몽환적 특성만을 차용한 <2g의 아킬레스건>은 그 몽환성 조차 관점이 불분명해서 어느덧 “몽환” 자체가 주체이면서 객체가 된다.
이렇게 극은 중후반까지 흐른다. 그 이후 다음이 선명해진다. 아비의 숨은 2% 인성, 이 약점을 자기상처로 키운 아들, 어미의 죽음과 장터의 몰락이 “죽어서도 못 죽는” 어미의 한으로 겹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