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오페라 “대장경”

고려대장경은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문화유산이며 2011년은 고려대장경이 간행된 지 1,000년이 되는 해이다. 경상남도에서는 고려대장경 간행 1,000년을 기념하여 조정래의 소설 ‘대장경’을 각색하여 오페라로 작곡, 제작하였다.

줄거리

1232년 초조대장경이 봉안되어 있는 부인사로 몽고군의 수장 살례탑을 위시로 몽골군이 쳐들어온다. 부인사의 스님들은 대장경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무릅쓴다. 그러나 부인사는 몽골군의 불화살로 인해 금세 화염에 쌓이고 스님들은 판본을 안고 불더미 속에서 쓰러진다.
한편, 강화도로 피신을 나간 고종은 초조대장경이 몽고군에게 불살라지고 연이은 패전 소식에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있다. 그 당시 무신정권의 최고의 권력자 최우는 패전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서 대장경 판각작업을 시행할 것을 고종에게 상소한다. 고종은 대장경 판각 불사를 윤허하고 수기대사를 불러 대장경 판각 불사를 논한다. 수기대사는 불사로 적의 침입을 막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불법을 무기화해서는 안 됨을 아뢴다. 하지만 최우는 대장경 판각 불사를 시행하기로 결론을 내리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다. 수기대사는 권력의 힘에 의해서 대장경 판각 불사가 거행되지만 힘없는 백성들의 고통과 희생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고종 24년 2월. 강화도 뱃전에 판목을 실은 커다란 판목선이 돛을 내린다. 그 판목은 산에서 누워 일 년, 바닷물에 삼년, 응달에서 일 년, 소금물에 다시 일 년을 담가 완성된 것이다. 강화도 뱃전으로 나온 백성들은 판목에 나라를 지키고 자신들을 지켜주기를 기원한다. 그렇게 전해진 판목을 받은 고종은 대장경판각 불사 취지와 발원을 담은 법요식을 거행하라 이른다. 최우는 이규보가 작성한 대장경 판각 군신기고문를 낭독한다.
대장경 판각 불사의 일임을 담당하기 위해서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게 된다. 장균은 나이는 어리지만 또렷하고 힘 있는 필체로 필생으로 발탁되고, 근필은 판전을 지을 대목수로 일하게 된다. 장균을 비롯한 오백여명의 필생과 각수들은 삼년을 하루같이 부처님의 경전을 옮겨 적고 새기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중신들과 그 자제들이 판각불사 작업장을 방문하게 된다. 호부상서의 딸 가화는 장균의 늠름하고도 고귀한 기상에 끌려 연모의 정을 기르기 시작한다. 장균은 가화의 연서를 받고도 불사를 그르칠까 염려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붓을 든다. 수기대사는 호부상서를 방문을 받는다. 그때서야 장균과 가화의 일을 알고 필사 작업이 마치는 이틀 후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다.
한편, 대목수 근필은 혼신의 힘을 기울여 판전 공사를 진행한다. 그는 마치 신들린 듯한 솜씨로 자신의 온 정성과 마음을 바쳐 판전공사에 임한다. 주위의 사람들은 대목수 근필을 미친 사람이라고 지칭하고 수근거린다. 장균과 가화의 결혼식이 끝나고 육년을 함께 해온 필생들과 헤어지는 자리에 대목수 근필이 쓰러져 위험하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근필은 판전에 경판이 봉안되는 것을 보며 수기대사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