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극단 여행자, 조최효정 연출의 2012년 두 번째 무대_
고전비극 <메데아>


<마릴린 먼로의 삶과 죽음>으로 단숨에 주목을 받고 2011년 아멜리 노통브의 <오후 네시>를 각색하여 소극장 무대로 선보이며 그 가능성을 보였던 극단 여행자의 신진연출가 조최효정 연출이 고전 작품 <메데아>를 무대에 올린다.

극단 여행자가 고전을 새로운 무대로 선보여 온 작품의 행보가 컸다면 신진연출가 조최효정은 <마릴린 먼로의 삶과 죽음>, <오후 네시> 의 연이은 작품을 통해 사회와 개인, 개인과 개인 사이의 소통과 단절, 그 속에서 개인을 항하는 시선과 심리를 포착해 오고 또한 ‘사회’, ‘관계’, ‘대중’의 문제를 고민해 왔다.
그 동안 수없이 공연되고 읽혀져 온 그리스 비극, 고전으로 눈을 돌려 작품을 올리는 조최효정 연출과 극단 여행자의 작업에서 원작 그대로의 힘과 함께 또 다른 시각, 또 다른 메데아를 기대한다.

이 곳에 살아남아도 이방인이고, 나와 함께 그 곳에 간들 이방인이다.
이 짧은 하루 동안만 내 자식임을 잊었다가 나중에 울도록 하자.
애들은 생명을 잃는 게 아니라 영원히 내 가슴 속에 사는 거예요.
난 비겁해지지 않을 거예요.
내 행동이 옳다고 여기지 않는 사람은 알아서 처신하세요.
내 손은 결코 허약해지지 않을 거예요.

왜 <메데아>인가?.....
이방인, 그녀 - 메데아


얼마 전, 노르웨이 연쇄살인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되었다. 극우단체 소속인 그에게 한국의 가부장제와 반다문화정서, 폐쇄적 민족주의는 이상향이었던 것이다.

한국사회의 단적인 예, 그것이 메데아다.

고전이 계속 무대에 오르고 재해석 되는 것을 그 속에서 아직도 우리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공연에서 <메데아>의 캐릭터는 복수로 불타는 악녀이기 전에 질투의 눈먼 여인이기 전에 사회의 이방인으로 바라본다.
그녀는 철저히 자신의 고향에서도 고향과 가족을 저버린 이방인이고 그녀가 속한 사회에서도 이방인이다.

소통에 관해서, 다수와 소수에 관해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 바라보는 이 공연은 사회가 어떻게 이방인을 괴물로 변질시켜 보게 하는지를 바라본다.

7명의 여배우, 그리고 7개의 의자
극단 여행자 여배우들만으로 구성되어 만들어낸 무대 -


이 작품은 조최효정 연출이 기본의 원작 희곡을 그대로 무대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극단 여행자 여배우들 7명과 공동각색의 과정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특히 여배우들로만 구성된 이번 무대는 작품이 남성중심 사회속에서 질투와 원한을 품은 여인의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다수의 사회와 거기의 메인 구성원이 되지 못하는 소수의 개인의 문제로 이끌어 낸다. 이는 메데아를 중심으로 다수의 코러스의 구성은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와 대중의 시선, 그리고 그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특히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사용하는 의자, 그 의자들은 위치와 사용에 따라 다양한 연출적 의도를 이끌어낸다. 소극장 무대에서 여배우들만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이 공연의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 올 것이다.

줄거리

이방에서 온 갈 곳 없는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많은 소문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호기심을 갖는 한편, 두려움과 적대감을 갖는다.
그녀에게 사랑하는 남자의 배신이라는 비극이 찾아온다. 슬퍼하는 그녀의 곁에 사람들이 다가온다. 한번은 이길 수 없는 권력이, 한번은 사랑이, 또 한번은 우정이, 그리고 도와주지 않고 그저 지켜보는 사람들까지... 모두 그녀를 한번씩 뒤흔들고 지나가며 그녀를 몰아간다. 끝날 수 있었던 작은 비극은 마침내 ‘존속살해’ 라는 극으로 치닫고, 사람들은 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저주하는 사회적 괴물이 태어나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그녀는 떠나버리고, 사람들은 그녀가 떠난 자리에 돌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