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아름다운 일상이 펼쳐지는 경기도 가평,
<우리읍내>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우리읍내>는 1938년 미국 뉴저지 주 프린스턴 메카터 극장에서의 초연 이후 전 세계에서 하루도 공연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현대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미국의 대다수 학교에서 교재로 채택하여 학생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끄는 이유는 어떤 특정한 것을 다룬 작품이 아니라 가장 보편적인 진실을 보여주는 소박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국립극단이 올 7월 21일부터 8월 6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올리는 <우리읍내>는 시골 의사와 신문 보급소장 집안의 아들과 딸의 성장과정과 사랑, 결혼과 죽음을 통해 인생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배경을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경기도 가평으로 설정하고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의 전개를 보여주며 우리 인생이 아름답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읍내의 일상, 사랑과 결혼, 죽음으로 전체 3막이 이루어져 있어 우리 삶의 보편적인 과정을 잔잔히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국립극단 오태석 예술감독이 번안을 맡아 기독교 문화 중심적인 미국 중서부 소읍이라는 배경을 경기도 가평으로 바꿔 향토색 짙은 작품으로 재구성했고, 연출은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출신의‘혜화동 1번지’4기 동인 김한길이 맡았다. 특히 <우리읍내>는 지난 2월, 오 감독이 국립극단 예술감독으로서 임명된 후 국립극단의 정체성과 보다 적극적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작품이고,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국립극단으로서는 처음 올리는 만큼 그와 제자 김한길 연출가의 욕심이 그 어느 작품보다 큰 작품이라 할 것이다.
<우리읍내>는 원작자 손톤 와일더(Thornton Wilder)가 현대 사실주의 연극을 개념에 두고 쓴 퓰리처 상 수상에 빛나는 명작이다. 그는 관객들이 연극이 허구임을 알 수 있도록 텅 빈 무대 기법을 고안했다. 텅 빈 무대 기법은 <우리읍내>의 주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일상에 나타난 사실성을 강조하기 위해 무대 막, 장치, 소품 등 모든 것을 과감하게 무대에서 제거하였다. 텅 빈 무대는 배우의 동작과 마임을 부각시키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시키고 확대시켜서 관객은 각 장면의 의미를 더욱 효과적으로 알 수 있다. 즉 배우들의 연기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 관객이 직접 삶의 보편적 의미를 깨달을 수 있고, 또한 시대가 달라져도 배우들의 연기는 보편적인 만큼 시간의 제약을 극복하는 효과도 있다.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무대감독’의 역할은 한국연극의 오랜 역사이자 국립극단의 대들보인 장민호(79), 국립극단장을 역임한 권성덕(65) 두 배우가 함께 맡는다. 무대감독은 등장인물, 해설자, 관객, 전지전능한 존재 등과 같이 여러 역할로 등장한다. 사실 여타 극단의 같은 작품에서 무대감독 역할은 젊은 배우가 맡아 그 역할이 가진 무게가 다소 축소되는 경향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두 원로배우는 무대에서 평생 쌓아온 연륜과 존재감을 통해 극을 이끌어가며, 등장인물로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관객과 같은 입장이 되어 <우리읍내>가 주는 감동을 배가시켜 줄 것이다.
한 마을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사랑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세상과 이별을 하는 과정은 마치 언젠가 한번쯤 들어본 시골 외할머니의 구수한 옛이야기와 같다.
<우리읍내>는 여름방학을 맞아 일상에 나른해하는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도시 생활에서 느껴보지 못한 마음의 여유를, 어른들에게는 매일의 삶 속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일상의 소중함과 진정한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한다. 7 ~ 8월, 한여름의 더위에 지쳐서 시원하고 서늘한 재미를 찾는 이들에게 초록빛 짙은 신록에 자리 잡은 국립극장의 남산 길을 온 가족이 함께 하는 나들이로 추천한다.
미국 현대 연극의 시초, 퓰리처상 수상에 빛나는 원작 <우리읍내>
<우리읍내>는 관객이 연극에 몰입되기보다는 연극은 어디까지나 연극임을 느끼면서, 연극은 허구세계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실주의에 기초한 작품이다. 기존의 연극이 여러 장의 무대 막, 여러 가지의 소품이 채워진 무대를 사용하는 데 비해 이 작품은 관객이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텅 빈 무대를 사용한다. 원작자 손톤 와일더는 관객이 배우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고자 무대의 모든 소품들과 장치를 배제시킨 텅 빈 무대를 고안했고, 배우의 연기 또한 상징성이 강한 마임 형식을 차용했다. 또한 무대감독이라는 기존의 연극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인물을 극 중에 등장시켜서 친절한 안내자 역할을 수행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시시각각 이 작품의 특이한 재미에 빠져들게 하였다.
살면서 자기 삶을 제대로 깨닫는 인간이 있을까요? 매순간마다요?
- 이 세상에 잠시 돌아온 영희의 대사
이 작품의 배경은 특정한 시간과 장소가 아니라 보통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펼쳐지는 사건들 속에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측정하고자 한다. 사실 1막의 일상생활, 2막의 사랑과 결혼, 3막의 죽음으로 구성된 이 작품에 어떤 특기할 만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영희와 준기는 어려서부터 한 마을에서 자라고 같은 학교를 다녔으며, 서로 사랑하고 결혼을 한다. 영희는 둘째 아이 출산 도중 목숨을 잃는데, 죽은 자의 세계에 들어가서도 이 세상을 잊지 못하고 안타까워하다가 다시 12번째 생일로 되돌아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세상에 잠시 돌아온 영희는 산 사람들이 생의 아름다움과 인생의 참된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살아서는 느끼지 못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읍내>는 남녀노소 구분할 것 없이 다양한 계층과 수준의 관객들이 공통적으로 삶의 과정을 거치며 경험하는 출생, 사랑, 결혼 그리고 죽음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어, 이 작품을 처음 접하는 이에게 어쩌면 너무 평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의 매력은 공연이 끝난 후 마음이 따뜻해지고, 주위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길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읍내>는 현대인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생활 속에서 지금 이 순간도 스쳐지나가고 있는 삶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나의 인생이 너무나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잔잔하지만 큰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무대장치도 없다, 소품도 없다. 오직 연기로 보여주는 배우뿐!
어린시절을 중국에서 보낸 원작자 손톤 와일더는 중국 경극(Peking Opera)과 일본의 노(Noh)에서 영향을 받아 <우리읍내>에 텅빈 무대를 도입했다. 극은 세계 어디서나 벌어질 수 있는 보편적이고 사실적인 삶을 보여주기 위해 꼭 필요한 소품 외에는 모든 장치를 생략한 텅 빈 무대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텅 빈 무대를 통해 관객들은 스스로 연극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갖게 되고, 각자가 가진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각각 다른 느낌으로 작품의 의미를 받아들인다. 연극은 가평 읍내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이야기이지만 관객은 나의 이야기로 대입하여 감동을 느끼게 된다. 즉 타인의 삶이 보편적인 것이 되어 나의 삶에 고스란히 적용되는 것이 <우리읍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텅빈 무대의 사용 외에도 또 한 가지 두드러진 특징은 소품의 생략과 마임의 활용이라는 점이다. 배우들은 아무런 소품 없이 콩을 손질하여 밥을 짓고, 팥빙수를 먹고, 울타리를 손보는 등 일상생활을 한다. 배우들은 아무런 소품 없이도 사실적인 느낌이 나도록 연기를 하는데, 이로 인해 관객들은 배우의 연기에 더욱 집중하게 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우리읍내>의 배경이 된 마을, 경기도 가평은 특정화된 어떤 도시가 아니라 온 세계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하고 잘날 것 없는 사람들이 모인 작은 마을이다. 경기도 가평으로 설정된 ‘우리읍내’는 특이할 데 없는 장소이자 동시에 온 우주를 상징하며, 이곳 주민들에게 일어나는 일은 극히 평범하지만 또한 모든 사람들의 생애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들을 의미한다.
줄거리
<우리읍내>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우리읍내'인 경기도 가평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일상들을 소재로 한다. 의사인 김씨네와 그의 아들 준기, 편집장인 이씨네와 그의 딸인 영희는 그다지 크지 않은 읍내에서 함께 자란 어릴 적 친구이다. 같은 학교를 다니며 자라난 둘은 미래에 대한 꿈을 함께 이야기하며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은 읍내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을 하게 된다. 그로부터 10년 뒤 둘째아이를 해산하던 영희는 죽게 되고 읍내 공동묘지에 묻히게 된다.
연극은 무대감독의 설명으로 진행이 된다. 1막에서는 무대감독의 해설에 따른 무대 설정이 이루어지며, 1970년대 후반 읍내의 모습이 잔잔하게 그려진다. 평범한 마을 사람들의 일상과 준기와 영희의 성장과정을 보여준다. 3년이 흐른 2막에서는 변함없는 읍내의 모습이 보이며 어느덧 훌쩍 커버린 준기와 영희가 결혼을 하게 된다. 마지막 3막은 9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공동묘지에서 시작된다. 둘째아이를 해산하다가 죽은 영희의 장례식이 벌어지고, 영희는 김씨부인과 마을의 죽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다시 한번 삶이란 것을 느끼고 싶은 영희는 이 세상으로 가고 싶어 하고, 김씨는 만류하지만 결국 영희는 12살이 되던 해의 생일로 돌아가게 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영희는 흘러가는 일상들의 순간순간들에 아쉬움을 느낀다. 생전 깨닫지 못한 일상들의 소중함과 사랑을 느끼고 다시 돌아오게 된다. 죽은 영희의 시각으로 지난 세월의 흔적과 애틋한 사랑을 보여주게 된다. 무대감독의 마무리로 공연은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