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새가 되기 위한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 한 그들은 더 이상 닭이 아니다.

「미친새」는 나름의 위계질서와 생존방식을 유지하며 닭장 밖을 벗어난 본 적이 없는 닭들의 세계에 들어와 인간의 욕망에 의해 날개가 퇴화되었을 뿐 원래는 하늘을 나는 ''새''였음을 종용하는 한 마리 닭과 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통해 권력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을 우화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미친새」로 몰린 닭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다분히 숙명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삶의 어려움과 아픔을 극복하고 그 안의 부조리를 깨고 나오는 희망의 날갯짓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원작이 발표된 후 40여년의 세월이 흐르고 시대는 변하였지만 우리 주위에 보이지 않는 울타리는 여전히 존재하며 꿈을 펼쳐나가려는 날갯짓을 가로 막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구조물에 불과할 뿐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날개짓은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미친새>는 말하고 있다.

연출가 최용진은 이 작품을 통해 개인의 다양성을 주장하면서도 획일화를 강요하며 개인을 억압하는 현대사회의 모순과 변화와 자유를 꿈꾸지만 그것을 이루어나가는 과정 속에서 동요하고 분열하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닭이라는 동물에 투영시켜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관찰’이라는 학습을 통해 닭의 행동 원리와 형상을 배우들이 신체로 완벽히 표현해 실제 닭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흥미를 가지고 작품에 몰두할 수 있는 효과를 이끌어 내었다. 이 작품의 공연을 위해 7명의 배우들은 무려 3개월간 닭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이를 무용동작으로 형상화 시키는 훈련을 받았다.

무대장치와 소품, 배우들의 의상은 최대한 미니멀하게 제작하여 관객들의 상상력을 극대화 시키고 비록 열린 마당은 아니지만 관객들이 보다 친밀감을 갖고 관람할 수 있도록 무대와 객석의 공간적 거리감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하여 어느 장소, 어느 연령대를 대상으로도 공연이 가능하도록 구성하였다.
대형화, 상업화되어 가는 현 공연세태 속에서 문화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소외되고있는 지역 및 시설 거주자들에게 <미친새>는 소박하지만 강렬한 주제와 형식으로 `작지만 큰 감동`을 선보이게 될 것이다.

줄거리

우리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새처럼 날아야 한다는 거야.

닭장에 닭들이 살고 있다. 그들만의 세계에서 나름의 위계질서와 생존의 방식이 있다. 닭장 밖을 벗어나 본 적 없는 닭들은 새로운 물건 하나만 봐도 신기해하거나 두려워한다.

이 닭장에 어느 날 새 닭 한 마리가 들어온다. 닭장 안의 닭들과는 조금은 다른 모습이지만 영락없는 닭이다. 들어온 순간부터 줄곧 이상한 모습만 보이던 이 닭은 스스로를 새라고 한다. 다른 닭들은 이 닭을 이상하게 여기고 미친새라 부르며 톡톡히 신고식을 치른다.

다음 날 왕초가 없는 사이 미친새는 닭장에서 가장 높은 왕초의 자리에 올라가 앉는다. 미친새는 왕초와 다른 닭들에게 자기뿐만 아니라 모든 닭이 원래는 새였으며 인간들의 욕심 때문에 사육을 당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더 이상 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날아야만 한다며 모두 앞에서 나는 시범을 보인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 모습은 왕초에게 어떠한 깨달음을 준다. 심경의 변화가 일어난 왕초는 미친새의 모습을 따라한다. 다른 닭들에게도 이 새로운 경험을 해보라고 하고, 모든 닭들은 자신들 새였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미친 닭은 시원한 공기도 마실 수 없고, 날갯짓은 물론 움직이기조차 어렵고, 고개만 내밀어 겨우 모이만 먹을 수 있으며 밤낮으로 켜놓은 전등 때문에 잠도 못자고 알만 낳아야 하는 처참한 양계장에서의 과거를 닭들에게 들려준다. 알을 깨버린다는 이유로 부리가 잘리고, 살기위한 몸부림으로 알을 쪼아야만 했던 일들을 말하며 그들이 살기 위해서는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는 닭장에서 빠져나가야 한다고 한다.

닭장 밖을 나가면 살쾡이에게 잡혀 먹힐 거라는 주인의 말에 바깥세상으로의 탈출을 엄두도 내지 못하던 닭들은 살쾡이도 없고, 닭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날아가야 한다는 미친새의 말에 동조한다. 미친새와 왕초를 중심으로 닭들의 날기 연습은 그렇게 시작된다.

닭들은 날개의 힘을 길러야 한다며 이유로 모이를 너무 많이 먹어 몸이 무거워진다. 결국 방법을 바꿔 날아야 한다는 신념 하나로 단식을 단행한다. 모이를 먹지 않는 닭들을 이상하게 여긴 주인은 닭들이 병에 걸렸다는 의심을 하게 되고 이것을 빌미로 미친새와 왕초는 죽음을 맞는다.

이 모습을 지켜본 닭들은 다시 모이를 먹기 시작하지만, 그들의 새가 되어 날기 위한 작은 날갯짓은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