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뮤지컬 <라롱드>는 오스트리아 작가 ‘아서 슈니츨러’의 희곡이 원작. 100여 년 전 원초적이고 솔직한 섹스에 대한 이야기로 이미 많은 이슈를 일으킨 작품이다. 1921년부터 연극과 영화로 번안되어 현재까지 공연되어 오고 있으며 특히 1998년 번안된 연극 [Blue Room]은 영화 ‘아메리칸 뷰티’의 셈 멘데스가 연출하고, 호주 출신 여배우 니콜 키드먼이 출연하여 화제에 올랐었다. 어린모델의 예술적인 누드 씬 이 등장하여 화제가 되고 있는 이 작품은 열 쌍의 남녀가 벌이는 섹스 이야기를 다룬다. 창녀와 군인, 하녀와 백작, 젊은 부인과 젊은 신사, 화가와 어린 모델, 여배우와 백작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사랑과 섹스를 향해 펼치는 삶의 모습들이 우화적으로 펼쳐진다. 누구나 갖고 있는 인간의 본질적인 양면성과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존재를 승화 된 스펙트럼 없이 몰래 들여다본다. 극의 배경은 19세기로 의상은 고전을 지향하지만, 현대적인 음악과 어법 그리고 미니멀 한 무대가 현대적인 작품 분위기를 제공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음란서생>의 작품해석과 닮았으며, 구조는 10개의 에피소드가 연이어져 있는 옴니버스식이다. 배우들은 진지하고 관객들은 웃음 짓고 돌아서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 바로 <라롱드>의 매력이다.
무엇보다 주목이 되는 것은 여성 제작팀들이 그려내는 성에 관한 뮤지컬이라는 점. 연극계에서는 이미 소문난 연출가 박혜선, 뮤지컬<겨울나그네>로 값진 신고식을 치른 작가 조민영, 연극 판을 휘젓고 뮤지컬계에 뛰어든 작가 한아름, <와이키키 브러더스>, <미스터 마우스>등 흥행 수표 음악감독 장소영, <겨울나그네>, <하드락 카페>,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 열정적이고도 절제된 안무의 이란영 등이 그들이다. 젊은 여자 스태프들의 솔직하고 대담한 수다가 무대 위에 어떻게 펼쳐질 지 기대해 볼만하다.
또한 성에대한 질펀한 담론을 다루는 작품인 만큼 국내 최초 뮤지컬 19세 이상 관람이라는 파격적인 등급제한을 두었다. (주)에이콤의 윤호진 대표는 “강남 문화권에 거주하는 30-40대 주부들이 입 밖으로 거론하기 쉽지 않은 성의 주제들을 무대 위에서 거침없이 느껴볼 수 있는 성인 뮤지컬이며 특히 현대 부부들의 속생활을 거울처럼 보여줌으로써 큰 공감대를 형성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85년 동안 끊임없이 무대 위에 펼쳐지고 있는 <라롱드>의 비밀..과연 그 속엔 무엇이 있을까.
연극무대 위의 <라롱드>
1921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라롱드>의 번안 연극 이 올려 졌을 때 경찰에 의해 그 막이 내려져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올렸다가 외설혐의로 6일 동안 재판에 회부되기도 했다는 기록도 있다. 결코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주제와 노골적인 섹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이후 1998년, [The Blue Room]은 영국 웨스트엔드 Donmar Ware House에서 다시 올려 진다. 엄선의 대가로 유명한 영화 ‘아메리칸 뷰티’의 연출가 샘 멘더스의 지휘아래 <라롱드>는 이 시대 다시 한 번 주목받을 명작임을 입증 받는다. <라롱드>의 번안 연극 [Blue Room]은 10여명의 배우 역할을 2명의 배우가 모두 소화해 낸다. 이 공연은 이후 브로드웨이로 옮겨 성공을 거듭했고 런던 초연 당시 니콜키드먼이 출연하여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The Blue Room]은 1998년 샘터 파랑새극장에서 로열티 없이 공연 된 바 있다.
스크린 속 <라롱드>
1921년 비엔나에서 연극으로 첫 선을 보인 <라롱드>는 1950년 막스 오퓔스 감독의 영화 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감독은 25년의 작품인생에서 22편의 작품을 내고 그 가운데 적어도 3분의 1이 걸작으로 손꼽히는 대가이다. 원숙한 스타일리스트로서 뛰어난 형식미를 통해 비극적인 세계를 매우 유혹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보여주기로 유명하다. <윤무>라는 제목으로 올 초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그의 다른 작품들과 함께 다시 스크린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10쌍이 벌이는 돌고 도는 다소 복잡한 사랑 행각을 설명하는 나레이션이 등장하는 독특한 형식을 선보였으며, 당시 세밀하고 거대한 장면 모두가 실내 세트로 제작되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라롱드>는 1964년 프랑스의 영화감독 ‘로제 바딤’에 의해서도 영화화 되었다. 그의 영화들은 글래머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리지 못한 청소년기의 환상 같은 영화 혹은 에로티시즘으로 스크린을 채운 감독으로 유명하다. 과감한 성표현과 많은 여배우들을 스타덤에 올렸던 로제 바딤 감독은 사후 프랑스 대통령인 ‘자크 시라크’로부터 "뛰어난 재능과 깊은 인격을 지녔고 위대한 여배우들을 우리에게 선보였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그런 그의 레이더망에 <라롱드>의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는 제격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창작의 이유
1998년 구성애의 “아름다운 우리의 성을 위하여”는 많은 공중파를 타며 인기리에 방송되었다. 性의 잘못된 인식과 올바른 성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조차 전달되지 않는 사회분위기를 대변이라도 하듯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이후에도 性문제를 논하는 많은 작가나 예술인들이 있었으며 그들의 표현방식과 내용에 따라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성에대한 잘못된 인식은 비단 청소년의 문제만은 아니다. 불륜소재가 아니면 드라마 제작이 되지 않는다거나, 모 국회의원의 성추행문제가 하루아침에 사회적 권위를 무너뜨리는 등 고위관료의 성추행에서부터 어린이 성범죄까지 잘못된 어른들의 性 또한 TV나 신문 보도가 쉴 날이 없다. 이렇듯 많은 매스미디어들이 이 문제에 집착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생활에 이 문제들이 깊숙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문제점에 대한 자극은 많지만 진정 아름다운 성과 사랑에 대한 많은 담론들이 이불속에서 고이고이 숨겨져 오고 있는 것은 더욱 큰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은밀한 사람들끼리만 오고 가야 할 性문제가 어떻게 뮤지컬로? 뮤지컬 <라롱드>는 사랑과 성에 대한 우리들의 단면을 깊이 있는 해석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제작진의 이런 용기는 원작의 우수성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 우수성은 프랑스, 런던, 뉴욕 등지에서 이미 원작의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국내의 이러한 사회 풍토 속에 등장하는 뮤지컬 <라롱드>는 사랑을 찾아 떠도는 우리시대의 남녀 이야기를 진솔하게 보여줄 것이다. 속보이는 섹스이야기를 솔직하고 재미있게 그려서 삶 속의 잘못된 성문화를 되새겨보게 만든다. 19세 이상 관람가로 등급을 확정하여 진정한 성인을 위한 뮤지컬을 선언했다. 해답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하는 시간을 마련해 보자. 인간의 생물학적 기능과 사랑의 유혹 그리고 일탈을 꿈꾸는 우리들의 모습을 통한 진정한 삶의 의미. 이토록 재미있으면서 즐거운 사색의 시간은 다시 만나기 힘들다.
미리 살짝 들여다보는 뮤지컬 <라롱드>
뮤지컬 <라롱드>에는 열 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창녀, 군인, 백작, 하녀, 젊은 부인, 젊은 신사, 남편, 화가, 어린모델, 여배우.. 이들의 캐릭터는 각각 두 명의 파트너가 되어 거침없고 솔직한 섹스를 벌인다. 창녀와 군인이, 군인과 하녀가, 그리고 하녀와 젊은 신사 등.. 속내를 알 수 없는 그들의 돌고 도는 양면적인 사랑 행각들은 결코 낯설지 않은 우리들의 모습이다. 거리를 헤매며 몸을 파는 창녀와 끓어오르는 정욕을 해소하려는 군인의 만남으로 극은 시작된다. 다시 군인과 하녀의 만남이 이어지며 군인은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등장인물들의 양면적인 모습을 비교해 가며 보는 것이 뮤지컬 <라롱드>의 백미다.
줄거리
19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라롱드>.
10명의 각기 다른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섹스라는 주제 속에서 들어나는 인간의 양면성을 어디 한번 거들떠 보자!
한때는 미모로 거리를 날렸던, 지금은 외로운 삶에 늙고 뚱뚱하지만 투철한 직업 정신으로 정욕에 휩싸여 있는 군인을 탐하는 창녀.
순진한 척 창녀와 한바탕 즐긴 뒤 입 싹 닦고 창녀의 욕설을 뒤로 한 채 애인을 만나러 가는 바람난 군인.
남자 잘 잡아 신분상승 하고픈 여려 보이는 모습 뒤에 음탕한 모습을 지닌 하녀.
돈 많고 매너 좋고, 호기심 많은 건 좋은데 너무 숙맥인 젊은 신사.
고상하고 기품이 넘치는 부인. 무료해진 삶 속에서 젊은 신사와 새로운 사랑을 찾는 그녀.
고상한 아내와 평안한 삶을 누리고 있지만 뒤로는 음흉하게 어린 모델을 탐하는 남편.
상대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예술지상주의자 화가
순진한 척 예쁜 척하며 남자 잘 만나 날개를 피려는 어린 모델.
과거의 화려함을 버리지 못한 한 물 가도 여전히 도도한 여배우.
사회적 지위 때문에 기품 있어 보여야 하는 신분지상주의자 백작.
19세기 프랑스식 사랑이나 21세기 서울식 사랑이나 이성을 탐하고, 돈을 탐하는 자들은 어느 시대든, 어느 곳이든 있다는 사실.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등장인물들의 우스꽝스런 모습들을 보며‘과연 그들의 진정한 사랑은 어떤 것일까?’라는 물음표를 갖게 한다. 이들이 보여주는 솔직 담백한 정욕과 사랑 이야기 속에서 연애의 궁금증을 한번 풀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