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문학성과 연극성이 함께 공존하는 극작가 이강백의 대표작
극단 백수광부의 2012년 <봄날>을 다시 만나다.

원작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해석을 바탕으로 한국 현대극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기념비적인 공연으로 `시적이면서도 서사적`이며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한 무대 위의 여백과 조용히 이를 관조하는 시선이 느껴지는 공연으로 평가 받았던 연극 <봄날>이 2012년 다시 한 번 인생에 대한 안타까움, 연민, 애정에 대한 조용한 시선을 건네며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잔잔한 감동을 선보인다.

줄거리

아지랑이 가물거리는 나른한 봄날, 후미진 산마을에 늙은 홀아비와 일곱 명의 아들들이 밭을 갈며 살고 있다.
인색한 절대 권력자 아버지, 어머니처럼 자상한 장남, 천식을 앓는 병약한 막내,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혹사당함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다섯 명의 자식들이 불편한 관계 속에서 어렵사리 생을 영위하고 있다. 어느 봄날 산불이 나자 절간의 스님들이 주워 길렀던 동녀를 이 집에 맡기고 사라져 버린다. 늙은 홀아비는 젊어지기 위하여 이 동녀를 품고 잔다. 동녀를 사모하는 막내는 피를 토하며 애통해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아버지 학대에 시달리다 못한 다섯 명의 자식들이 마침내 반기를 들고 농토의 분배를 요구하지만 욕심 많은 아버지가 들어 줄 리 만무하다. 참다 못한 자식들은 꾀를 내어 회춘에 좋다는 구렁이 삶은 물과 주름살을 펴는데 쓰는 송진을 아버지에게 바친다. 아버지가 송진을 바르고 눈을 못 뜨는 사이에 아들들은 구들장을 뜯고 항아리 속의 돈을 나누어 가지고 도망쳐 도망쳐 버린다.
봄이 가고 여름이 왔다. 동녀는 막내의 지어미가 되어 아기를 갖게 되고 장남은 변함없이 아버지를 모시고 산다. 아버지는 떠나간 자식들을 그리워하며 허망한 탐욕에 사로잡혔던 지난날을 탄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