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주군이여 왜 내게 안여를 만들라고 하셨습니까?”
“내 다시 그 안여를 타리라”


[궁리]는 오랜만에 선보이는 이윤택의 신작으로, 이윤택 특유의 거침없고 유려한 대화로 무대를 가득 채우는 밀도 높은 작품이다. 내용은 세종대왕의 ‘신의 손’이었던 장영실이 만든 임금을 위한 가마, 안여가 부서지면서 그 책임을 물어 처형을 당한 장영실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그 위에 건축된 가공의 이야기이다.
“주군이여, 왜 내게 안여를 만들라고 하셨습니까?”라며 울부짖는 장영실의 모습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고, “내 다시 그 안여를 타리라!” 외치는 세종의 모습에서는 아끼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연극 [궁리]는 궁(宮)이라는 권력의 암투가 드러나는 공간을 배경으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와 권력을 임금과 신하, 신하와 신하, 남자와 남자의 모습으로 치환하면서, 세종의 인간적인 면모와 군주로서의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해 연말 모든 이의 시선을 붙잡았던 [뿌리깊은 나무]라는 드라마에서 보여주었던 세종의 인간적인 모습이 다시 한번 재현되며,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변치 않는 인간과 사회의 진실을 담고 있다. 또한 끊임없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무대공간은 정통 연극의 묘미를 선사할 것이다.

이윤택, 한국연극의 스타 연출가

연출가 이윤택은 언제나 화제를 몰고 다닌다. 부산에서 ‘연희단 거리패’를 창단하고, ‘가마골 소극장’을 운영할 때도, 지방 연출가로서 서울에 입성할 때도, 그리고 바야흐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출가로 국립극단의 예술감독이 되었을 때도, 밀양에 연극촌을 만들고 밀양국제공연예술제를 만들었을 때도... 그는 항상 한국연극의 중심이었고, 그가 연출한 작품은 언제나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며, 논란과 감탄을 불러 일으켰다.

이윤택의 오랜만의 신작 [궁리]는 1989년 [오구]에서 시작해 [시민 K] [문제적 인간 연산] [느낌 극락같은] [시골선비 조남명]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원전유서]에 이어지는 작품으로, 그의 넘치는 에너지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세종과 장영실, 세종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제2의 뿌리깊은 나무

[궁리]는 조선시대 최고의 천재이자 성군으로 칭송받는 세종대왕과 그가 총애하던 ‘신의 손’ 장영실에 대한 사건을 기초로, 구중궁궐에서 벌어지는 권력의 세계를 그린 작품이다. 이미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보여주었듯이, 절대권력자인 임금과 그 절대권력을 견제하는 사대부의 세력 다툼이 ‘장영실’이라는 중간자적 인물을 중심으로 드러난다. ‘안여파훼’ 사건을 중심으로 장영실을 죽이기 위해 치밀한 계략을 꾸미는 사대부와 장영실을 구하기 위한 세종의 두뇌싸움과 이를 모르고 주군을 원망하는 장영실의 인간적 아픔, 그리고 어찌할 수 없는 임금의 고뇌가 이윤택이 고르고 고른 언어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난다.

줄거리

세종대왕이 발굴한 조선시대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 누구나 알듯이 장영실은 그 뛰어난 재주와 능력으로 세종의 총애를 받으며 ‘노비에서 당상관’으로 수직상승한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세종이 보여준 것처럼, 세종의 ‘과학적 지식’이 장영실이라는 ‘신의 손’을 만나 500년전 과학이론은 현실이 되어간다. 그러나 사람이 출세하면 적이 많아지는 법. 처음부터 신분의 법도를 뛰어넘는 출세에 불만이었던 사대부 세력들은 호시탐탐 장영실을 무너뜨릴 구실을 찾는다. 그러던 어느 날 장영실은 세종의 명으로 수레 형태의 ‘안여(임금이 타는 가마)’를 새롭게 만들게 되고, 장영실이 만든 가마(수레에 더 가까운 형태)를 타고 행궁을 하던 세종은 안여의 바퀴가 부서지면서 땅위를 구르게 된다. ‘임금이 땅위를 구르는 사태’를 초래한 대역죄인이 된 장영실은 의금부에 하옥되고, 장영실은 자신에게 안여를 만들라고 명한 세종을 원망한다. 세종은 장영실을 구하기 위해 사대부들과 논쟁을 벌이게 되는데... 과연 안여가 부서진 일은 누구의 책임이며, 세종은 어떤 지혜를 보여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