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붉은 동백꽃마저 하얗게 질려 떨어질 그들의 사랑...

[너 붉은 사랑]이 3월 다시 찾아옵니다. 옛날이야기 인지 알았습니다.
남의 얘기인지 알았습니다. 어머니,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봄 꽃 같은 사랑과 함께 날품팔이 인생에도 넉넉한 가슴은 있습니다.
세상은 1등 하라, 더 높이 오르라 , 더 많이 가지라고 부추깁니다.
좀 더 누리고, 좀 더 가지기 위해 우리는 항상 불안해하고 쫓기고 상대적 박탈감과 상대적 빈곤감으로 허덕입니다.
나만 불행한 건 아닐까? 경쟁에서 이기지 않으면 오로지 패배만이 남는다...

우정도, 사랑도 차츰 멀어져만 간다.
날아가는 까치밥마저 챙기던 아름다운 우리네 마음이 얼마나 황폐해졌는지.
현실과 비현실이 구분되지 않는 세상...
가슴에도 내성이 있어 점점 굳은살로 채워진다.
한 줌 흙이라도 존귀한 생명입니다. 한 줌 땅이라도 존귀한 생명입니다.
언제부턴가 그 생명마저도 자본주의적 가치논리에 따라 값이 정해지고
사람이 규정한 규칙으로 모든 걸 헤집고 망가뜨립니다.
사람마저도 하루살이로 전락해, 버려지는 것이 순식간인 세상.
그래서 우리의 가슴을 꽉 막히게 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렌즈에 투사된 물체처럼 붉디붉은 사랑으로
활활 타오르길, 그 먹먹함을 날려 버리길 기대합니다.
아지랑이 봄 동산 위에서 팔 벌려 아래로 줄달음질쳤던 그 어린 날처럼
마음껏 춤추고 노래합니다. 친구가 멀리서 기다리며 깔깔 웃고 있습니다.
뮤지컬 ‘너, 붉은 사랑’
강경애의 문학이 지닌 힘과 삶의 역사와 질곡을 뚫고 살아온 사람들.
수많은 재공연으로 다져진 작품의 힘, 그 감동의 힘이 넘치는 무대를
2012년 무대에서는 많은 관객과 함께 느끼고 싶습니다

줄거리

따뜻한 봄 햇살이 반도를 비추고 있었지만 그 땅은 얼어붙었던 시절. 일본 앞잡이들이 날뛰는 세상. 법 없이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무식하기만 했던 첫째는 주재소에 끌려갔다 온 이후로 유전 무죄 무전유죄라는 “법”이란 것에 대해 반감을 갖게 된다. 유일한 그의 편인 이서방은 그런 첫째의 모습을 보고 공장으로 가라고 한다. 결국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을 가슴에 간직한 채 길을 떠난 그는 부두노동자가 된다. 그 와중에도 “한 여인”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있었다. 부랑자 같은 첫째의 가슴에 언젠가부터 들어와 앉은 사람. 소작농의 딸 선비.. 그녀도 악덕지주 덕호에게 농락당하고 마을을 떠나 부산으로, 공장으로 간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공장에서의 생활은 힘들고 어려운, 하루살이 같은 삶의 연속의 나날이다 그러한 일상 속에서 선비는 점점 쇠약해지고 결핵균이 그녀를 잠식하는데... 그러나 그들에게는 함께하는 사람들의 따스함이 있었다. 그들을 버틸 수 있게 하는 생명의 뿌리처럼. 사람에게 받은 아픔을 사람들로부터 희망을 찾으려 하고 있었다. 첫째와 함께하는 칠성이, 육갑이. 선비와 같은 곳에서 일을 하며 함께 생활하는 끝순이, 봉춘이, 간난이, 이들은 모여서 야학에서 연극을 하고, 공장생활의 이야기들을 하며 서로의 아픔을 달랜다. 그렇게 모두가 삶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정작 첫째와 선비의 만남은 멀기만 한데... 첫째와 선비! 그리고 함께 삶을 헤쳐 나가는 그들에게 더욱더 가혹한 시련이 다가온다. 그들은 그 모든 시련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