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90년대 일본, ‘조용한 연극’ 붐을 일으킨 작품 <도쿄노트>
<서울노트>의 원작인 <도쿄노트>는 90년대 일본 연극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이른바 ‘조용한 연극’ 붐을 불러일으킨 히라타 오리자(平田オリザ)의 독특한 스타일이 묻어있는 작품이다.
<도쿄노트>는 히라타 오리자가 경애해 마지않는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의 명작영화 <도쿄 이야기(東京物語)>에서 그 모티브를 따온 작품이다. <도쿄 이야기>에서 하라 세쓰코(原節子)가 맡은 차남의 처가 히가시야마 치에코(東山千榮子)가 분한 시어머니를 데리고 시내관광버스로 도쿄를 구경시켜주는 장면의 이미지에서 이 작품은 착상되었다.
<도쿄노트>는 ‘가족을 잇는, 혹은 멀어지게 하는 거리와 시간은 무엇인가’ 하는 <도쿄 이야기>의 테마를 현대의 우리 문제로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도쿄노트>는 히라타 오리자 자신이 주재하고 있는 극단 ‘청년단’에서 1994년 자신의 연출로 초연한 자작 희곡으로, 95년에는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희곡상인 기시다 쿠니오 희곡상을 수상했고, 98년에는 일본 전국 순회공연이 이루어졌으며, 프랑스에서 프랑스어 번역본 출간되기도 했다. 99년에는 기타큐슈 등지에서 실제 미술관의 로비에서 공연되기도 했으며, 프랑스 순회공연 및 서울 공연이 이루어졌다. 2000년에는 미국 뉴욕 공연, 2002년에는 유럽 순회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2004년에는 홍콩, 멜버른에서도 공연되었으며 2006년 여름에는 방콕(타이), 콸라룸푸르(말레이시아), 자카르타(인도네시아) 등지에서의 동남아시아 순회공연이 이루어졌다.

공연리뷰

[2006.10.24 화요일 정보소극장에서 <서울노트> 공연을 보고,]
마지막, 마음속에 누군가를 그리기 위해 서로 바라보는 그 시선과 우리가 할 법한 말들...
‘우리 눈싸움 하는 것 같아요’
그 말을 잇는 또 다른 말...‘먼저 우는 사람이 지기로 해요...’
눈싸움하는 것 같다는 대사가 현실이라면 먼저 우는 사람이 지기로 해요...이 말은 꿈인 것만 같아요.
각자의 마음속의 선함과 아련함...뭐 그런 거...
1시간 30분 동안 나도 미술관에 앉아 있는 것처럼 배우들과 함께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 연극이에요.
- 네이버 카페 ‘리뷰 엔 프리뷰’ bbigguda 님 관람후기 -

[서울노트-고요한...그러나 실은 전혀 고요하지 않은...]
미술관 휴게실에서의 너무나 일상적이고 편안한 이야기들이 오간다.
가족 간의 이야기, 연인간의 이야기, 친구간의 이야기 등등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남의 대화를 엿듣는 일은 참 재미있다. 너무나 일상적인 이야기들이지만...그렇기에 더 현실감 있다.
그런데 이 연극, 뭔가 이상하다.
한 사람이 이야기를 끝내기도 전에 옆에 있던 다른 일행의 서로 다른 대화가 시작된다.
“이거 연극 맞아?”하는 사이에 이미 극장 안 전체가 곧 미술관 휴게실로 변해있었다.
배우는 배우가 아니고, 관객은 관객이 아니다. 그저 휴게실에 앉아 쉬고 있는 미술관 관람객이 있을 뿐이다.
신선했다.
일상적인 이야기들로 시작해서 점차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이 그들의 아픔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조용하게 시작된 연극이 실은 전혀 조용하지 않은 고요한 외침을 시작한다.
손짓 하나에, 눈빛 하나에, 표정 하나하나에 잔잔한 파문이 인다.
그들의 아픔을 공유하면서 관객은 극 속에 자연스럽게 동화되고, 그렇게 관객와 배우가 하나가 되면서 연극은 기승전결 없이 조용하게 마무리를 짓는다.
- 네이버 카페 ‘리뷰 엔 프리뷰’ rara72 님 관람후기 -

[어느 봄 날 미술관 휴게실에서 - <서울노트>관람 후기]
어느 볕 좋은 봄, 아카시아가 정원에 가득 피어있고 유럽 유명한 작가들의 진품들이 전시중인 미술관의 휴게실. 어쩌면 흔히 만날 수도 있을 것 같은 하루를 툭 잘라내어 무대 위에 올려둔 느낌 이였습니다. 여러 개의 일상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스치기도 하고 닿기도 하면서 소소한 만남과 이별들이 공간을 채워가더군요.
지나간 과거들이 그곳에서 다시 만나면서 아픈 추억도 되고 이별을 준비하기도 하고 새로운 출발이 되기도 합니다.
먼 곳에서의 전쟁도 일상을 흔듭니다. 가족을 바쁘게 만들고 무기를 만들어 팔기도 하고 친구와 이별하게 만들고. 단순히 전쟁이 나빠요 가 아니라, 일상에서 전쟁을 만나게 합니다.
지루할 것 같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았던 희한한 공연.
공연이 끝나고 난 뒤 뭔가 잔잔하면서도 쓸쓸한 느낌. 그러면서 따뜻함이 채워지는 것 같았어요.
음...뭐라고 해야 할까나... 설명하기 힘드네요. 일상이 그런 걸까요...
- 싸이월드 ‘극단 파크’ 타운 홈피 후기 -


[일상을 들을 수 있었던 감사한 시간 - <서울노트>관람 후기]
이 연극...
참 묘하다...
딱히 어떤 사건도, 어떤 갈등도 일어나지 않지만, 극 내내 숨을 죽이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 일 수 밖에 없었다.
무대 위의 배우들은 마치 나를 스쳐간 사람들인 듯 했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대사를 들은 것이 아닌, 내 옆자리 뒷자리 혹은 내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들은 듯한...
그들의 대화는 내가 엿듣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듯 너무나 진실 되었고, 솔직하고, 꾸밈이 없었다.
그런 연극이었다. 서울노트는...
물 흐르듯 일상을 연기하는 그들의 모습...정말 여운이 오래 남는다.
이 연극으로 인해, 나의 모습,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내가 평소 느끼지 못했던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의 모습이라던가 하는 소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 다음 카페 관람 후기 -

[서울노트 관람후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내 생각인데도 잘 모르겠고 할 말은 있는데 말이 잘 안 나오거나 사람들의 마음에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그런 일들이 사실 생활의 일부분인 것 같아요.
조용하게 위로받은 느낌입니다.
자유롭게 무대안과 밖을 넘나드는 배우들의 연기가 참 좋았어요.
- ‘아츠’ 관람후기 -

줄거리

조용하지만, 솔직하고 생생한 우리의 일상

2014년 서울.
가상의 제3차 대전으로 인해 유럽의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던 귀중한 미술품들이 안전한 우리나라의 미술관으로 피난을 오게 된다.
그래서 지금 이 서울의 작은 미술관에는 베르메르를 비롯한 17세기의 유명한 화가들의 진품을 전시하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이 미술관의 로비에서 1년 만에 만나는 가족들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이유와 동기로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과 미술관 직원들이 만나고 혹은 지나쳐가면서 수많은 대화들이 오간다. 그들 모두의 가슴속에는 저마다 아련한 추억과 아픔이 새겨져 있는데…….

가족을 비롯한 기존의 인간관계에 대한 근대적 가치가 흔들리고, 문명 간의 충돌로 자칫 발생할지도 모르는 미래의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어 가는 요즘, <서울노트>는 일상의 장면을 통해 따뜻함과 쓸쓸함이 교차하는 현대인들의 삶의 풍경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조용한 공감의 파문을 일으킬 것이다.

망원경으로 우주를 본다고 해도, 우주에서 이쪽을 보고 있는 건 아니니까요.

실연 당했을 때 바다가 보고 싶어지는 건 정말인가요? 난, 그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건 말예요, 이렇-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내 뒷모습을 보고 있는 또 한 사람의 내가 있는 거예요, 틀림없이.

''어린 왕자''에, 이런 이야기가 있어.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여우가 어린 왕자한테, 소중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을 해. 그치만 말야, 마음 따위론 보이는 게 없어. 마음으로 어떻게 보겠어? 마음 같은 거,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 그러니까 알 수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