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한 여인의 삶, 열망, 저항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기원을 찾는 세 개의 운명들에 대한 이야기

시적 언어의 힘과 강렬함, 탄탄한 서사구조, 아름다움과 연민으로 가득 찬 연극
영화 <그을린 사랑>의 원작 연극 Incendies !

<광부화가들>, <예술하는 습관> 등 매년 세계 연극계의 고민과 흐름을 알 수 있는 신작을 선보여온 명동예술극장이 2012년 6월, 레바논 태생 캐나다 작가 겸 연출가이자 배우인 와즈디 무아와드의 <그을린 사랑>을 김동현 연출로 무대에 올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술영화 최다관객동원을 기록하며 동원하며 화제를 모은 영화 <그을린 사랑>으로 먼저 알려졌지만, 이는 2003년 발표된 희곡을 원작으로 한 것으로 캐나다를 비롯한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공연되며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2010년 영화를 만든 븰뇌브 감독 역시 연극을 본 후 평생 잊지 못할 강렬한 느낌을 받고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알려져 있다. 스토리를 단순화, 전쟁과 종교 간의 갈등을 보다 구체화시키고 대사보다는 침묵을 선택한 영화와 달리 원작인 희곡은 시적인 언어의 힘과 탄탄한 서사구조, 극적 가능성들로 가득 찬 장면들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연극의 깊이와 밀도를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경험하게 할 것이다.

한 여인 ‘나왈’의 삶, 열망
그리고 신의 운명과 인간의 야만을 넘어서는 저항에 대한 이야기
한 소녀가 있다. 이제 막 삶을 시작한 14살의 소녀는 사춘기, 사랑에 빠져 사랑하는 이의 아이를 가지게 되고, 그녀의 삶이 부서지기 시작한다. 한 여자가 있다. 찢기고 점령당한 땅에서 자신에게 벌어진 일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열망하고 또 저항했던. 그리고 진실과 마주한 순간 그녀는 스스로 깊은 침묵 속으로 들어간다.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에서 오이디푸스는 자신에게 던져진 가혹한 운명과 신을 저주하며 스스로 장님이 되고,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오카스테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수천 년이 흐른 지금, 진실이 드러난 후 신이 던진 운명이란 이름으로 어두운 야만의 기억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오이디푸스>를 넘어선 인간으로서의 저항과 해답을 <그을린 사랑>에 담긴 ‘나왈’의 삶을 통해 만나게 될 것이다.

고요함 속에 깊이 메시지를 녹여내는 김동현의 섬세한 연출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스태프진과 그리고 연기파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한국의 <그을린 사랑>
<그을린 사랑>은 과거와 현재의 시간과 수많은 장소들이 씨줄날줄처럼 교차하는 작품으로 무대로의 형상화가 쉽지 않은 작품이다. 김동현 연출은 이를 간결한 무대를 통해 모든 시간과 장소를 포용하는 공간으로 구현한다. 여기에 음악감독 정재일의 음악과 음향을 아우르는 사운드와 조명, 영상 등을 통해 연극적 상상력을 극대화하게 된다. 또한 침묵과 함께 공존하는 대사의 무게로 인해 어느 작품보다 배우들의 힘이 중요한 이 공연에서 이연규, 배해선이 각각 노년과 중년의 나왈로, 이진희, 김주완이 쌍둥이 잔느와 시몽으로 분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관록의 배우 남명렬과 백익남, 이윤재, 박성연 등이 함께 공연의 깊이와 힘을 더하게 된다.

줄거리

어머니 나왈이 죽은 후 쌍둥이 남매 시몽과 잔느는 유언집행인으로부터 어머니의 유언을 전해 듣는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와 지금까지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형제를 찾아 편지를 전달해달라는 것이다. 임종을 맞기 전 5년 동안 침묵했던 어머니의 유언에 그들은 당황스러워 한다. 하지만 이를 지키기 위해 내전으로 그을린 어머니의 고향을 방문하면서 그들은 오랜 시간 침묵했던 어머니의 과거와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