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본 작품에는 특별한 줄거리도 사건도 존재하지 않는다. 햇빛 가득한 여름날 오후, 평범한 사회의 흐름에 지겨워하고 지루해하는 도시의 젊은이들이 방안에서 벌인 일상의 모습일 뿐이다. 머리모양에 신경 쓰고, 담배를 피우고, 팝 음악에 심취하고, 술을 마시고 섹스하고, 무의미한 잡담으로 일관하고, 운 좋게 얻어온 대마초를 피우고, 그러다가 싸우고, 그 와중에 뜻하지 않은 살인이 일어난 어느 여름날 오후, 두 시간의 일상, 그것 일 뿐이다.
이들은 희곡과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들이면서도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지도 못하며 자신이 지루해하는 세상에 형이상학적인 절망을 내보이지도 않는다. 진지하지도 않다. 이들은 자기방식으로 편안하고 행복하다. 이들의 의사소통은 철저하게 최소한의 언어로 축소되어 있으며, 다른 한 편으로 완벽하게 무의미하다. 이들에게 진지함, 진정한 마음의 표현은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자본주의의 문화산업이 감각적으로 제공하는 팝음악, 공포영화, 포르노 영화, 대마초 그리고 섹스 등 현재의 세상에 따라 사는 일 뿐이다. 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의미있는 것이 아니라 표면적이고 진부한 것이다. 사회는 젊은이들로 하여금 생산적인 자기실현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하며 이들이 추구하는 자극을 이용해 이들을 미성숙한 소비자로 만들고 있을 뿐이다.
* 본 작품의 배경을 현재 대한민국의 홍대앞의 예술적인 분위기를 즐기는 문화에 초점을 두어 번안을 하였다. 중산층의 젊은이들, 해외유학생도 끼어있다. 예술을 논하며 자유를 빙자한 그들의 탈선적인 행위들은 점점 괴물처럼 증오와 광기의 모습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