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장필순
장필순을 이제 '거장'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을 것이다. 비록 시작은 미약했지만 (아직 끝이 아님에도) 지금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창대하다. 대학연합서클 햇빛촌으로 처음 음악 활동을 시작하고, 여성 보컬 듀오 소리 두울의 멤버로 앨범을 발표할 때 지금의 장필순의 모습을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가 이후 '코러스의 여왕'이라 불리며 수많은 음반들에 참여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그저 독특한 목소리를 가진 가수 정도로 얘기됐을 뿐이다. 하지만 그의 옆에는 훌륭한 동료들이 있었고, 자신의 것을 갖기 위한 많은 노력도 있었다. 이것들이 더해지며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장의 작품,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와 [Soony6]가 만들어졌다.
조동익과 윤영배, 그리고 장필순은 두 장의 앨범을 함께 만들며 완벽한 균형을 이루었다. 앨범에는 서로 다른 음악적 배경과 시대를 거쳐 온 세 명의 음악적 성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1980년대의 감성과 1990년대의 새로움이 자연스럽게 섞여 조화를 이루었고,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모든 음악적 미덕이 앨범 안에 담겼다. '년대'라는 시간의 간격을 오가며 이렇게 압도적인 앨범을 연이어 낸 음악인은,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이렇게 발전한 음악인은, 단언하건대 장필순을 제외하고는 없다. 이번 '5! 상상' 공연에서는 오랜 동료이자 동지들인 함춘호, 박용준 등의 연주자들과 함께 서늘할 정도로 아름답고 몽환적인 공연을 선보일 것이다.
_장필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1997)
4집 앨범에서 어느 정도 변신의 모습을 보였던 장필순은 5집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를 통해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장필순과 조동익, 윤영배라는 3명의 작곡 체제는 견고하게 맞물리면서도 그 안에서 각자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고, 조동익이 지휘한 조동익 밴드의 정갈한 세션은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이어주기에 충분했다. 장필순은 이 앨범으로 인해 단순히 노래 잘하는 가수에서 최고의 앨범을 낸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세기를 관통하며 [Soony6]라는 또 다른 명반을 만들어냈다.
_장필순 [Soony6] (2002)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라는 명반을 만들어낸 장필순은 세기를 넘어서며 또 한 번 그에 버금가는 명반을 만들어냈다. 여전히 조동익, 윤영배와 함께였다. 세 명의 균형 잡힌 곡 쓰기 아래 지난 앨범의 모던 록에서 일렉트로닉으로 방향을 튼 이 앨범은 차가워지고 건조해졌다. 장필순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이 바싹 말라 있었고, 조동익이 도맡은 연주는 여기에 몽환이란 세계를 펼쳐 주었다. 노래 제목처럼 때로는 '햇빛'으로 때로는 '신기루'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김학선 (웹진 보다 편집장,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