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제작 의도>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간은 어떻게 세상으로부터 추방되는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비비안 리, 말론 브란도 주연의 영화로 널리 알려져 있는 작품이며 우리 연극계에서도 자주 공연되는 인기 레퍼토리 중의 하나이다. 배우들의 화려한 성격연기, 퇴폐적인 무드, 다소 통속적인 스토리와 함께 상업적인 무대에서 자주 공연되었다는 이유로 이 작품은 대중적인 레퍼토리로만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작품의 속을 들여다보면 대중성과 더불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어둠의 세계 - 욕망, 불안, 폭력성, 가식, 현실도피, 우울증, 삐뚤어진 성적욕구-를 이만큼 적나라하게 파헤친 작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이런 인간의 어두운 면은 현대 우리사회에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걸 그룹의 왕따 문제, 인터넷 중독으로 인한 살인,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등의 문제는 인간 안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의 세계가 폭발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연희단거리패는 일상 아래에 잠복해있는 인간의 심리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공연하고자 한다.
구겨지고 시들어가는 한 인간과 그 인간을 추방시키는 폭력적인 세상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다시 돌아보게 하려는 것이다.

<작품의 특징>

1. 스토리텔링이 아닌 상징적인 장면연출
설명적인 이야기를 과감하게 압축하고 인물들 간의 다양한 입장들이 충돌하며 흥미로운 심리적 공간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따라서 50년 전의 뉴올리언즈가 아닌 현대 우리사회의 단면을 목격하고 생각하게 한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불가불가> 등을 통해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날카롭게 건드려 온 문제적 연출가 채윤일이 과감한 연출력을 보여 줄 것이다.

2. 연희단거리패 배우들이 보여 줄 메소드연기
배우들의 연기는 각 인물의 입장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일상적인 디테일조차 심리적 이유와 결부된 것만 남기고 군더더기를 버린다. 연희단거리패 특유의 연기 메소드를 이용하여 치밀하게 설계된 신체와 화술연기, 배우들이 함께 만들어 내는 심리적 공간은 관객의 감성과 지성을 자극하며 이 작품에 현대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3.사실적인 디테일을 과감히 생략한 일상의 겉과 속이 교차하는 무대
무대 또한 사실적이거나 장식적인 디테일을 버리고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수평을 가로지르는 일상의 세계와 수직으로 내려꽂는 인간의 심리를 표현하며 회화적이고 구성적인 무대연출을 통해 관객의 미감을 충족시킬 것이다.

줄거리

뉴올리언즈의 끈적하고 지저분한 항구도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한 여인이 도착한다. 몰락한 상류층인 블랑쉐 드부아는 이 퇴락한 도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차림새를 하고 여동생 스텔라의 좁고 허름한 아파트를 찾아와 함께 살게 된다. 동생의 남편 스탠리는 다혈질에 술과 도박을 즐기는 거친 성격의 소유자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환상을 쫓으며 자신을 무시하는 블랑쉐를 참을 수 없다. 한편 스탠리의 친구인 미치는 블랑쉐에게 매료되어 결혼까지 하려고 하지만 스탠리가 블랑쉐의 과거를 폭로해 버림으로써 미치는 블랑쉐를 버린다. 블랑쉐는 겉모습은 정숙하고 고고했지만 사회에서 도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여자였던 것이다. 집안의 몰락과 죽음들, 남편의 자살에 대한 죄책감과 상처는 그녀가 불나방처럼 여러 남자를 전전하게 만들었고, 결국 미치에게 정착하려던 그녀의 꿈을 좌절시킨다. 꿈이 좌절될수록 현실에서 도피하려 한 블랑쉐는 결국 현실과 환상을 완전히 혼돈하고 스탠리는 스텔라가 출산하러 간 사이 블랑쉐를 겁탈한다. 결국 블랑쉐는 정신병원으로 끌려가며 이 도시에서 추방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