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인간과 인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연극적인 탐구를 목적으로 2000년도에 시작하여 그 동안 7회에 걸쳐 소기의 성과를 이룩한 <2인극 페스티벌>이 ‘특별한 만남’이란 제목으로 2008년 5월 제8회째의 페스티벌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2인극 페스티벌의 정신은 ‘최소한의 인간관계를 통한 연극 기본정신의 부활’이지만 이를 위해 쓰인 작품들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래서 그 동안의 작업들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지적되었던 작품을 선정하는 방식을 다양화하여 충분한 레퍼토리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왔습니다.
제1회에서부터 제3회까지는 번역극과 창작극을 가리지 않고 2인극으로 쓰였거나 2인극으로 공연이 가능했던 다양한 종류의 소재들을 발굴하고자 희곡과 소설 등을 망라하여 작업해 왔습니다. 그리고 제4회, 제5회에서는 각각 프랑스와 러시아의 문학작품 및 연극들을 컨셉트로 다루었습니다. 제6회에서는 <육담과 골계>라는 제목으로 선조들의 해학과 삶의 지혜를 우리의 눈으로 현재화하여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자 “고금소총”을 그 소재로 정하여 5작품을 창작 공연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선조들이 그러하였듯, 성과 웃음을 저속하지 않게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제7회에서는 <경계와 소통>이라는 제목으로 우리시대, 우리시각에 기초한 양식적 해체와 재구성 과정을 통해 다양한 해외작품들을 보다 더 우리정서에 와 닿는 작품들로 재 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제8회 2인극 페스티벌 <특별한 만남>에서는 행사를 세분화하여 ‘젊음과 함께 노는 2인극’, ‘야외로 뛰쳐 나온 2인극’, ‘뒤돌아 보며 미래를 꿈꾸는 2인극'으로 나뉘어서 진행이 됩니다.
‘젊음과 함께 노는 2인극’은 공연예술전공대학생들과 일반대학 동아리들이 참여하는 신선하고 패기 넘치는 2인극 페스티벌로 2인극에 대한 저변 확대와 아울러 관객들과 참여자들에게 2인극만이 가진 근본적인 연극성을 실제로 느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야외로 뛰쳐 나온 2인극’은 극장이라는 닫힌 공간이 아닌 탁 트인 야외에서 대중들과 함께 어울려 벌이는 2인극 축제로 다양한 장르의 듀엣 공연들이 펼쳐지는 환상적인 야외 축제로 진행이 됩니다. 그리고 ‘뒤돌아 보며 미래를 꿈 꾸는 2인극’은 지난 6회까지의 작품들 중에서 공연의 성과가 뚜렷하여 기억에 남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방법과 기회가 닿지 않아 재공연 되지 않은 6편을 엄선하여 다시금 무대에 올려지는 행사로 페스티벌의 성과를 회고하고 정리하는 자리로 진행하게 됩니다.
작년의 공연경험을 토대로 하루에 3개 작품을 연속으로 공연하는 것은 관객들에게 지나치게 부담이 된다는 평가를 반영하여 이번 페스티벌의 메인 행사인 ‘뒤돌아 보며 미래를 꿈꾸는 2인극’은 6개 작품을 세 팀으로 나누어 하루에 2개 작품씩 일주일씩 릴레이로 공연됩니다. 이는 축제로서의 본래의 취지인 집약성과 관객의 참여도를 보다 강화하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축적된 성과와 결과물을 토대로 향후 이어지는 제9회 2인극 페스티벌은 한국창작희곡의 개발과 지속적 육성을 목표로 공모를 통한 ‘창작2인극 축제’로 진행됩니다. 더불어 ‘아시아 2인극 축제’와 ‘국제 2인극 페스티벌’을 후속 행사 타이틀로 기획하여 내실과 규모를 심화,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과 대중 친화적인 작품들이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며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예술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2인극 페스티벌’은 이제 아시와와 세계를 향한 페스티벌로 성장, 진화해 가는 노정을 시작합니다.

줄거리

대화 없는 이야기 전개, 정체가 없는 주인공의 채택, 각각의 사건 사이에 필연적 동기라든가 연관성이 배제돼 있는 이 작품의 형식은 낯설고 당황스럽다.
영화 시나리오 같은 시퀀스적 문장 배열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어찌 보면 영화적이라기보다 오히려 사진기적인 특징을 많이 띠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물의 부동성 앞에서, 엎질러진 잉크가 수직이 아닌 수평면을 천천히 흘러가는 듯한 액체의 흐름이 바로 그의 문체적 특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가장 독특한 면은 외적 형식뿐 아니라 내적 문체에 있다. 세계와 사물의 부동성 앞에서 끊임없이 이미지적 성격을 띤 운동을 감행하는 이 작품은 그러한 움직임으로써만 세계의 부조리와 부동에 항거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침묵에 가까운 유머를 내뿜기도 하는데, 이 유머는 언어가 배제된 무성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인물과 상황이 빚어내는 불균형 속에서도 생활의 반성을 촉구하는 멋을 풍긴다.